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이란 대체 무엇일까, 마을신문은 어떤 형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창원 명서동 청소년들이 취재하고 기사를 쓴 마을신문 '10대들의 밝은 울림'을 앞에 두고 다시금 떠올려보는 질문이다.
일간도 주간도 월간도 아닌 불규칙한 발행 간격에다, 일간지의 대판(가로 391㎜,세로 545㎜)이나 베를리너판, 지역 주간지의 타블로이드판(가로 272㎜ 세로 391㎜) 인쇄물도 아닌 소박한 A4지 출력물의 형태. 그래서 창원 명서동 마을신문 '10대들의 밝은 울림'은 기존 신문 형태에 익숙한 이들에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신문은 이래야만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잠시 벗어나 본다면, 그리고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돌이켜 본다면, 명서동 '10대들의 밝은 울림'(아래 '밝은 울림')은 마을공동체미디어 또는 마을신문의 본질을 일깨우는 계기로서 새삼 눈에 들어온다. 마을신문이 기존 언론의 신문을 똑같이 따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밝은 울림'은 마을공동체 특히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인공인 명서동 아이들이 직접 마을 소식과 마을 사람들을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고 편집까지 해내는, '찐' 마을신문이다. 마을 청소년들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앞으로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는 만큼 함께 성장 발전하는 마을신문이다.
아이들이 즐거운 일 '마을신문 밝은 울림'
허민준, 심유정, 조현우, 최다빈, 김혜정, 조대현, 최서진, 김민주, 이예린, 손이레, 최바다, 최민영, 김영은... 명서동 학생기자들의 이름이다.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명서동 아이들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마을신문 '밝은 울림'은 지난해 9월 창간호에 이어 올해 2월 제2호 발행, 그리고 11월 중 곧 3호를 발행 예정이다.
특히 올해에는 '밝은 울림'을 발간하는 명서동 마을학교/교육공동체 '어울림'이 경상남도(청)의 2021 경남마을공동체활성화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자생적인 마을신문이자 마을공동체활동으로서 지역사회 공익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마을학교 어울림 교사 이소라(문화다양성연구소 '띠' 소장)씨는 "2018년에 문화다양성 연구소 띠라는 이름으로 단체와 지역공동체 활동을 시작했다. 책놀이쉼터를 비롯해 지역에서 문화다양성 활동을 해왔는데, 명서동 아이들이 건강하게 시간을 보낼 여건이 부족하다는 데서 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이 생겼고 2020년에는 마을학교를 비영리단체 등록했다"고 마을학교 '어울림'의 시작을 소개했다.
이소라 소장은 "지역공동체 돌봄활동이지만 늘 공부만 시킬 수 없고 뭘 하지 하다가, 작은 글쓰기라도 한 걸 그냥 '우리들 신문'이라는 이름으로 두 번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학교를 공식적으로 만들면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걸 우리의 활동으로 해보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을 알기 위해 시작한 게 학생 기자단이고, 학생 기자단이 있으니까 신문을 만드는 게 공식적으로 시작된 거다"라고 '밝은 울림' 마을신문의 내력을 말했다.
8페이지 분량의 '밝은 울림' 창간호 지면을 보면 마을신문 학생기자단 출발을 알리는 소식, 학생기자의 독서체험활동 기사, 재활용 업사이클링 체험 이야기, 명서동 마을 알기 프로젝트, 마을교사 인터뷰, 마을행사 소개 등 여느 마을신문 못지않게 알찬 내용이다. 물론, 명서동 청소년들의 직접 취재와 기사 작성은 기본이다.
마을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들
"명서 전통 시장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예전에도 명서 시장이라는 이름이 있었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명서 전통 시장은 예전에는 부영 상가였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명서 전통 시장은 상가 부분하고 주택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고, 주택가에서는 장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최다빈, 류은채 기자)
"박동섭 할아버지가 명서동으로 오신 것은 1988년이었습니다. 진해 KBS 송신소에 근무하시다가 방송국이 창원으로 이사를 오면서 할아버지 가족도 창원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창원 지역에 집이 몇 채 없었고 전부 빈터였다고 하네요. 84년도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88년도에 이사를 오시게 되었습니다."
(최서진, 심유정, 허민준 기자)
"정선숙 할머니가 처음 이사 오셨을 때는 집들이 띄엄띄엄 있었고 가로등이 많이 없어서 밤에는 너무 깜깜했다고 한다. 점점 집도 많아지고 사람도 많아지면서 학교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제일 큰 변화로는 차가 많아진 것, 그리고 우리가 다니는 명곡초등학교가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는 명곡초등학교가 있던 자리가 공터였다. 명서동에 사는 아이들은 상곡초등학교나 명서초등학교로 가야 했다..."
(조대현, 김동현, 조현우, 이현수 기자)
지난 2월 나온 '밝은 울림' 2호에서는 12페이지로 분량도 늘었고 내용도 더 풍성해졌다. 마을신문 만들기를 위해 일간지(문화일보) 기자와의 멘토링과 인터뷰도 담았다.
특히 명서동 청소년 기자들은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집중 인터뷰로 마을 안에서 몇 세대를 뛰어넘은 교류가 이루어졌다. 명서동 마을 어르신들이 들려준 다정한 이야기들은, 여느 기존 신문의 어른 기자들이 아니라 마을신문 청소년 기자들과의 소통이었기에 가능했던 '마을 역사 기록'이었다.
올해에는 마을학교 '어울림'이 경남마을공동체활성화지원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되며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컨설팅으로 더욱 체계적인 활동이 이루어졌다.
마을알리기 사진공모전, 다른 마을학교 알기(진주 '마을학교다운마을학교', 창원 '한들산들 마을학교'), 우리마을 역사 알기, 마을사람 인터뷰까지의 활동들은 11월 중 마을신문 '밝은 울림' 제3호 뿐 아니라 책으로도 엮여 나올 예정이다.
이소라 소장은 "아이들의 마을신문은 지역공동체 기록활동인 동시에 지역 청소년의 교육사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끼리의 공동체활동을 건강하게 이어나가는 의미가 가장 크다"며 "앞으로 고등학생까지 자라면서 명서동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마을신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초등학생 중학생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의 취재와 기사로 이어지는 그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 나이다운, 아이들다운 활동과 글이 되어야 할텐데 저를 포함해 마을학교 교사들이 어디까지 관여하면 될지 그 선이 어디까지일까 늘 고민이다"라며 "아이들이 일구어낸 마을신문은 명서동의 자산이자 성과이기도 하다. 이제까지는 아이들을 통해 각 가정에 배포되고 지역 도서관에 비치했는데 (주민센터와 창원시 등) 지역사회에서 좀 더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해 주셨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마당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