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오미크론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8일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까지 89개국에서 보고되었고, 1.5일~3일 만에 2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최근 연일 최다 신규 확진자 수를 경신하고 있으며, 19일 하루에만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1만 2133건 발생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남아공에서는 한 달만에 확진자가 40~50배 증가하면서 하루 확진자가 2만 6천여명까지 늘어났다. 미국도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뉴욕주에서만 확진자가 2만 명을 돌파했다. 병원에 입원하는 코로나19 환자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지난 2주 동안 입원이 약 150% 증가했다. 미네소타 주 역시 2주 동안 입원이 2배 늘었다.
발견 초기 중증도가 낮은 것으로 관찰되어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일단 전파력이 높아 당장의 의료 대응 체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9일 CNN과 NBC 등에 출연해 "겨울이 깊어짐에 따라 오미크론은 우리를 앞으로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힘들게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파우치 소장은 "오미크론이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라며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전체 감염자 중 오미크론 환자 비율이 30∼50%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아직 오미크론 유행은 없지만...
12월 18일 기준 국내 감염자 중 오미크론 검출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높은 전파력으로 인해 결국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20일 방대본 코로나19 브리핑에서 "11월 해외 연구기관에서는 2~3개월 후에 주요 국가에서 우세 변이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오미크론 전파속도는 매우 빠르다. 앞으로 1~2개월 시점에 (한국에서도) 우세 변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방 상황이 충실하다면 약간 더 늦춰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19일 기준으로 영국 런던의 신규 확진 중 80%를, 프랑스의 경우 10%를 오미크론 변이로 추정하고 있다. 델타보다 중증도는 낮지만, 전파력은 빠르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략적인 분석 내용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22년에 EU 감염의 50%를 차지하는 우세종화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178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었고, 10명이 역학적 연관(확진자 중 변이검사 진행 중이면서, 오미크론 확정 사례와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해외유입 사례는 54명, 지역사회 전파가 134명으로 확인되었다. 지역사회 전파는 인천 교회 중심 전파 72명, 호남 어린이집 중심 전파 61명, 경남 입국자 관련 1명이다. 다행히 현재 전원 경증 상태다.
다만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중증과 사망 사례가 없지만 폐렴 소견이 있는 것을 감안해서 평가해야 한다"라며 "현재까지 확진된 사례가 60대 미만 95%이기 때문에, 고연령층에 전파가 되었을 때 임상 경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폐렴 소견이 있던 환자는 특정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30명 중 5명이며, 이후 임상경과가 더 악화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3차 접종까지 하면 오미크론 80% 예방"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해 화이자와 모더나와 같은 mRNA 백신 이외의 코로나19 백신은 오미크론 감염을 사실상 막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산 시노백과 시노팜은 오미크론 감염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으며,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6개월이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미크론의 백신 회피력이 우려를 낳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 중 5명은 3차 접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3명은 얀센 접종 후 추가접종자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3차 접종으로 오미크론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팀장은 "영국에서 최근 보고된 자료가 있다. 2차 완료한 백신이 mRNA냐, 바이러스 벡터(얀센, AZ 등)이냐에 따라 감염 예방효과에 차이가 있었다"라며 "그러나 3차 접종 했을 때는 모두 감염예방효과가 80%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보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델타 변이에서도 위중증·사망 예방의 경우 두 종류(mRNA, 바이러스 벡터)의 백신 모두 우수했다"라고 "오미크론의 경우, (백신의) 위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이 지난 11일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6개월 전에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을 끝낸 사람은 오미크론 변이에는 10%, 화이자의 경우 40%의 예방 효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3차 접종시 예방 확률이 70~75%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