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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8일 오전 서울시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16∼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 18일 오전 서울시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16∼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쏟아지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음에도 이어지는 학부모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은 매번 견디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준다. 오늘 역시 깊은 내상을 입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 한 분이 들어오며 말했다.

"저는 2차 맞고 너무 힘들어서 3차는 안 맞을 거예요."

하루 7천 명이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그중 하루 평균 청소년 확진자 수가 1천 명 가까이 나오는 형편에 교사가 백신을 안 맞는다니 '뭐지?' 싶었다.

"제 몸에 제 목숨을 앗아갈 줄도 모르는 나쁜 균을 넣는데, 제 선택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라는 이유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왠지 공허한 토론이 될 것 같았지만 듣고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개인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죠. 하지만 함께 산다면 내 생명만큼 다른 사람들의 생명도 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자연인처럼 혼자 산다면 안 맞았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라...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죠?"

'왜 백신 맞는 걸 희생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를 지키고 남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 아닌가? 만약 백신을 안 맞아서 확진이 되고 학생들도 피해를 입는다면 이 선생님은 뭐라고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선생님이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나도 맞기 싫은데 억지로 맞았어요. 다른 사람 피해 줄까 봐. 그런데 나는 이 정부를 믿지 못하겠어요. 작년에는 백신 구매를 늦게 해서 백신 선택권을 안 주고 강제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하더니, 지금은 미국에서는 6개월 주기로 하는 추가 접종을 우린 과학적 근거 없이 3개월 지나면 맞으라고 하고... 중증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적다는 청소년들을 안 맞으면 학원도 못 가게 하겠다니. 이게 공산주의, 독재 아니면 뭐예요!"
"맞아요. 공산주의예요."


3차 백신을 안 맞겠다고 하신 선생님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맞장구를 쳤다. 백신 접종에 독재나 공산주의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작년에 정부에서 백신 구입이 늦었다는 비판에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해요. 하지만 1차 접종 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고, 미국은 6개월인데 우리는 과학적 근거 없이 3개월로 줄였다고 독재니 공산주의니 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같아요. 백신 효과가 3개월 이후부터 떨어져서 3개월 후부터 접종한다고 질병청이 발표했잖아요."
"민주주의라면 개인의 선택권을 줘야지? 백신을 맞느냐 안 맞느냐? 또 맞는다면 어떤 백신을 맞느냐 하는 선택권은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선택권이 없잖아요? 그러니 독재, 공산주의 맞잖아요?"

"지금도 안 맞고 싶은 분은 안 맞잖아요?"
"어떻게 안 맞아요? 생활을 할 수 없는데."

"그럼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100%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나요? 저 역시 백신을 맞는 것이 불안해요. 웬만하면 안 맞고 싶어요. 제가 안 맞아서 저만 문제가 된다면 저는 안 맞을 거예요. 하지만 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저 때문에 가족의 건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싫든 좋든 수많은 만남 또는 직간접적인 접촉을 해야만 하잖아요. 당장 10분 후 30명이 있는 교실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만 주장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요."
"그래요. 그래서 저도 맞았어요. 제가 문제시하는 것은 선택권을 주라는 거예요. 왜 강제로 밀어붙이냐는 거예요. 작년에 OECD 국가에서 백신 선택권을 주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는 없는 것으로 알아요. 왜 주지 않았냐면 백신 구입이 늦어서 주지 못한 거죠."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초기에, 그러니까 1차 접종 때 OECD 국가에서 백신 선택권을 준 나라가 백신 제조국인 미국, 영국 말고 있었나요? 지금은 백신이 여유가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맞은 사람들은 모더나와 화이자 중 선택할 수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은 백신밖에 없다 
 
 코로나19 백신 기본접종과 추가접종(3차접종) 간격이 3개월로 조정됨에 따라, 추가접종 기간이 앞당겨진 사람은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는 모습.
코로나19 백신 기본접종과 추가접종(3차접종) 간격이 3개월로 조정됨에 따라, 추가접종 기간이 앞당겨진 사람은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는 모습. ⓒ 연합뉴스
 
이후 한참의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결국 서로 얼굴만 붉히고 말았다.

함께 사는 세상이니 개인의 자유는 어느 정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것이 생명과 관계된 것이라면 제한할 수 있는지, 방역 당국의 조치가 결과론적으로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 그리고 교육의 부재로 인한 학력격차, 학생들의 일탈 증가 등이 심각한 수준임은 인정하지만, 전원 등교에 집착(?)해서 원격으로 전환하려면 교육청과 협의하라며 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했던 교육부의 방침이 적절했는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나는 우리가 해 온 일에 대한 평가는 잠시 뒤로 미루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집중했으면 한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두려움, 불신이 있다. 하지만 다른 대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 비록 돌파 감염이 있지만 감염률이, 그리고 중증화율이 확실히 낮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이다.

백신밖에는 대책이 없다.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아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부는 전면 등교, 2/3 등교라는 허울에 집착하지 말고 일선 학교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등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계속되는 한, 3차 접종뿐만 아니라 4차, 5차 접종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그때마다 이런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참을 우리는 혼란한 상태로 서로를 사갈시하며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힘든데 서로가 서로를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만 그로 인한 갈등은 어쩌면 훨씬 오래 그리고 심하게 우리를 아프게 할 것 같아 걱정이다.

#백신 접종#백신 부작용#확증 편향#학교 방역#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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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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