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렵죠."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서울 선대위 출범식에서 만난 A 의원의 말이다. 서울의 전통적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구 의원인 그는 "전에 비하면 만나는 시민 분들의 표정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우리가 많이 부족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역전, 그러나 서울만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앞서고 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하고 있는 정례 여론조사의 최근 5주(12월 2주차~1월 1주차) 지지율 흐름이다. 꾸준히 윤 후보에 밀리던 이 후보는 12월 5주차에서 역전한 뒤 1월 1주차에서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전국 지지율> (12월 2주~1월 1주)
이재명 39.7% - 38.0% - 39.7% - 40.9% - 40.1%
윤석열 45.2% - 44.4% - 40.4% - 39.2% - 34.1%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A 의원의 진단이 '엄살'은 아니었다. 2주 전 전국 지지율에서 역전했던 이 후보였지만 서울 지역 지지율은 여전히 윤 후보에 뒤지고 있다. 아래는 같은 여론조사의 최근 5주 서울 지지율 흐름이다. 1개월 사이 윤 후보의 서울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한 모양새다.
<서울 지지율> (12월 2주~1월 1주)
이재명 35.8% - 36.2% - 34.4% - 36.9% - 36.4%
윤석열 46.1% - 46.5% - 42.1% - 40.5% - 37.0%
서울은 최근 굵직한 선거에서 연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문재인 현 대통령)는 모두 상대 후보를 큰 격차로 눌렀다.
3자 구도에서 승리했던 지난 대선(2017년)의 문재인 후보는 서울 득표율 42.3%(홍준표 후보 20.8%·안철수 후보 22.7%)를 기록했다. 일대일 구도에서 패배했던 이전 대선(2012년)에서도 문 후보는 서울에서 51.4%의 표를 얻으며 박근혜 후보(48.2%)를 앞섰다.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국회의원 49석 중 각각 41석(2020년, 미래통합당 8석), 35석(2016년, 새누리당 12석·국민의당 2석)을 차지했다.
"서울 지고 선거 이길 수 있나?"
전세가 뒤집어진 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였다. 선거 구도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했다 하더라도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이 39.2%에 그쳐 57.5%를 얻은 오세훈 후보에 약 18%p나 뒤졌다.
A 의원처럼 서울의 전통적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구의 B 의원은 "지금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많이 회복되긴 했으나 여전히 힘든 건 사실"이라며 "서울에서 지고 선거에 이길 수 있나? 서울은 너무도 중요하고 상징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B 의원은 서울 열세의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이재명 후보가 잇따라 부동산 공약을 내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른 영역에선 문재인 정부의 계승·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만큼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족한 점을 묻는 말에 "모두가 알지 않나. 부동산"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선 평소 제가 하던 '부동산으로 돈 벌지 못하게 하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셨다"라며 "(하지만 그에 맞는) 금융·조세·거래 제도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기재부와 국토부가 하지 못했다. 지지율 폭락의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큰 피해를 입은 것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엔 악재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당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1% 감소(3300만 원→1900만 원)했고, 매출액도 전년 대비 4.5% 감소(2억3500만 원→2억2400만 원)했다.
2020년 서울의 소상공인 사업체 종사자수는 약 101만 명(사업체 수 537개)으로 서울 인구 955만 명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즉 서울에서 열세를 보이는 여당 대선후보 입장에선 주요하게 공략해야 할 직업군인 것이다. 이 후보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을 직접 발표하고, 윤석열 후보에게 코로나19 손실보상금 토론을 반복해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쑥쑥 빠지는 3040 서울 인구
한편 서울의 고령화에 따른 보수화를 더불어민주당 약세 이유로 꼽는 견해도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1.2%였던 고령화율(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8년 14.1%로 늘어났고, 2021년 2·3분기 각각 16.1%·16.3%를 기록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20대의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3040세대 인구가 서울에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약 332만 명이었던 3040세대 인구는 2021년 3분기 약 301만 명으로 줄었다. 집값에 민감한 3040세대가 서울에 머물지 못하고 수도권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인천·경기 지역 이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서울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 소개한 여론조사의 인천·경기 지지율만 비교해보면 이 후보가 12월 3주차부터 윤 후보를 제쳐 가장 최근(1월 1주차)엔 격차를 약 10%p로 벌렸다(전국 지지율 첫 역전은 12월 5주차).
<인천/경기 지지율> (12월 2주~1월 1주)
이재명 40.3% - 42.5% - 42.9% - 44.8% - 42.0%
윤석열 43.8% - 40.8% - 38.9% - 36.0% - 32.3%
서울 내 지역구의 C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동산 등 문제로 서울의 선거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다행히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보단 훨씬 나아졌다. 특히 상대인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측의 실책이 널리 퍼져 분위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지표 참고] http://omn.kr/1imkg 덧붙이는 글 |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