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작은 외식회사에서 근무하며 주말에 대형 외식 브랜드 점포에서 시급제로 일하는 투잡인이며 자영업 단체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자영업 현장에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기사임을 밝힙니다.[기자말] |
"네, 배달 전문 업소는 시간 제약 없이 계속 영업을 하고 있었죠."
"그렇다면, 음식점은 상황에 따라 영업 제한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네요?"
"배달을 병행해서 영업했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런데 홀만 운영하던 음식점이 어느 날 갑자기 배달을 시작한다고 장사가 될까요? 배달은 영업 방식이 정말 달라요. 그래서 아예 배달을 포기하는 가게도 적잖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중단되기 며칠 전,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아래 전가협)에서 작은 회의가 열렸다. 그날 회의 의제는 코로나 시국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만간 집합·영업 제한 시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마침 회의에 참석한 자영업 종사자들과 정부의 지원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선별의 한계, 간접 피해는 본인의 책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대표적 피해 업종이라 생각한 '여행업', '공연업' 등이 간접 피해 업종으로 분류돼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 또한 애초에는 손실보상 대상이 아니었지만, 편의점 점주들의 반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편의점도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편의점 점주들의 반발에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동안 편의점은 비대면 시대의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의점과 함께 또 다른 수혜업종이라 알려진 배달(포장) 전문 음식점은 처음부터 손실보상의 대상이었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는 이유가 있었다.
배달(포장) 전문 음식점도 방역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접객 전문 음식점과 함께 '음식점 또는 휴게음식점' 사업자로 등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 서두에 언급한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러니까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이 부분이 새삼스러웠다는 거다. 그렇다면 비대면 수혜업종 종사자는 그 누구도 이번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사장 A씨는 서울의 모 대학 입구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제빵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매출도 꽤 올렸다. 더욱이 포장 판매가 주력이니 비대면 시대 특수를 누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내게 '배달음식점 창업'에 대해 조언을 요청했다. 알고 보니 인근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가게 매출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코로나 이전엔 한 번도 밀린 적 없었던 임대료도 수개월째 밀렸고, 그로 인해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했다. 당시 동석한 그의 아내는 "필요하면 나라도 배달 오토바이를 타겠다"라는 말로 자신들이 처한 위기 상황을 에둘러 전했다.
배달 외식 가맹점 사장 B씨도 같은 처지였다. 광주광역시의 모 대학 주변에 위치한 그의 가게는 처음부터 배달을 병행하던 음식점이었음에도, 학교의 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 떨어지는 매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를 만회하고자 '숍인숍(shop in shop, 한 가게에서 여러 브랜드 영업)을 선택했고 급기야는 5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용했지만 더는 버틸 수 없어 얼마 전 폐점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비대면 수혜업종이라는 제빵점, 배달음식점, 편의점조차 코로나로 촉발된 영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적잖았다. 다만 통계(평균) 숫자에 이런 피해 사례가 가려졌을 뿐이었다.
더불어 27일 '전가협' 단톡방에 올라온 어느 화장품 가맹점주의 호소는 '선별의 한계'를 강력히 시사했다. 화장품 가게의 경우, 사람들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에 의한 외출 감소와 더불어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으로 화장을 가볍게 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런데도 손실보상은커녕 경영위기 업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며 선별 기준의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도미노 효과, 외식법인들의 위기
현재 최전방 외식 가맹점의 피해는 도미노처럼 외식법인까지 흔들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도 코로나 재난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외식가맹사업을 하는 외식법인으로 2019년 말에 설립되었다. 그러니까 하필 코로나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여린 새싹에 불과한 신생 업체에 코로나 재난은 태풍처럼 너무 가혹했다. 그동안 우리 가맹점들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당연히 본사 또한 존폐의 갈림길에 몰리다 내부 논의 끝에 폐업을 결정하고 현재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보도된 <
사각지대 놓인 외식 기업의 눈물.."코로나로 손실 큰 데 보상은 없어">란 기사에 실린 내용 또한 그 대표적인 예일 듯 싶다. 그동안 영세한 소상공인들 눈치를 보느라 꾹 참고 있던 외식법인들도 백척간두에 몰리자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경제 시장에서 피해 대상을 정확히 '선별'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선별'이라는 거름망의 특성상 구멍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 이유가 선별에서 제외된 그들의 불만과 분노를 다독일 위로가 될 리는 없다.
빈익빈 부익부, 약자에게 가혹한 코로나 시대
영업 제한의 장기화로 '맛집'조차 배달을 병행하면서, 이제 모든 음식 종목이 뛰어든 배달 외식 시장은 생존을 위해 '할인과 서비스 음식 등'을 무기로 '치킨 게임장'이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최근 어느 유명 배달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는 매출이 지지부진 하자 배달 플랫폼 기업과 제휴하여 삼만 원대의 제품을 만오천 원 할인해 판매하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덕분에 매출은 올랐지만, 현장의 점주들은 한숨만 쉬고 있었다. 할인 금액 만오천 원 중 이천 원은 본사, 오천 원은 플랫폼 기업이 책임지고 나머지 팔천 원은 점주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문제는 이 때문에 타격을 받은 다른 브랜드의 점주도 한숨을 쉰다는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장품 업계에선 비대면 시대의 특수를 노린 본사가 온라인 자사 몰과 제휴 몰을 이용해 가맹점 매입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화장품을 판매하여 자신의 가맹점을 고사 시키는 어이없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교촌, BHC와 같은 인지도 높은 배달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은 높은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지난해 1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BHC가 올해도 '1000억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사가 나왔다. 여기에 유통사, 배달 플랫폼 기업들 또한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번 코로나 재난은 자영업계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키며 모세 혈관으로 흘러야 할 양분까지 기업들이 모두 거두어가게 만든 것이다.
며칠 전 평일 저녁, 투잡을 뛰는 나는 맞벌이 아내와 '견우와 직녀'처럼 오랜만에 저녁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마침 인천시에서 재난지원금 10만 원이 들어와 외식을 위해 인근 음식점을 방문했다. 꽤 큰 규모의 가게는 자리 대부분이 비어 썰렁했다. 시간은 벌써 오후 8시, 평상시였다면 느긋했겠지만 9시 영업 제한으로 서둘러 주문하고 바쁘게 음식을 비워야 했다.
식사 후 계산대에서 직원(책임자로 보였다)에게 현재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는 '위드 코로나' 때와 비교해 손님이 반의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평상시라면 영업 종료(11시) 이후라도 기존 손님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여유 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지만, 현재는 9시에 가게를 완전히 비워야 해 손님의 발걸음이 이미 8시부터 끊어진다고 했다. 이어 그에게 '손실보상'에 관해 물어보자 그는 어두운 얼굴로 올해 창업한 식당이라 보상의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그 음식점 또한 우리 회사처럼 '선별'되지 못하고 코로나란 광풍에 쓸려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