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험 한 가운데 놓인 농촌의 현실이 위태롭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농촌의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육은 지역 재생 발전의 핵심 요인입니다. 지역의 교육이 살아야 지역의 삶은 희망을 꿈꿀 수 있습니다. 현장 활동가의 눈으로 그려낸 마을교육공동체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 '깨움 마을학교'의 이야기입니다.[기자말] |
그저 절박한 마음이었다. 농촌 교육 문제는 언제나 주류 담론 바깥에 있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기, 농업농촌 절멸의 위기 속에서 과연 농촌 교육의 출로는 있는가? 농촌에 사는 사람이 농촌 교육 문제에 대해 직접 말해야 하는 이유다.
오는 16일(목) 농촌의 작은 시골마을인 영광군 묘량면에서 '지방소멸 시대, 지역과 학교 상생의 길 찾기'라는 주제로 '제1회 농촌마을교육포럼'이 열린다. 위기 극복을 넘어 지속가능한 교육대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의 열망이 '제1회 농촌마을교육포럼'으로 모이는 것이다.
깨움마을학교, 묘량중앙초등학교, 영광교육지원청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인구 문제'를 빼놓고는 농촌 교육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소멸 위기에 내몰린 농촌의 지역과 교육을 동시에 살리는 해법을 찾는데 지혜를 모을 예정이다.
날로 과소화되고 있는 농촌 사회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농촌 교육 재편 전략을 모색하고 토의한다. 필자도 '지역재생의 관점에서 본 마을교육공동체 가능성과 과제'를 주제로 참여한다. 어려움에 놓인 농산어촌 지역의 현황이 비슷하므로 포럼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전국의 마을교육공동체 관계자들이 묘량면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성화 된 위기, 농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위기는 만성화될수록 무뎌지고 무감각해진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문제가 그러하다. 기후위기 시대 농업 농촌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담론만 무성할 뿐,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지방의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지표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방위기 담론은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 되고 있으나 이를 타개할 해법은 지지부진하다.
2021년 8월 19일 감사원이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2017년 5,136만 명에서 50년 뒤인 2067년엔 3,689만 명으로, 100년 뒤인 2117년엔 1,510만 명으로 감소(-70.6%)할 것이라고 한다. '재앙적 소멸'이라 할 정도로 충격을 준 이 보고서는 저출생 고령화 여파로 100년 뒤,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96%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으로의 집중 강화와 지방의 몰락이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비관적 진단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가운데, 위기는 도시보다는 농촌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심각한 과소화에 직면한 농촌의 현실은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 과소화는 주거, 의료, 복지, 일자리, 교육, 문화, 교통 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의 축소를 부른다.
공공의 영역 뿐만 아니라 시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마저도 자취를 감추는 농촌의 삶은 붕괴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절과 고립의 상태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제때 충족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는 농촌 어르신들의 삶은 '난민'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생활취약을 넘어 '생활사막(Life Deserts) 지역'이 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까?
지방의 소멸은 격차를 가속화시킨다. 농촌에서 빠져나가는 인구는 도시, 특히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도시는 갈수록 과밀화되고 농촌은 갈수록 과소화 된다. 이는 코로나 시대 '공멸의 시나리오'다. 포화지경에 이른 도시의 인구를 분산하고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면 농촌을 살려야 한다.
농촌이 살아나야 비대해진 도시도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전초기지로서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살려야 예측불가능한 환경 재난도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의 재생과 부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농촌교육 문제는 인구 문제
대한민국 교육은 학교의 전유물에서 지역공동체의 의무로, 지식중심에서 역량중심으로, 획일화에서 다양화로, 표준화에서 개별화로, 국가교육에서 지역교육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교육담론들은 일관되게 '삶의 회복'을 말하고 있지만, 그 삶의 구체적인 현장인 지방의 현실은 어떠한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단언컨대, 농촌 교육 문제의 핵심은 '인구 문제'다. 신규 인구 유입이 없다면 향후 3년 안에 묘량면에서 묘량중앙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수는 0명이 될 것이다. 묘량면의 자연력, 자생력이 사라진다면 마을교육공동체도 쇠퇴한다. 인근의 면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농촌에서 인구 문제를 빼놓고 교육을 논할 수 없는 이유다.
농촌은 인구의 자연적 감소와 사회적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자연적 감소보다 인구 이동과 유출에 의한 사회적 감소 문제에 착목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농촌의 교육을 외면하고 농촌을 떠나는 것일까? 이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지역사회와 지역교육 둘 다 소멸의 위기를 탈출할 수 없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인구구조변동에 따른 교육체제의 변화를 요구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폭이 클수록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변화의 진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교육정책은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교원의 수급을 조정하고, 교육재정 방식의 변화시키는 양적 대응과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 강화와 삶의 질 향상 방안, 혁신적인 교육시스템 재편 등 질적 대응으로 나눌 수 있다. 질적 대응의 측면에서는 교육의 열세 지역인 농촌에 사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지역공동체의 강화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농촌교육의 회생은 농촌지역의 재생과 밀접히 연관된 주제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인재를 길러내고, 지방의 교육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이 지역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더 이상 지역의 미래는 없다. 교육 문제 하나 해결한다고 지역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역에서의 삶은 정체되고 지속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농촌의 지역과 학교는 운명공동체다. 공생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된다. 농촌교육은 로컬 중심의 재편을 통해 지역과의 공생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제1회 농촌마을교육포럼'이 농촌 교육 회생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