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니와 점심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함께 사는 것은 아니나 일주일에 한번은 방문하여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팔순이 가까이 된 어머니와 보낼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헤아려보게 되어서지요. 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제 곁에 계실 때 애틋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갈비탕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가 먼저 와 계십니다.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QR코드로 접종 완료 확인을 하려 했습니다. 방역패스가 시작된 지 몇 주 안 된 터라 미처 QR코드가 미접종 상태인 것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식사도 미리 주문하였는데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어요.
직원분은 새로운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때 벌금이 300만 원에 이른다고 하시며 난처해 하셨고요. 혹시 병원에서 받은 접종에 대한 문자 메시지가 있는지 물어보셔서 겨우 보여드리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하셨냐고 여쭤보니 지갑 안에 '접종완료'라고 쓰인 카드를 가지고 다니시더군요. 저도 허둥지둥 하는데 핸드폰 앱을 잘 사용하지 못하시는 어르신분들이 QR코드를 사용하는 건 무리일 듯합니다(이날 이후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QR코드를 접종 완료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친 분들이 대부분인데도 코로나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70대 후반이시라 이미 백신을 맞으신 지 3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어머니께 매주 방문할 때마다 3차 접종을 받으실 거냐고 여쭤보아도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주변에 3차 접종을 받으신 분들이 1, 2차 접종 때보다 심한 몸살 등의 증상으로 며칠씩 힘들어하셨다면서요. 아마 어머니도 3차 접종 후유증이 꽤 걱정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걱정과는 달리 12월 초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3차 접종을 권고하는 안내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청] 오미크론 바이러스 발생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더욱 필요합니다. 60세 이상 어르신은 가까운 병의원에서 3차 접종을 조기에 마치시기 바랍니다."
어머니가 이런 반응인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 듯합니다. 요즘 70, 80대 어르신분들도 단체 카톡방에서 메시지를 빈번하게 주고 받으십니다. 아마 젊은 분들보다도 더 많이 여러 뉴스들을 접하실 겁니다. 한동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있는 카톡방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한 시간이 넘는 동안 계속되는 문자와 사진, 동영상 등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저명한 의사 선생님들 몇 분이 백신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셨다고 합니다. "3차 접종은 받을 필요가 없으며 1, 2차 접종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라고요. "특히 초등학교 등 학생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도 말씀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몇몇 의사, 한의사 등 의학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굳게 믿고 계신 듯 했습니다.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자식이나 주변으로부터 제대로 존경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래의 친구들이 메신저로 정보를 '배달'해 준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라며 "기존 미디어를 선택적으로 바라보는 데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게 힘들어 가짜뉴스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2018년 한국일보 기사 내용 중).
코로나 접종 부작용이나 사망 사례가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고 있어 불안감을 가지게 합니다. 어머니 친구 분 남편도 건강하시다가 접종 한 달 만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어머니와 다정하게 근처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잠재울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릴 수 없는 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다음 달이면 저도 3차 부스터샷 접종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소수의 특수한 사정이나 의견도 존중되고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차후 계획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