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검사를 담당한 검사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선체 검사를 마친 지 수개월 만에 대서양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22명이 실종됐다. 다시 검찰의 유죄 요구를 기각한 사법부를 보며 실종자 가족들은 "참담하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항소심 판결 "검사 불충분, 태만 의심가지만...."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오현규 부장판사)는 10일 한국선급 검사원 A씨에 대한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원심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8월 진행된 스텔라데이지호 연차 검사에서 선체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거짓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1·3·5번 화물창의 내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2, 4번 화물창은 20미터 깊이 내부를 눈으로만 보는 등 허위 검사를 했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선박안전법에서 화물창 내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A씨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역시 1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결론은 규정상 화물창을 직접 확인하거나 내부를 비워 검사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전회의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검사 기록을 확인한 점, 앞서 증언 등에 비춰볼 때 고의로 거짓 검사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검사가 충분하지 않거나 태만하게 한 게 아닌가 강한 의심은 든다"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법은)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 설령 검사를 태만히 한 것이라도 그 정도 사정만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제도적 한계를 짚었다.
이번 선고 결과에 실종자 가족은 허탈감을 표시했다. 이 사건의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김완중(64) 회장 등 2명에 대한 2심 유죄 판결을 내린 곳이다. 같은 재판부였던 부산고법 제2형사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결함 신고 의무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 '선박안전법'을 적용해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지난 1심과 다른 결과를 기대했다.
실종된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큰누나인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는 울음을 끝내 참지 못했다. 재판 직후 법원 앞에 선 허 대표는 "사법부가 안전불감증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과 같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10여 차례 가까운 공판을 거치며 무죄를 뒤집고 적어도 죄가 있다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한국선급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결과가 맞느냐"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유일한 검사대행 업무 기관에서 검사한 배가 침몰해도 무죄 선고가 나오는 것을 보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더 명확해졌다. 정부의 무책임으로 한국선급은 모든 구멍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면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세월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나. 세월호 가족들은 8년째, 우리는 5년째 싸우고 있다. 좀 더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생명과 안전을 더 정비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비록 참담한 결과가 나왔지만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자체는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허 대표는 계속 거리에서, 법정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 옆에는 수년째 청와대 1인시위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이영문씨가 말없이 "2차 심해수색 즉각 실시"라고 적힌 피켓을 끊임없이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했다.
이들을 지켜보며 최인석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은 "힘든 싸움을 이끌어온 가족과 어머니의 눈물겨운 투쟁"에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박 의장은 "선체 검사가 태만했을지언정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에 아연실색해질 수밖에 없다. 대충 검사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확립한 셈인데 (대법원에서라도)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운항하다가 원인도 모른 채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전체 승선원 24명 중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을 뿐 나머지 선원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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