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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함께 보낸 지인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고픈 마음이 든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한겨울에 선물 받았던 스웨터가 떠오른다. 만든 이의 사랑이 담긴,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스웨터. 제품의 값어치를 따지기보다는 나를 생각하며 만든 그 사람의 마음이 고맙다. 뜨개질은 그런 것이다.

뜨개를 하는 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바늘을 손에 쥐고 감긴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낸다. 실과 함께 엮어지는 건, 만든 이의 시간 그리고 정성이다. 뜨개질엔 그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다.
 
 해질녘 노을빛을 풍기는 조명이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해질녘 노을빛을 풍기는 조명이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 오선임

지인에게 정성이 담긴 선물을 전하고자, 지난 12월 3일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바늘이야기'를 방문했다. 소박하고 아담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운데 따뜻한 노을빛을 풍기는 건물이 보인다. 건물 가장자리 주황색 영문으로 쓰인 'banul'. 손뜨개 복합문화공간 '바늘이야기 연희점'이다.
 
 한 쪽 벽면에 주황빛 그라데이션의 재봉실이 가득 채워져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한 쪽 벽면에 주황빛 그라데이션의 재봉실이 가득 채워져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 오선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색색의 재봉실이 한쪽 벽면의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전시되어 있다. 트리 모양으로 쌓인 빨간색 선물상자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케하고, 분위기에 이끌려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뜨개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줄 각종 실과 바늘이 있다.

완제품으로 구매 가능한 상품도 있고, 전시된 상품을 예시 삼아 관련 재료를 구매할 수도 있다. 뜨개에 필요한 부자재, 서적까지 준비되어 있어, 이곳은 뜨개인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실과 바늘의 종류가 다양해 이곳에 오면 시간 '순삭'이다.
실과 바늘의 종류가 다양해 이곳에 오면 시간 '순삭'이다. ⓒ 오선임
 
계단을 따라 올라선 2층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실로 떠진 선인장, 케이크, 마카롱 등의 인테리어 장식은 '뜨개로 이런 것까지 만든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느낌을 준다. 흰머리 지긋한 노년의 어르신부터, 뜨개 방법에 열띤 토론을 벌이는 청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이곳을 찾는다.
 
 뜨개질로 표현한 케이크, 도넛, 마카롱.
뜨개질로 표현한 케이크, 도넛, 마카롱. ⓒ 오선임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다. 음료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뜨개를 하는 사람들의 두 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형형색색의 실을 바늘로 엮어내며 오고 가는 대화 속엔 서로의 일상을 묻는 정겨움이 실려있다. 포근한 주황색 불빛 아래 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쏜살같던 시간은 느긋하게 흐른다.
 
 매장 내부 곳곳엔 큰 거울이 있다. 뜨개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매장 내부 곳곳엔 큰 거울이 있다. 뜨개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 오선임

1층과 2층 곳곳엔 큰 거울이 마련되어 있다. 가지각색의 실뭉치를 자신의 얼굴색과 비교해 보고, 바늘이 대롱대롱 매달린 미완의 옷을 입은 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대형 거울은 아마도 뜨개를 하는 고객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실과 바늘로 자신의 행복을 엮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닫는다.

3층은 손뜨개 취미 과정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수강할 수 있는 손뜨개 전문 아카데미이며, 4층은 스튜디오 작업실이다. 뜨개 강의를 수강하고 싶다면, '바늘이야기 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자신에게 맞는 수강 과정을 신청하면 된다.

바늘이야기를 찾은 이들의 장바구니엔 실과 바늘이 한 아름 들려있다. 누구를 위한 뜨개질이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 생각에 그들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하다. 실과 바늘로 채워진 공간에 방문한 이들의 따뜻함이 더해져 그 포근함이 배가 되는 기분이다.
 
 디저트를 한 쪽에 제쳐두고 뜨개질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정겹다.
디저트를 한 쪽에 제쳐두고 뜨개질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정겹다. ⓒ 오선임

2021년 연말, 나 자신 또는 누군가를 위해 뜨개 선물 하나쯤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바늘이야기#바늘이야기연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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