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태우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가운데, 광주시의 "애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광주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는 이 성명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광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노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광주시는 이용섭 시장과 김용집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여론 청취에 나섰다. 노씨 사망 당일(26일) 광주시가 어떠한 성명도 내놓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청취한 여론을 토대로 이 시장은 노씨 사망 다음날 조간회의에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고인에 대한 예우보다 광주의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는 의사를 전했다. 실·국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이에 동의하며 광주시 차원의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 등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던 중 27일 오전 정부가 노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광주시는 앞서 논의됐던 기조에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사망한 이를 애도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지만 광주는 그럴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아 같은 날 오후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대통령과 이 시장 모두 더불어민주당인 상황에서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기조라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것보단 광주시민의 정서를 따르고, 지금까지 광주가 지켜왔던 그 길을 가는 게 맞다는 공감대가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씨의 국가장이 결정돼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라며 "광주시가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줬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광주시 성명 전문이다.
<광주시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기간에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시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시는 광주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고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고인은 우리나라 대통령이었고, 우리의 정서상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우리 광주는 그럴 수가 없다.
고인은 5‧18 광주학살의 주역이었으며, 발포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생전에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 그리고 5‧18진상규명에 어떠한 협조도 없이 눈을 감았다.
고인은 국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40년이 넘는 세월을 울분과 분노 속에 밤잠 이루지 못하는 오월 가족들,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행불자들을 끝내 외면했다.
우리 광주는 이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가 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생사를 초월하여 영원한 것이다.
또한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되고 기억될 때 교훈을 줄 수 있고, 강한 힘을 갖는다.
항상 시대를 선도해 온 의향 광주만이라도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지키는 길을 갈 것이다.
그리하여 전두환 등 5‧18 책임자들의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내고 그날의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이다.
2021. 10. 27.
광주광역시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김용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