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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대선은 34년 동안 번갈아 권력을 잡아왔던 기득권 양당과 시민이 밀고 가는 미래 정치의 싸움이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기득권 양당과 제3지대의 대결이고, 지금 안철수 후보도 그렇고 김동연 후보도 그렇고 양당체제 종식을 말했는데, 조만간에 만나서 양당 체제 종식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2일 SBS 인터뷰에서)
 
안철수, 김동연 후보의 입장을 확인한 것은 양당 체제와 결별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 출마할 때 양당체제 종식을 선언했는데 거의 싱크로율이 비슷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대선이 거대 양당의 박빙 대결이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만, 저는 그 예측이 빗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소한 '3자' 박빙 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안철수·김동연 두 사람 이름을 연일 호명하고 있다.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직접 '제3지대'를 거론하며 대선이 결국 3파전으로 흐를 거라고 예고했다.

대선 레이스 초반, 심 후보는 왜 이념과 정책 상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안철수·김동연 두 사람을 부르는 걸까.

'양당 대선' 구도 깨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표면상 가장 큰 요인은 '넓어진 중원'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대장동 이슈로 경선 후 상승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네거티브 늪에 빠진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등 거대 양당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이쪽도 저쪽도 다 싫다'는 부동층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의 선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대선의 특징은 갈 곳을 찾지 못한 무당층들이 중간에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정의당이 이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역대 최저 투표율(63%)을 기록한 2007년 이명박·정동영 '비호감' 대선 때처럼 투표율이 굉장히 낮아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심 후보의 '제3지대론'은 실제 안철수·김동연과 단일화를 하겠다거나 세력화를 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단, 현재 '양당 대결'에만 쏠려있는 대선 프레임을 흔들어 구도를 다시 짜보자는 전략적 의미가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심 후보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안철수·김동연 후보의 입장은 양당체제와 결별하겠다는 것까지만 확인했다.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구상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도 "안철수·김동연에 대한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 제안은 선언적 의미일 뿐, 실제 제3지대와의 단일화나 적극적 연대를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미 지난 4.7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과 통합 직전까지 갔던 인물이다. 강을 건너도 한참 전에 건넜다. 기재부 기득권 출신 김동연 전 부총리도 과연 개혁성을 가진 분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심 후보가 굳이 안철수·김동연을 소환한 것은 "그만큼 현실 정치에서의 '세력'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심 후보는 이미 지난 대선 때 완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소수 정당의 한계를 분명히 느꼈다고 봐야 한다. 심상정과 정의당에 부족한 게 세력이지 정책이냐"라고 했다.

민주당에 보내는 경고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심 후보 발언의 진짜 수취인은 안철수·김동연 등 '제3지대'가 아닌 양당, 그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여야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진보 대통합' 연기를 피우며 정의당 압박에 시동을 건 민주당에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SBS 인터뷰에서 "심상정 후보든 김동연·안철수 후보든 간에 정책적 공약과 내용의 지향성의 공통점을 찾아 나가는 작업은 필요할 것"이라며 정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작년 총선 때 민주당에서 정의당을 얼마나 홀대했나. 위성정당으로 선거제 개혁 약속을 다 뒤엎고 뒤통수를 쳤고, 고양갑 선거(심상정 지역구) 막판까지 당력을 총동원해 정의당의 싹을 자르려 했다"면서 "진보 지지자들로 하여금 정의당에 단일화 압박을 시작했다는 건 180석 단독 확보가 가능했던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 대선 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과거 정의당이 선거 때마다 단일화 압박에 시달린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대의 역행을 공동으로 막아 세워야 한다는 당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문재인, 민주당 정부다. 현 정부 하에서 새로운 모순점들이 나왔기 때문에 결코 단일화의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아마 민주당의 단일화 공세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될 것"이라며 "10% 진보층을 어떻게든 빼앗아가겠다는 민주당의 구태의연한 전략을 버텨내야 한다. 이번 '제3지대론'도 그런 의지 위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심 후보 주변에선 "이번엔 결코 샌님처럼 굴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번엔 결코 샌님처럼 굴지 않을 것"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지난 총선 전인 2020년 3월 31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대화를 마치고 눈물을 닦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지난 총선 전인 2020년 3월 31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대화를 마치고 눈물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당이 이번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벼르는 보다 심층적인 이유는 대선 후 선거제 개혁 논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대선 직후 이어지는 지방선거, 특히 2024년 총선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기대감이 높았던 21대 총선 전 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켰음에도 위성정당으로 걷어차이면서 당세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정의당 지도부)는 게 현재 정의당이 공유하는 주된 인식 중 하나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 대장동, 고발사주 건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에 지칠 만큼 지쳤다. 저번 연동형 비례제 개편으로 일정 부분 그 여론을 수렴하나 했지만 결국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왜곡돼버렸다"라며 "다당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정치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총선 전 연동형 비례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의당은 보수 쪽인 바른미래당과도 연대했지 않나"라며 "제3지대론도 그와 비슷한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이념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제3지대에 남아있는 원내 정당은 대한민국에 정의당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전략적으로 볼 때도 양당제를 무너뜨리고 다당제로 가는 것만이 정의당의 유일한 살길"이라고 진단했다.

[관련 기사]
심상정, 민주당 아닌 '안철수·김동연' 호명 "3자구도 만들 것" http://omn.kr/1vum1
'철의 여인'부터 주4일제까지, 심상정이 말하는 "권력의지" http://omn.kr/1v73a
 

#정의당#심상정#선거제개혁#대선#제3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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