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의 주요 사업 관련 예산이 부산시의회에서 잇달아 삭감됐다. 예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을 마무리한 부산시의회는 본회의를 통해 내년도 시 예산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시의회는 '15분 생활권 정책 공모(15분 도시)', '부산어린이복합문화공간', '해상도시' 등을 조정·삭감하고, 부산형 기초보장급여 등을 증액했다.
조정 거쳐 수정안 처리, 다음 주는 인사검증 예고
부산시의회는 9일 300회 정례회 3차 본회의를 열고 예결특위에서 확정한 2022년도 예산안 2021년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의결했다. 결과는 재석의원 만장일치. 시의회는 표결없이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거쳐 마련한 예산안을 확정 지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시의회의 수정안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본회의에서 마련한 예산안은 애초 부산시가 제출한 14조2860억 원(전년도 본예산 13조3천10억원 대비 7.4% 증가)에서는 170억 원이 깎인 14조2690억 원이다. 시의회는 사업 타당성이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이른바 '박형준 사업' 예산을 대폭 조정했다.
일반회계 세출 부문을 보면 박 시장이 역점을 둔 15분 도시, 부산어린이복합문화공간 조성 예산이 절반이나 깎여 나갔고, 찾아가는 건강의료서비스 운영과 세계적 미술관 유치 타당성 연구용역 예산도 상당히 줄었다.
유엔 해비타트 등과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던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관련 예산은 상임위 전액 삭감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됐다. 앞서 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해상도시 관련 '원탁회의 및 국제컨퍼런스 개최', '국외 업무여비' 등을 계수조정을 통해 모두 잘라냈다. 삭감 이유로는 사업자 개발이익 변질 우려나 성급한 사업 추진 등을 들었다.
공공기관장 임명 논란에 이어 부산시의회와 시는 이번 예산안 처리를 놓고도 충돌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심사'라는 불만과 '의회의 권한'이라는 대응이 대립했다. 그러자 김민정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별도의 자료를 내고 "절차 준수, 배분의 적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놓고 충실하게 심사했다"라고 결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시의회의 견제·감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보니 박 시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 하고, 시의회는 면밀한 검토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 협치를 부각하지만, '시장=국민의힘', '시의회=민주당'이라는 정치 구도가 관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당장 시의회는 이날 예산안 의결 외에도 인사검증 특위 위원을 교체하는 등 다음 주 다른 공공기관장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는 시의회가 더 본연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에 "예산이나 기관장 인사권에 대해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시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 왜곡할 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것을 되레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