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사장님이 있다. 광주에서 실내 체육 시설을 2018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부로 시행 종료되었던 코로나19 신용 사면 대상에 포함되어 2000만 원 이하 채무의 단기 연체의 기록은 사면받았다. 뜻밖에 받은 연말 선물 같아 사면을 받으며 기뻤다고. 이로써 나이스, KCB 등 신용평가사에선 단기연체 중으로 기록되는 연체의 기록은 사라지게 되었다.
신용정보상으로는 연체가 90일, 즉 3개월을 경과한 연체의 금액을 장기연체로 본다. 사장님은 한국 신용 정보원 신용정보상 연체정보로 등록이 되는 장기 연체의 기록은 지우지 못했다.
이 대출은 단위가 커서 이자도 덩달아 높아 장기 연체가 된 것이다. 이 대출도 원칙 적으로라면 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은행이 만약 내지 못한 700만 원의 원금과 이자의 실 연체금액을 신용 정보원에 등록했다면 장기 연체 기록도 지워졌을 거다. 근데 은행이 이자의 실 연체 대금이 아닌 대출 잔여 원금인 3700만 원을 등록해 버린 거다.
이 사장님은 이 내용을 금융위원회 신문고에 제보를 해 보았다고 했다. 결국 전화가 걸려 왔고 위원회는 취하를 유도했다. 이에 취하를 했다가 아무래도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해야겠다 싶어 다시 제소를 했다.
이번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을 시켰다. 감독원은 14일 동안 은행과 자율적으로 합의를 해보라고 권유했고 은행과 협의한 결과, 은행의 합당한 절차와 사유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결국에는 무산이 되었다(이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의견은 은행이 등록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이다).
한 자영업자의 카페에서 투표한 수치를 보면 이렇다. 투표에 참여한 총 260분의 사장님들 중에 2000~3000만 원을 빌린 사장님은 21.9%다. 나머지 80%인 범주에 속하는 다수의 사장님들은 3000만 원 이상의 고액을 빚을 지고 있었다.
많은 사장님들은 한도를 2000만 원을 두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이 금액은 실제 대출금이 아니다. 은행에서 연체를 한 금액을 명시하면 그 금액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대출의 종류와 금융회사별 정책에 따라 실 연체금만 등록하는 경우가 있고 잔여 대출 원금 전체를 등록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장님들은 한도를 정하는 것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2000만 원으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진다. 연체기록을 지우지 못하면 자영업자가 코로나를 이기고도 홀로 설 수 없는 마당이다. 사장님들은 연체기록을 지워서라도 다시 코로나 이후에 도전을 해보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좌절을 주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도를 없애서 한번 더 이 금융 구제가 필요하다고 많은 사장님들이 읍소를 하는 이유다. 금융구제가 세 번까지는 없어도 된다. 대신 피해를 입증하는 것을 전제로 코로나 시기에 피해를 입어 은행에 연체를 하게 된 모든 기록을 지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이전이 0이라고 칩시다. 그러면 다시 코로나가 끝나도 0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잖아요. 물론 소상공인 대출받기 힘든데 정부를 통해 대출을 받아서 급한 것은 다 막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날개를 펴려면 단기든 장기든 기록이 남아서야 되겠습니까?
이게 단기와 장기를 가릴게 아니라 이겁니다. 단기 두 번을 연체를 해봤습니다. 이거 삼 년 가요. 장기 연체요? 오 년 갑니다. 코로나 끝나고 모든 지원 다 끊겼을 때 말이에요. 연체기록 있으면 의지가 있어도 일어설 수 있겠습니까?
1월 3일로 잠정 예고된 코로나 피해 저신용 소상공인 희망대출 지원 계획이 발표되었잖아요. 2022 소상공인 정책자금인 희망대출이요. 100만 명에게 1000만 원씩 주는 거요. 1~1.5% 초저금리로 지원된다니까 무슨 일이 생긴 줄 아세요? 그거 받으려고 벌써부터 신용도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사장님들도 계시다니까요.
이런 분들이 생기지 않게 필터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요. 당장 천만 원 초저금리로 받으면 뭐해요. 그것도 당연히 빚이잖아요. 자신이 값아야 할 돈 아닙니까? 그러면 신용관리를 해야죠. 그게 맞는 방향 아닙니까? 장사 한두 달 할 겁니까? 이거 장기전입니다. 장사하시던 분들 직장 생활 다시 하라면 못합니다. 게다가 코로나 시대 때 하다 말다 제대로 장사 못하셨던 사장님들은 더더욱 그럴 거예요.
인터뷰에 응한 다수의 사장님들은 당장 내년의 일부터 걱정하면서 첫째, 한도를 없앤 금융 구제안을 요구했다. 두 번째는 장기와 단기를 가리지 않는 코로나 피해 금융구제안을 원했다. 셋째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이 기간만큼의 광범위한 금융구제안을 강력히 요청했다.
"빚을 없애 달라는 것이 아니잖아요.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장을 보장해 달라는 겁니다. 압니다. 정부도 힘들고 형평성이니, 도덕적 해이니 말이 많은 것을 저도 알아요. 하지만 2년의 시간에 빚의 원금은 둘째로 치더라도 연체 기록만이라도 없애 달라 이겁니다. 월세 못 내도 빚부터 갚고 있는데 이마저 못 낸 거면 진짜 어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대선후보들 우리 입장을 좀 들어주세요. 우리의 앞길을 열어주세요. 코로나 끝나면 다시 열심히 할 수 있게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좀 만들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