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법원이 유사한 사건에서 허위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 제공을 사기죄로 인정한 판례가 있어 주목된다.
<오마이뉴스>는 피고인이 여러 회사에 허위 경력이 적힌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관련 경력이 풍부한 것처럼 행동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과 2심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다. 지난해 5월 14일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허위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공한 것은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에 해당한다"면서 "피고인의 허위이력서 제공 등의 기망행위와 임금 지급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올해 2월 10일 선고된 항소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사건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할 뿐 아니라 오히려 "원심 형이 다소 가벼운 것으로 인정된다"면서 집행유예를 걷어내고 징역 1년 실형에 처했다.
형법학자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는 이 판결과 김건희씨의 경우에 대해 "해당 판결의 전체 취지를 보면, 경력을 속인 이력서로 인해 회사가 무자격자에 대한 임금지급 등에서 재산상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라면서 "이 판결에 비춰보면 김건희씨도 사기죄에서 얘기하는 기망의 고의가 인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일 변호사(사람법률사무소)는 "해당 판결례로 봤을 때 이력서가 허위냐 아니냐가 핵심이고, 허위라면 기망과 임금지급과의 인과관계가 인정이 되어 사기죄가 성립된다"면서 "일부에서 허위 이력서 제공 행위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최근 판결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현재 김씨 고발 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경찰도 이 판결례를 충분히 참조해야 하며, 사기죄 단서 수집을 위해 필요하다면 압수수색까지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김건희씨를 사기와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등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들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이날 고발인조사에 출석했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경찰에게 허위 이력서 제공을 통한 사기죄 적용 판결례를 제시했고, 다른 사례도 더 제출하기로 했다"면서 "김씨의 허위 이력서 제출을 통한 사기 행위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고의적으로 진행된 것이고, 공소시효 또한 남아 있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또한 위계 업무방해죄·사문서위조 등도 사실관계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20여 개 교육단체가 모인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와 전국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대학노조, 민생경제연구소는 "김씨가 무려 20여 개에 달하는 허위·날조 경력으로 고등교육기관과 학생들을 기망했다"고 주장하며 김건희씨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고발 단체들은 "이는 유례없는 교육사기 사건이며, 최대 피해자는 우리 학생들이어서 교육시민단체들이 고발하게 됐다"며 "공소시효 10년인 사기죄의 경우 현재에도 김씨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