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을 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대표의 행보가 상반된 모습이다. '쫓는' 위치에 있는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가 권한을 양보하고 삼고초려까지 하며 발로 뛰고 있고, '쫓기는'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는 여전히 지방으로 '공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송영길] 선대위 쇄신 전권 위임하고 인재영입 삼고초려
송영길 대표의 최근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김영희 영입'이다. 전직 MBC 스타 PD 출신인 김영희 신임 민주당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2일 "국민의힘 쪽에서 제안도 있었지만, 송영길 대표가 휴일날 밤에 저희 집 앞에 오셔서 기다리시는 걸 보고 놀랐다"라면서 "송 대표가 한 시간 기다리시고 밤늦게까지 폭탄주도 함께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나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김영희 전 PD "언론독립성 훼손? MBC 떠난 지 1년 반").
앞서 윤석열 캠프행을 예고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김영희 본부장이 민주당으로 마음을 돌리는 데 송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김영희 본부장은 이날 "송영길 대표의 역할이 정말 컸다"라고 인정하며 "송 대표가 지극정성을 들이는 것을 보고 간절한 마음, 진심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화로 이재명 후보와 통화도 했고, 결정적으로 며칠 전에 두 분과 함께 셋이 만나서 이야기했다"라며 "그 자리가 제가 이쪽으로 와서 제 능력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라고 부연했다. 당대표와 후보자가 합심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시너지를 낸 셈이다.
송 대표가 지난달 21일 이재명 후보에게 선대위 쇄신 전권을 위임한 일도 이 후보가 '슬림 선대위'로 재편할 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당대표가 '민주당의 이재명'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전환에 적극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송 대표는 최근 "당의 공식 대통령후보에 대해 더 공부하고 분석해봐야 국민들을 설득해 갈 수 있다"(11월 29일 페이스북)라며 '릴레이 이재명 바로알기 캠페인'을 촉구하는 한편, "이재명에 대해 공부를 해서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가를 주변에 알려달라"(11월 24일 대전시당 간담회)라고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준석] 윤석열 '돌려까기' 뒤 지방행... 당내 우려-불안 팽배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당대표실 측근들만 데리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 순회'라고 하지만 사실상 '선대위 일정 보이콧' 성격을 띄고 있다. 언론에는 물론 당에도 알리지 않은 채 부산으로 향하는가 하면(관련 기사:
이준석의 잠행인 듯 잠행 아닌 잠행... 부산 장제원 지역구 '콕 집어' 등장), 전라도 순천을 들렀다가 2일엔 배타고 제주도로 향했다.
이날 이 대표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을 만나 4·3 희생자 보상 지급 기준을 담은 특별법 처리 관련 얘길 나눴다. 윤 후보의 선거운동과는 크게 연결이 되지 않는 행보와 발언이다. 하루 전 이 대표를 만났으며 국민의힘 순천당협위원장이기도 한 천하람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서울로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라고 전했다(관련 기사:
이준석 만난 천하람 "이대론 이길 수 없다고 해").
잠행 이전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깔린 발언들을 내놨다(관련 기사:
아리송해진 이준석 "정치 잘 모르는 윤석열... 육아 영역 조언해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합류 무산,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영입, 윤석열 후보 일정 사전 미공유 등 이 대표의 생각과는 어긋나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이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간 불화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후보가 나서서 이준석 대표를 설득해야 한다는 여론과,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와의 기 싸움을 그만두고 당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
장예찬 전 윤석열 캠프 청년특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처럼 취중 페북으로 폭탄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에서 부산-순천을 오가는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날 열린 윤 후보와 상임고문단의 점심식사 자리에선, 신경식 상임고문이 윤 후보를 향해 "(후보가)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곳에 찾아가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