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부산사투리' 등에 이어 '감천문화마을', '부산 동래·구포장터', '박재혁 의사 유적', '사직야구장', '부산민주공원' 등이 부산의 미래유산으로 추가 선정됐다. 부산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담은 미래유산을 찾는 작업은 햇수로 3년째 계속돼 올해까지 총 60건으로 늘어났다.
부산을 상징하는 근현대 유무형 유산
31일 부산시가 공개한 부산의 미래유산은 모두 11건이다. 첫 번째로 등재된 동래구와 북구의 3·1운동 발상지는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저항 정신이 깃든 장소다. 당시 부산 사람들은 동래장터·구포장터 등 오일장에서 일제에 항거하는 만세운동에 나섰고, 지금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항쟁을 기념하고 교육하는 상징적인 공간인 부산민주공원과 최근 전망대 설치로 논란이 된 남구 황령산 봉수대도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유산 목록으로 올랐다. 시는 "상징성과 미래성, 지속성 등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부산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 금정구·동래구·연제구를 지나 부산 앞바다로 연결되는 부산 온천천, 순직 경찰과 육해공군을 기리는 중구 중앙공원 내 충혼탑, 야구도시 부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직야구장·응원문화도 같은 의미로 부산의 미래유산으로 정해졌다.
기장군의 특산품인 기장 미역, 독도가 조선 땅임을 알린 안용복 유적, 의열단으로 부산경찰서 폭탄투척 의거에 나섰던 박재혁 의사 유적,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유적 역시 중요한 부산의 미래유산으로 꼽혔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2019년 11월 '미래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통해 미래유산을 선정할 근거를 마련했다.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지역의 유·무형 유산 중에서 가치있는 것들을 찾아 보존·관리하자는 의도였다. 이를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산시 미래유산 보존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부마민주항쟁, 초량왜관,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 다대진성, 박차정 생가터, 6월 항쟁도, 산복도로, 용두산공원, 어린이대공원, 영도선착장, 부산 사투리, 자갈치·국제시장, 부산밀면 등이 앞서 부산의 미래유산이 됐고, 올해도 117건을 후보군으로 제시해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 중 추려낸 59건의 후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위원회 심의, 소유자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11건을 확정했다.
부산시는 그동안 발굴한 60건의 미래유산을 널리 알리는 작업에도 나선다. 김미영 시 문화유산과 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미래유산을 찾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3년간 발굴한 미래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부산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알리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이후 계획을 설명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미래유산의 공유를 강조했다. 이날 박 시장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주변 미래유산의 의미와 가치가 부산 시민에게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시 외에도 미래유산 제도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서울시와 전주시가 조례를 제정해 미래유산을 지정해왔고, 충청북도나 제주 서귀포시에서도 같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치있는 근현대 유산들이 사회변화와 개발로 멸실·훼손되기 전에 미래세대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