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일하는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잘 쓴 원고가 들어오면 몇 번이고 읽으며 부러워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몰라 좋아하는 작가의 글쓰기 강좌를 신청했다. 매주 정해진 책을 읽고 그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쓰다 보니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글을 잘 쓰려고 수업을 들었는데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잘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은 끝났지만 계속 글을 쓰고 싶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어 읽고 쓰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격주에 한 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순서를 정해 발표도 한다. 가끔 발표 글이 너무 좋으면 사람들은 발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마이뉴스>에 보내 봐."
난 이 모임에 와서야 일반인도 기사 투고를 하고 시민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매체가 있다는 걸 알았다.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인터넷 매체다. 근거만 확실하다면 개인의 이야기도 기사화될 수 있다.
내 글에 애정을 갖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요즘은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포털 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인스타, 브런치도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다른 플랫폼과 명확한 차별점이 있다. 기사의 형태라는 것,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글이 공개된다는 것도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차이는 <오마이뉴스>에는 내 글에 애정을 가져주는 '편집 기자'가 있다는 거다.
<오마이뉴스>에서 19년간 편집 기자로 일하고 있는 최은경 기자가 최근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이라는 책을 냈다.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차 편집 기자의 읽고 쓰는 삶'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편집 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시민기자가 투고한 글은 어떻게 기사화되는지, 좋은 기사는 어떤 것인지, 시민기자와 편집 기자의 관계는 어떤지 등의 내용이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실려있다.
시민기자와 그들의 기사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개인적인 글쓰기가 아닌 공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투고해 본 사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투고해 보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어느 날이었던가. 내가 모임에서 글 발표를 한 후, 누군가가 "<오마이뉴스>에 보내 봐"라고 했을 때 어찌나 가슴이 벅차올랐던지. 많은 시간을 들여 퇴고하고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내 글이 기사화됐다는 소식을 처음 카톡으로 받았을 때는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
엄마에게 그 기사 링크를 보냈는데 엄마는 이제 내 딸이 글을 써서 먹고 살게 됐다며 좋아하셨고 엄마의 친구들은 딸이 기자가 되었냐며 엄마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마이뉴스>에 회원가입을 하고 기사를 보내면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을 시민기자 기사에 대한 편집기 자의 마음을 알게 되어 곳곳에서 울컥했고 고마웠다. 내 글에 애정을 가져주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 생각만 해도 든든하지 않은가.
한번은 내가 보낸 글이 기사화 되지 않아 낙심해서(사실 부끄러워서) 한참 기사를 쓰지 않았다. 6개월쯤 지나 기사를 보냈는데 편집 기자(책의 저자)의 전화를 받았다. 맨 앞의 에피소드가 언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1년 전쯤 있었던 일이다. 그대로 말하니 편집 기자는 시의성이 중요하다며 최근의 에피소드로 수정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 기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 같아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당시 나는 동화 공모전에 꾸준히 응모 중이었고 꾸준히 떨어지는 중이었다. '내가 그렇지, 뭐. 관둬, 관둬' 하는 마음이 올라왔으나 글이 좋으니 꼭 수정해서 달라는 편집 기자의 쪽지를 보고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수정해 보냈다. 그 후로도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편집 기자가 보낸 글이 좋다는 쪽지를 보고 또 봤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세요"
"톱기사가 될 만한 글을 계속 쓰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글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외부 요인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그냥 이런 날도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이겨낼 때 그들은 시민기자에서 작가로 성장했다. 시민기자로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밑거름 삼아 책을 낸 사람이 여럿이다. 작가가 된 시민기자의 첫 글을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다음 작가는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이면 좋겠다. (p.93)"
목차를 보면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세요'란 꼭지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꼭지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서 독자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영입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안 해 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그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p111)", "시민기자에 도전하세요. 무엇이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P161)", "그 이야기는 기자님만 쓸 수 있으니 계속 써 보세요(p196)", "오마이뉴스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다(p227)".
책을 다 읽은 나는 저자의 마음과 같아지면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올려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된다.
이 사회에는 분명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실상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다. 나는 나와 비슷한 지역에 살고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갖게 되고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에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올라온다. 코로나 시기에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 이야기, 자영업자 이야기, 몸이 아픈 사람 이야기, 택배 노동자 이야기 등 뉴스에서만 접했던 그들이 한 사람의 삶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특히 '사는 이야기'에서 내 일과 생활에 자극을 받을 때가 많다. 누군가 "책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다"고 말할 때, 내가 떠올리는 것은 '사는 이야기'였다(책 읽을 시간이 없다면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구독하세요!). 시민기자들이 자신의 일과 삶 속에서 사유하고 성찰한 그 수많은 글을 꼼꼼히 읽으면서 '내 삶은 지금 어떻지?', '나는 과연 잘 살고있는 걸까?'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매일 삶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21)"
이 기사를 읽고 글을 쓰고 싶어 가슴이 뛰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당신의 삶과 생각을 나누어 주길 바란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만이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