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본부 쇄신 발표를 한 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그 정도 정치적 판단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라고 향후 조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발표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자진사퇴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호칭 없이 "윤석열" 혹은 "윤석열이"로 부르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5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나서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후보가 사전에 사퇴를 요청했느냐'는 물음에 "나는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난 3일에 해프닝이 벌어진 거 아닌가. 내가 무슨 사의를 표명했다고 그래서 내가 윤 총장한테 전화로 그랬다. 그만두면 딱 그만두는 거지 사의 표명하고 내가 당신한테 사의를 반려받는 그런 짓은 안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라며 "그다음에 전화 와서 '그럼 제가 잘못 전해 들은 걸로 하겠다'고 해서 정정보도가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매머드급 선대위 내가 처음부터 말한 것"
김 전 위원장은 매머드급 선대위를 슬림화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표를 두고 "아니 그 매머드 선대위는 내가 처음서부터 얘기한 거 아닌가"라며 "항공모함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동력이 없었다. 내가 기동 헬기를 띄워서라도 어떻게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해보려니까 잘 안 됐다. 그러니까 내가 선대위를 근본적으로 개편을 하자고 내가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꺼내든 인적 쇄신 카드에 '쿠데타'라며 불쾌해했다는 윤 후보를 두곤 "내가 뭐 쿠데타를 했느니 무슨 상왕이다 이딴 소리 한 거 아닌가. 이준석이 하고 짜고서 뭘 했느니 이딴 소리를 하는 거다"라며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서, 뭐가 답답해서 이준석이 하고 쿠데타를 하겠나. 나는 그런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내가 도와줄 용의는 전혀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보기엔 후보가 자기 명예에 상당히 상처 입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얘기 하는 걸 보고서 더 이상 내가 이 사람하고는 뜻이 맞지 않으니까 같이 일할 수 없다는 판단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자신의 '후보가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발언에 문제제기하고 있는 데에 김 전 위원장은 "그거는 통상적으로 후보와 선대위가 서로 합치돼서 가야 선거가 제대로 이뤄지고 실수가 안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며 "그걸 과도하게 해석해서 내가 후보 무시했느니 그런 소리 한다는 게 나는 상식에 벗어난 소리라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윤핵관, 개인 위해 일하는 사람들... 윤석열 안목 없어"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의 난맥상 원인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월권을 제어하지 못한 윤 후보의 정치적 미숙함에 있다고 짚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정치를 처음 해본 사람이고 선거를 처음 해본 사람이니까 감이 잘 안 잡혀서 무조건 사람만 많이 모이면 좋은 줄 알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잘 안 움직여지니까 지금 이런 현상이 초래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핵관인지 측근인지 모르겠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로 모여 있다"라며 "후보가 돌아다니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면 그것이 지지도 상승효과로 작용해야 될 거 아닌가. 그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대통령 후보가 가능성이 있다고 그러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이게 돼 있다"라며 "그 사람들을 어떻게 좀 선택을 해서 쓰느냐 하는 그런 안목이 있어야지 성공을 할 수가 있는 건데 그런 게 없으니까 지금 이런 현상이 초래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핵관은) 다들 개인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선대위에서 내가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와서 윤석열 당선 도와준 유일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뜻이 안 맞는다는 걸 확인했다... 내가 조언할 게 뭐 있나"
이준석 대표를 감싼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할 땐 윤석열 후보의 호칭을 생략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이준석 대표를 감싼다는 이딴 소리를 또 윤석열 주변 사람들이 한 거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이준석 대표 보고 그랬다. 당신은 국민의힘 대표니까 윤석열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해야 된다. 만약에 윤석열이가 안 되면 당신의 운명도 같이 끝나는 거라고 했다. 그걸 생각을 해서 좀 선거운동에 열의를 보이라고 내가 얘기를 한 것"이라며 "선대위에 들어오라고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엔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면서 "자기네들이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거에 대해서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별의 순간이 왔으면 그걸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가 요청하면 도울 것이냐'는 물음엔 "더 이상 뜻이 안 맞는다는 걸 내가 확인했다"라며 "자기네들 나름대로의 무슨 판단을 해서 할 텐데 내가 특별히 조언할 게 뭐가 있나"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