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당정치 종식을 위한 제3지대 후보 간의 첫 대화 성격이다.
그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부터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제3지대 공조'를 시작하겠다"면서 안 후보를 첫 대화상대로 꼽았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에 조건 없이 만나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연대를 포함해 현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하자"고 밝혔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를 비롯한 다른 제3지대 후보들도 만나겠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였다. '이재명 대 윤석열' 혹은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란 양자 대결구도에 쏠려 있는 대선 판을 흔들기 위한 제3지대 후보들의 연대가 필요하단 주장이었다.
"양당체제는 서로에게만 격렬할 뿐 무능했다... 안철수·김동연 등 만날 것"
심 후보는 이날 "후보 다자간 비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46%와 31.7%로, 두 후보를 비호감으로 꼽는 국민이 78%에 달하고 있다"며 "이는 두 후보의 대통령 자격에 대한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더 이상 양당체제가 국민을 대변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말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양당체제는 서로에게만 격렬할 뿐 시민의 삶과 미래에는 철저히 무능했다"며 "이 위기를 건너 미래로 나아갈 전환의 정치가 절실히 요청되는 대선이다. 두 당 중에서만 집권할 수 있는 체제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님,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님 등은 모두 출마선언을 통해서 기득권 양당정치의 틀을 깨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시대교체로 나가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며 "저 심상정이 진보정치 20년 동안 절절히 호소해왔던 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당체제 종식은 시대적 사명이고, 저 심상정의 숙명이다"며 "대선 후보, 원내외 정당, 시민사회계 그 누구라도 시대교체와 정치교체에 뜻을 같이하는 분이면 적극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실무적인 협의는 없는 상태다. 심 후보는 관련 질문에 "지금 제안드렸고 이제 실무적으로 일을 하겠다. 그동안 서로 정치교체와 관련한 문제의식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확인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 주체 이런 점에 대해서는 만남을 통해서 서로 의견 교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동연 후보와도 만날 일정을 논의 중이냐"는 질문엔 "안 후보를 만나 뵙고 김 후보도 만나 뵐 것"이라며 "이 두 분 이외에도 지금 후보는 아니지만 제3지대에 의지를 갖고 계신 정치인, 정당도 많이 있다. 이 분들도 연쇄적으로 만나겠다"고 답했다.
"단일화는 너무 앞서가는 얘기... 공통분모 중심으로 공조할 것"
다만, 심 후보는 이번 논의를 제3지대 단일화로 연결짓는 것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논의는 단일화는 아닌가"란 질문에 "우리 정치권은 단일화에 너무 과도한 관심이 있다. 단일화는 너무 앞서가는 얘기이고, 아직 한 번도 못 만나 뵀는데 지금 그것을 언급할 계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지금 양당체제 종식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크고 또 그것을 주도할 정치적 주체로서 제3지대를 우리 국민들이 강력하게 호명을 하고 계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양당체제 종식을 위해서 어디까지 힘을 모을 수 있는지 그 대화의 문을 적극적으로 열어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데 당원들의 불만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도 나왔다. 양당의 정체성이 다른 상황인 만큼 당내에서도 제3지대 연대의 당위성이 수용되지 않을 수 있단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연대를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지금은 양당체제 종식과 시대교체를 위해서 어디까지 협력할 수 있는지 또 어떤 노력을 함께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는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이번 제3지대 후보 간의 간담회를 통해서 정의당과의 공통분모를 찾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장, 안 후보가 지난 21일 제안했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및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쌍 특검' 공조 제안에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감을 표했다. 또한 "특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검을 할 경우에 대선후보 공식 등록일인 2월 13-14일 이전에, 2월 12일까지 특검의 결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양당이 특검 문제를 놓고 사실상의 '침대 축구'를 하고 있단 비판도 내놨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처럼 사법적 검증대를 거쳐야 될 분들이 이제는 이제 어쩔 수 없는 특검을 내세우면서 당으로, 국회로 떠넘기고 국회는 지금까지 양당이 해왔던 것처럼 서로 부족한 잘못된 것을 대충 서로 뭉개는 침대축구로 일관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특검을 조속히 결단하고 2월 12일까지 결론을 내는 것을 후보와 양당이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동형비례제 등 정치개혁 현안도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어떤 제한을 두지 않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그 중에서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공조를 실현해나갈 생각"이라며 "이는 대선후보의 정치공학적인 행보가 아니라 양당체제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정치교체에 대한 광범위한 열망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열망을 받아 안은 행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