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거제)과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합병이 무산됐다. 두 회사의 결합에 대해 국내외 '독과점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불허'한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 후반 정부 자금 지원으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후 유럽연합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3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우려해 두 회사의 합병 승인을 불허했다.
LNG 운반선 선사들이 몰려 있는 유럽은 조선업 세계 선두인 두 업체가 합병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은 60%로 높아진다.
두 회사 합병에 대해 지금까지 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에서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유럽연합의 불허가 현재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해외 독과점 심사가 마무리되면 결정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현대중공업은 입장문을 통해 "EU 공정위가 오래 전에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의 결정에 반하는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고 했다.
그동안 거제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입장을 보이며 정부에 '재검토'를 건의하기도 했다. 거제시는 시민 11만명이 참여한 '매각 반대 서명부'를 정부 측에 내기도 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고집하는 것은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도내 1200여 조선 협력사와 기자재업체 등 지역경제에 심각한 고용위기를 불러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활동을 벌여온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대우조선해양 매각 저지 경남대책위'는 14일 오전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힌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 천막농성뿐만 아니라 도보행진, 공정거래위원회 앞 농성과 집회 등을 열어 왔다.
대우조선지회는 미리 낸 자료를 통해 "밀실 야합 현대 재벌 특혜에 불과한 대우조선 졸속, 동종사 매각은 거제·경남 지역을 넘어 조선산업 전체를 파탄내고 불승인으로 결정났다"며 "그 여파는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절차와 과정, 결과 모두 명백한 특혜이자 독과점 문제 등으로 결함투성이인 대우조선 매각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많은 단체에서 나썼지만 산업은행은 은행의 논리로만 무조건 매각만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팡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이 모든 것은 6개월이면 끝을 내고 안 되면 자리를 건다고 큰소리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