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내면을 포착하고 형상화해내는 연상호 감독의 장기가 드러난 또 하나의 수작이다. 여기서 누군가 난데없이 '천사'의 '고지'를 받으면 그는 '죄인'이 되고 자신이 어떤 죄를 범했는지 '고해'해야 한다. 인생 전체를 통 털어서 어떤 작은 잘못이더라도 말이다.
결국 죄인은 예고된 날짜에 '사자'들에 의한 '시연' 속에 무자비하게 온몸이 짓밟히다가 시커멓게 타버린 유골로 변한다. 드라마에서 '새진리회'는 죄인에게 낙인을 찍고, 죄를 '고해'하라며 압박하고, 유튜버는 죄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화살촉'은 직접 폭력을 행사하며 죄인을 응징한다. 그들은 이것을 신의 "의도"를 따르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내세운다.
어떤 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가항력 속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바이러스의 전파자로 낙인찍히고, 감염병에 고통받거나 사망하는 코로나 시대의 우리 사회 자화상을 읽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복음주의적 거짓 선지자와 광신도 집단을 떠올릴 수도 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족벌언론-지식인과 유튜버-정치검찰-보수정치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해 누군가를 '죄인'으로 낙인찍고, 그의 인생 전체와 가족까지 탈탈 털어내던 광경이 떠올랐다.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거의 정신적 고문으로 다가왔을 이 일종의 '시연' 속에서 그들의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숯덩이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국 교수의 그의 부인과 자녀들도 떠오르지만(아마 이 지점에서 벌써 일부는 '뭐야 조빠의 글이잖아' 하면서 뒤로가기를 누를 것이고 그것 자체가 낙인 효과의 결과라고 본다), 여기서 나는 윤미향 의원과 그 가족분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2020년 총선 직후부터 시작된 이 인간사냥에서 족벌언론과 정치검찰과 국민의힘은 윤미향 의원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돕는 척하면서 피를 빨아먹은 위선자', '온갖 부정을 저지르며 사익을 챙긴 범죄자'로 낙인찍었다.
서민 교수는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라고 했고, 김경율 회계사는 "후안무치의 끝을 본다"고 했다. 우파 정치인인 전여옥은 "할머니들 하루종일 앵벌이시킨...돈미향"이라고 했고, 유튜버인 여명숙은 '아픈 할머니를 끌고다니며 노래를 시켰다'고 했다.
근거가 부족한 의혹들과 거짓뉴스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낙인을 찍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그러면 '증오 전문' 지식인들이 막말성 비난을 하고, 그것을 또 따옴표쳐서 기사화하면서 부정적 편견은 증폭됐다. 그런 기사들과 포털과 심지어 윤미향 의원의 페이스북까지 찾아와서 달리는 온갖 인격살해적 댓글들을 통해서 부정적 효과는 극대화됐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커다란 역사적 기여를 한 윤의원의 수십 년간의 헌신적 활동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처럼 구겨지며 버려졌다. <지옥>에서 수많은 언론과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이뤄지는 박정자의 '시연' 장면과 그 공포와 비탄에 젖은 표정을 보면서, 2020년 5월 29일 국회에서 수많은 언론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온 몸에서 식은땀을 비처럼 쏟아내며 기자회견장에 섰던 윤미향 의원의 그 지옥같았을 마음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1년이 훨씬 넘게 지난 지금, 윤미향 의원에 대해 제기됐던 많은 의혹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초기에 언론이 가장 자극적으로 퍼트렸던 의혹들 - '공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마련했고, 아파트를 장만했다', '부친을 쉼터관리인으로 등록해 돈을 퍼줬다', '맥주집에서 공금으로 술잔치를 벌였다', '쉼터를 헐값 매각해 차익을 얻었다' - 등은 이미 검찰 기소 단계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하반기부터 재판이 본격화되면서는 아직 남아있던 의혹들도 대부분 사실무근이었고 정치검찰의 억지 기소였음이 증거와 증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윤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일단 윤의원의 돈으로 지불하고 나중에 돌려받은 것'들이었음이 밝혀졌다.
검찰이 제시한, 2~4만원 짜리의 영수증이 없는 지불증이나 지출결의서는 대부분 이런 경우였다. 몇천원, 몇만원씩을 수년간 조금씩 해먹는 횡령이라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대협 회계담당자는 몇 단계에 걸쳐 확인과 결제가 이뤄지는 정대협의 회계시스템 상으로는 그런 방식의 유용이나 횡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언했다.
검찰은 윤미향 의원이 두 번에 걸쳐서 총 2400여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받은 것도 부정이거나 '이중 지급'이라고 문제삼았다. 그러나 윤의원이 정대협에서 수십 년을 일하고 퇴직금으로 받은 돈이 이 정도인 것은 그것이 너무너무 작아서 놀랄 일일뿐이다. 보통 직장인도 그 정도 일하면 몇 배는 더 받는다(5년 9개월 일하고 50억 받은 곽상도 아들과도 비교해보라!).
기가 막히게도 검찰은 '윤미향 인간사냥' 과정에서 돌아가신 고 손영미 쉼터 소장님에게 지급된 인건비도 '이중지급'이라고 문제삼았다. 그러나 쉼터에 24시간 상주하며 연로한 피해자들의 수발을 들었던 고인에게 정부 보조금에서 박봉을 보충해 준 것은 전혀 문제삼을 게 아니다. 더구나 고인은 그 돈을 정대협 후원금으로 도로 기부하기까지 했다.
또 검찰은 정의연(정대협)이 운영한 '전쟁과여성박물관'이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기소했는데,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시 공무원을 통해 그것이 근거없으며 '전쟁과여성박물관'은 국고보조금 관련 평가에서 계속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곳이라는 점만 밝혀졌다. 이처럼 재판 과정에서 윤의원에게 씌워진 억울한 누명들이 벗겨지고 있지만, 신나게 윤의원을 물어뜯던 족벌언론들은 이런 진실에 관해 어떤 보도도 않고 있다.
되려 <조선일보> 등은 재판 초기에 검찰의 공소장에만 의존하고 그것을 부풀려 '후원금으로 갈비를 뜯었다'는 선정적 거짓뉴스를 내보내 다시 한번 윤의원과 그 가족들의 가슴에 칼을 꽂았고, 전여옥 전의원은 심지어 '윤미향이 딸의 통장으로 룸술집 외상값을 보냈다'는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 지독한 편견과 악의말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왜곡된 거짓뉴스들을 퍼트리며 낙인찍고 증오를 부추기는 것을 통해 클릭수를 높이며 수익을 얻는 족벌언론들에게는 큰 기대가 없다. 그것이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적 일부로서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도 딱 맞는 일이다. 그러나 진보와 개혁, 합리적 상식을 지향한다는 언론이나 사람들마저도 대부분 침묵과 외면에 머무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민중의 소리>가 거의 유일한 예외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윤의원이 '죄인'으로 낙인찍히는 과정에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방조하거나 심지어 같이 돌을 던졌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툭하면 윤미향 의원을 부정과 위선의 대명사이거나 대표적 사례인 것처럼 언급해 왔다. 그러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도 인정하기가 어려워진다. 침묵, 방조, 동조했던 자신들의 잘못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많은 이들은 그 누군가가 '죄인'이라는 것이 확인되길 바라게 된다. 그래야 자신들의 침묵, 방조, 동조가 비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지옥>에서도 '새진리회'와 '화살촉'의 눈치를 보고 침묵하거나 방조하면서 누군가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데 일조하는 수많은 이들이 나온다.
진경훈 형사는 처음에는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은 "신의 의도"를 말하지만 진경훈 형사는 "인간의 자율성"을 말한다. 하지만, 나중에 진경훈은 정진수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고도 침묵해버린다. 왜냐하면 그 진실을 밝히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율성'은 쉽게 사라질 수 없다. 그동안 분위기에 휩쓸려 쉽게 판단하고 가볍게 돌을 던졌던 이들이, 침묵하거나 방조했던 이들이, 이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족벌언론들이 말해주지 않는 이런 진실들을 더 많은 곳으로 알려야 한다. 언론과 포털에서 그런 소식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낙인찍혔던 '죄인'의 항변에 더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눈물이 마르지 않고, 너덜거리는 심장을 한 결 한 결 붙이는 작업을 매일 매일 반복하느라 육신의 세포 줄기줄기가 다 흩어져버리고 그냥 영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기도 해. 그런데도 쉽게 포기 못하는 것은... 여기서 포기하고 그냥 주저앉으면 지난 30년에 함께 한 소중한 동지들, 내 58년 동안에 녹아 있는 내 사랑하는 가족들의 삶까지 다 무너뜨리는 거니까...."(윤미향 의원이 걱정해주는 한 지인의 글에 단 댓글에서)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진실에 대해서조차 보도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검찰의 주장만 다루거나 이미 1년 전 공소장을 재탕하여 보도하면서 의혹을 부풀리는 기사가 인터넷을 채우고, 그 기사아래에는 악성댓글들이 달려 sns와 포털을 채웠습니다.... 앞으로도 재판에 대해 저의 목소리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경우, 제가 직접 제 목소리를 담고 있는 기사 혹은 보고를 올려서 전하려고 합니다."
이 윤미향 의원의
포스팅에는 재판에서 드러난 진실에 대한 여러 링크들이 있는데, 여기에 최근 재판에 대한
<민중의 소리> 보도도 추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