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겨울방학이다. '방학'의 사전적 의미는 놓은 방(放), 배울 학(學) 말 그대로 '학업을 놓고 쉬는 기간'이다.
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이끌린 교육관계자들의 영상에서는 앞다투어 겨울방학은 아이들의 성적을 드라마틱하게 (수능강사들 표현에 의지해보자면) 변신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여름방학에 비해 긴 시간이라는 장점, 추운 날씨 탓에 외부활동이 적어지니 실내에서 노는 것에 한계를 느낀 아이들마저 공부를 할 수 도 있는 적기라는 것이 그들의 해석이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겨울방학은 여름방학 대비 갈 곳도 없고, 해야 할 것은 많은 그런 시기가 약간은 힘겨운 시기다.
요즘 아이들은 보면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아이들의 현주소는 참혹하다. 매주 바뀌는 스케줄, 언제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정체모를 불안감, 게다가 한참 뛰어 놀 시기에 정적인 활동을 해야 하니 손발이 묶인 기분마저 든다고 한다.
최근 초등교육에 '문해력'이 큰 키워드로 대두됐다. 문해력은 문해(文解) 또는 문자 해득(文字解得)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위키백과 참조).
하지만 문제는 이 문해력이 지나치게 '공부' 중심적인 사고로 이해되고 수용된다는 사실이다. 문해력이 좋으면 '공부머리'가 좋아진다거나 문해력이 높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과목이 '불수능'이 되면서 엄마들의 불안감을 증폭됐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위에 언급한 공부라는 단어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네이버 사전 참고)가 아닌 '성적'이다. 성적과 공부는 그 개념에서 매우 차이가 크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고, 성적은 학생들이 배운 지식, 기능, 태도 따위를 평가한 결과(네이버 사전 참고)다.
문해력이 높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확률을 높으나 성적이 잘 나온다는 것은 확답하기 어렵다. 공부와 달리 성적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잘 나오기 위해서는 문해력뿐만 아니라 인내력 즉, 엉덩이의 힘이 추가된다. 그리고 시험 당일의 컨디션도 좌우된다.
문해력이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공부'와 '성적'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해력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 해당된다.
다시 문해력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살펴보자. 그리고 왜 인류는 이토록 문해력을 강조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것은 문해력의 사전적 의미에 답이 나와있다. 인류가 모든 언어영역을 활발히 하는 문해력 향상을 위해 애 쓴 이유는 공부나 성적이 아닌 서로간의 소통이 원활하기 위함이다. 세대와 이념을 초월해서 읽고 쓰고 말하고 듣기 행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잘 소통하는 것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해력의 진짜 의미는 그것이다.
아이에게 문해력 교육을 할 때 반드시 공부가 아닌 소통과 이해라는 키워드를 먼저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번 겨울방학, 그 어떤 겨울방학 때보다 춥고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아이에게 공부나 성적의 키워드 말고 진짜 아이의 마음과 생각,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그런 문해력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