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편집자말] |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김장을 담그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김장은 안 담가도 그들과 같이 사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제철 맞은 무. 무는 김장철인 지금부터 겨울까지가 가장 맛있다.
여름 무가 질기고 지린 맛이 나 생채나 김치 담그는데 안 좋다면 겨울 무는 수분이 많고 아삭아삭 달아 생으로 먹어도, 김치를 담가도 맛이 좋다. 갈치조림이나 갈비찜에 들어있는 무를 갈치, 갈비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따끈한 밥에 부드러운 무를 올리고 젓가락으로 찢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으면, 양념을 가득 머금은 부드러운 무의 식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1인 가구에게 무는 때에 따라 난감한 재료이기도, 고마운 재료이기도 하다. 1인 가구가 무 하나를 사면 다 먹기가 힘들지만, 또 어찌 생각해보면 저렴한 가격에 아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재료를 구비하는 셈이다.
무는 큼직하게 잘라 키친타올이나 신문지 등으로 돌돌 말아 냉장고 야채 칸에 넣으면 2주는 거뜬하다. 하지만 매번 뭇국이나 무생채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찌개나 국에 넣는 정도로는 하나 다 먹기가 힘들다.
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무를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사용하는 무조림도 아주 좋은 반찬이 된다. 고춧가루를 넣어 빨갛게 만드는 한국식 무조림도,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에 조리는 일본식 무조림도 다 좋다. 닭날개나 반숙란, 참치 등 기호에 따라 다른 부재료를 첨가할 수도 있다.
사실 무의 활용을 말하자면 한 시간을 말해도 모자란데, 생으로, 익혀서, 절여서 뿐만 아니라 무를 말리면 또 그 감칠맛과 졸깃한 식감이 남다르다. 흔히 먹는 무말랭이는 무말랭이 무침뿐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무말랭이를 물에 불린 뒤 물기를 꼭 짜내고 다져 볶음밥에 넣으면 중화풍 볶음밥이 되고, 주먹밥, 솥밥 등의 재료로도 훌륭하다. 채식을 하는 이라면 고기 대신 식감과 맛을 내기 위한 재료로 찬장 한 쪽에 무말랭이를 두면 든든하다.
무는 갈아 먹어도 맛있다. 중국에는 무와 새우 등 다른 재료를 함께 갈아 만든 반죽을 어묵처럼 한 번 찐 뒤 기름에 볶아먹는 '무떡볶음'이 있고, 일본에는 소바나 돈가스, 생선구이 등을 먹을 때 무 간 것을 곁들인다.
오늘 소개할 요리는 간 무를 활용한 샐러드다. 오리엔탈 풍의 드레싱과 간 무가 합쳐지면 산뜻하게 입맛을 돋우는데, 이걸 샐러드에 매칭하면 아주 개운하면서도 든든한 샐러드가 된다.
냉장고에 있는 무를 어디에 쓸 지 모르겠거나, 혹은 샐러드를 먹고 싶은데 마땅한 토핑이 없을 때 이만한 요리도 없다. 무를 간 것은 샐러드뿐 아니라 국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전골을 익히다 맨 마지막 때쯤 간 무를 잔뜩 넣어 먹는 것을 일본에서는 '미조레 나베'라고 한다. '진눈깨비 나베'라는 뜻으로 간 무가 들어간 모양이 꼭 진눈깨비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샐러드의 이름도 진눈깨비 샐러드다. 진눈깨비와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맛있게 익어가는 무의 매력에 푹 빠져보자.
진눈깨비 버섯 샐러드(1인분)
- 재료
무 80g, 표고버섯 2개, *루꼴라 적당량, 통깨·후추·식용유 약간씩
*루꼴라 외에 세발나물이나 쑥갓, 혹은 다른 샐러드 채소를 사용해도 좋다.
- 드레싱
올리브유 2큰술, *간장·레몬즙·맛술·유자청 1큰술 씩
*유자청은 없으면 생략해도 되고, 간장과 참치액 등을 섞어 사용하면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
- 만들기
1. 루꼴라는 깨끗이 씻고 버섯은 잘 닦아 슬라이스한다. 무는 곱게 간 뒤 물기를 적당히 짜낸다.
2. 팬에 기름을 넣고 달군 뒤 버섯을 넣고 노릇하게 구워낸다.
3. 드레싱 재료를 잘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그릇에 루꼴라와 버섯을 보기 좋게 담고 간 무를 올린다. 드레싱을 끼얹고 통깨와 후춧가루를 뿌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