"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내가 왜 억지로 이걸 써야 해? 이건 강요야."
2G 핸드폰의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통보되고 모든 사람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처음 스마트폰을 써보시며 한 말이다.
터치, 슬라이드, 지문 인식. 신세대에게는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 준 혁신적인 기술들이지만, 조금만 건드려도 화면이 바뀌는 조작감과 액정 속에 숨겨진 버튼들이 기성세대에게는 커다란 장벽으로 느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빠르게 스마트화 되는 시대가 서비스나 상품 이용자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빼앗았다는 부정적 시선 또한 적지 않았다. 이러한 의견들은 기존 2G 핸드폰의 디자인을 차용한 버튼 형식의 '시니어폰', '효도폰'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키오스크의 등장, 그리고 소외
그럼에도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멈추지 않았고, 2010년대 중반부터 음식점과 카페 등에 '키오스크'라는 무인 주문 시스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입 초창기에는 몇몇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부분적으로 설치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적지 않은 음식점, 마트, 카페 등에선 카운터를 보는 직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키오스크가 놓였다.
한동안 키오스크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게를 찾는 기성세대가 줄어들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생소한 조작 방식과 화면 가득한 외래어들, 뒤에서 느껴지는 재촉하는 시선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기계에게는 단어의 뜻을 물을 수도, 자세한 설명을 부탁할 수도, 잠시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할 수도 없다. 일부 키오스크의 경우 천천히 이해하느라 조작이 없는 상태로 화면을 오래 두면, 프로그램은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화면 앞에서 한참을 당황하다 결국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계를 사용하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주문뿐만 아니라 서빙과 배달, 예약까지도 로봇이나 AI 등의 기술이 대신하는 곳들도 등장했다. 모든 것이 기계화 되었고, 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버벅거리는 기성세대를 기다리는 법을 잊고 있다.
코로나의 습격, 그리고 고립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8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63.1%에 그쳤다. 그 정보 격차가 채 좁혀지기도 전인 2019년 겨울,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어 언택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으로써 '디지털 소외 계층'은 점점 더 고립되었다.
일부 음식점은 배달 어플을 통한 주문만 받고, 백신을 맞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잡아야 했으며, 각종 모임이나 종교 활동도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 연결로 진행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공포인 세상에서 소통할 창구는 손 안의 핸드폰뿐인데, 그마저도 두려움의 대상이니 그들이 느낄 외로움이 곱절로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상세한 매뉴얼이나 교육 서비스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 화상 연결이나 특수한 어플 사용이 필요한 모임 등에서는 사진과 커다란 글로 이루어진 상세한 안내문을 제공하여 누구든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건물 입장 시 QR 코드 대신 전화 통화로 출입 여부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겼다.
또, 지난 10월부터 충추시는 '디지털 에듀버스'를 통해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알려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부천시는 지난 6월 '스마트 나누림센터'를 개설하여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교육과 부천시 내에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패스'를 포함한 카카오톡, SNS 등 여러 어플 사용법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 중인 '디지털배움터'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 기기 사용법 및 언택트 시대에 필요한 정보들을 영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다. 여기선 단순히 언택트 시대에서의 생활을 위한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전문가 수준의 포토샵, 영상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까지 제공하고 있어 소상공인 등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가까운 오프라인 수강소가 있다면 수강신청을 통해 대면으로도 이러한 내용의 강좌들을 들을 수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에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일단 무엇보다도 제공되는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화상 모임을 위한 안내문은 각 모임의 대표 사이트에 접속하여 자료실을 찾아가 다운로드 받아야 볼 수 있고, 디지털배움터의 수강신청 및 수강, 오프라인 수강소 확인도 모두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안내사항을 대면으로 전달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배우기 위해 인터넷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기업이나 병원 등에는 무인 기계 옆에 도움을 주는 직원을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무인 기계 내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을 줄이고 은행 현금지급기(ATM)처럼 천천히 음성으로 동작을 안내하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스마트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초고령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현재, 디지털 소외 계층의 고립을 단순히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100세 시대로 불리는 상황에서 기성세대는 엄연히 사회의 구성원이고, 우리의 미래다. 지금은 신세대들이 모든 기술의 발전에 빠르게 적응하고, 수용하고 있지만 이들도 미래에는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그때는 지금과 또 다른 기술들이 개발되어 사회에 퍼져나갈 것이다. 그때 또 다시 디지털 소외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스마트화 시대의 입구에 있는 지금부터 당장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발판을 쌓아가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