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경청프로젝트 '매주 타는 민생버스(매타버스)'에 올라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첫 방문지는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이었다. 이 후보는 전통시장과 비프광장 방문, 청년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바닥 민심을 훑는 데 주력했다.
비프광장에 북적인 인파, 이재명의 호소
12일 저녁 8시. 부산 중구 비프(BIFF)광장에 늘어선 지지 인파에 이재명 후보는 앞으로 걸음을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후보를 보기 위해 지지자 등 시민 수백여 명이 몰리면서 폭 15미터, 길이 70미터 광장이 인파로 북적였다.
울산 일정이 지연돼 이 후보는 도착 예정 시간이었던 저녁 8시를 넘겨 비프광장에 도착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재호 부산시당 위원장, 최인호 국회의원,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나와 이 후보를 맞이했다. 이들과 인사를 나눈 이후 이 후보가 광장에 나타나자 분위기는 급격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향해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을 잇따라 외쳤다.
열렬한 환대에 놀란 이 후보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건네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 후보가 시민들의 기념촬영 요구에 대부분 응하면서 다음 예정지인 영화관으로 가는 걸음이 더 느려졌다. 경호팀이 적극적으로 공간 확보에 나서자 도리어 이 후보가 시민들의 접근을 막지 말고 보장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이 후보의 사인을 받기 위해 미리 도착해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로부터 "함께 사는 세상, 감사합니다"라는 글귀와 사인을 받은 20대 박아무개씨는 "이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30대 김아무개씨는 자신이 가져온 책에 사인을 받았다. 그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킬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롯데시네마 대영점 앞에서는 즉석연설도 이루어졌다. 이 후보가 모여든 시민들을 향해 "우리가 언론이 되자"라고 직접 발언에 나서면서다. 최근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지적하며 지지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여러분, 새로운 나라 원하시죠? 국민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나라,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누리는 나라 여러분과 함께 제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언론 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됩니다. 상대방은 엄청나게 나쁜 짓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갑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언론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소식을 전하고 우리의 진실을 알리고,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톡으로, 우리의 텔레방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왜곡된 정보를 고칩시다. 여러분,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겁니다. 세상이 잘못되어 가면 우리 손으로 고치면 됩니다. 여러분과 함께 확실하게 더 새로운 나라,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나라, 청년들이 친구와 적이 될 정도로 전쟁이 아니라 협력하며 도전할 수 있는 희망 넘치는 나라. 기회 넘치는 나라, 여러분과 함께 꼭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끝으로 이 후보는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감독 조은성)을 관람하기 위해 롯데시네마로 들어갔다. <1984 최동원>은 1984년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끌어냈던 롯데자이언츠 '무쇠 팔' 투수 고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최동원 선수는 7차전까지 치러진 삼성라이온즈와의 대결에서 5번 등판해 4번 완투, 4승을 쓸어 담았다.
이 후보가 부산 방문 첫날 '광장'에 이어 '최동원의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박재호 시당위원장은 "최 선수는 부산의 상징이다. 살아온 삶이 이 후보와 닮았고, 포기를 몰랐던 최동원 정신을 잇겠다는 의미"라고 영화 관람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오늘 부·울·경에서 시동을 건 만큼 서서히 여론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영화 관람에 앞서 민주당 부산시당은 별도의 성명에서 "단순히 기량이 뛰어난 스포츠맨을 넘어 우리 사회와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 넘쳤던 고 최동원 선수의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매타버스, 울산 찍고 부산 거쳐 창원과 거제로
이날 부산에서 1박을 한 이 후보는 13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참배에 나서는 이 후보의 옆에는 민주당 지역위원장, 선출직 공직자들이 동행한다. 이어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무명일기에서는 지역의 스타트업·소셜벤처인과의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듣는다. 부산의 마지막 일정은 울산과 마찬가지로 청년들과의 대화다. 그는 매타버스 안에서 부산 청년들과 함께 '국민반상회'라는 이름으로 대화의 자리를 가진 뒤 다음 목적지인 경남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의거 발원지 기념관'과 마산어시장 방문, 거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반대하는 시민대책위,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들과 만남 등을 예정했다. 또 사천시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소속 MZ세대 연구원들과 '마자요 토크'를 마련하는 등 2030 청년층 공략에 거듭 공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