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는 저에게는 한 가지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7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는 저는 지금까지 빠르면 새벽 두 시, 보통은 새벽 세 시쯤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좀 늦은 날은 새벽 네 시쯤에 잠자리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낮 열두 시 정도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어떤 날은 밤을 꼬박 새고 아침이 돼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그랬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 같은 은둔형 외톨이에게 날 새는 것쯤은 전혀 부담스러울 게 없는 일입니다. 낮에 자면 되니까 아무 부담 없이 날을 샐 수 있습니다.
또 저 같은 은둔형 외톨이에게 날 새는 것쯤 아무 어려울 게 없는 일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글 몇 개 읽고나면, 그러고 나서 '이렇게 놀지만 말고 일도 좀 해야지' 싶어 쓰고 있는 반려동물 소설 몇 구절 고치거나 추가하고 나면 어느 새 날이 밝아있습니다.
세 가지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지 오늘로 나흘째입니다. 아직 이렇다하고 내세울만한 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작은 첫걸음은 내디뎠습니다.
'사람 만나기'는 아직 실천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상상하지 않기'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조금도 거칠 것 없이, 말도 안 되는 상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좀 실망입니다.
그런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는 사흘째에 성공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첫날은 주저 없이 알람을 끄고 다시 잤습니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열두 시쯤에 일어났습니다. 둘째 날은 아침 여덟 시가 조금 못돼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사흘째인 어제, 마침내 마음먹은 일곱 시에 일어났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서 처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멍'이었습니다. 그 감격스러워야할 순간에, 아무 생각이 없이 머릿속이 '멍' 했습니다. 아마 잠이 덜 깨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한 시간쯤 앉아있다 보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고, 그래서 컴퓨터를 켜서 이메일에 로그인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받은 메일함에는 지난 금요일에 온 새 메일이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모 출판사에서 보낸 것이었는데, 내용은 '투고한 원고가 출판사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 반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설 쓰는 일이 언젠가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될 때까지 소설을 쓸 것이니까요.
메일을 확인하고 난 저는 또 다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게 일찍 일어났는데, 이렇게 그냥 있지 말고 뭔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에, 이 귀한 내 아침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저는 문득 '영어 공부'를 떠올렸습니다. 어렵게 되찾은, 오랜만에 되찾은 내 소중한 아침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어 공부를 하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영어 공부의 이유와는 좀 다릅니다. 그러니까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50대 후반 나이에 영어 공부를 하려는 건 다름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입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인터넷 뉴스를 읽을 때나 혹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볼 때마다, 이제 영어를 모르면 (외국인은 둘째 치고) 당장 우리나라 사람과도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제가 밖에 나가지를 않는지라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영어를 그렇게 빈번하게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각종 매체에 영어가 마치 우리말처럼 흔히 쓰이는 걸 보면서 은둔형 외톨이로 사는 저는 그런 걱정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우리나라 사람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영어를 잘 해야겠다 싶어 아침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문장을 읽으며 가능한 많은 영어 단어를 눈에 익히려고 합니다.
이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각종 매체들이 글이나 말에 이런저런 영어를 섞어 쓰는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 좀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 사용이 잦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의미 전달이 더 명확한 우리말이 있는 경우에까지 꼭 생소한(?) 영어를 써야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인터넷 글에 흔히 나오는 '셀럽(Celeb)'이란 말은 '유명인'로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사는 저는 처음에 '셀럽'이란 말을 보고 '이게 뭐지?' 하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Celebrity라는 단어의 일부를 줄인 것이라고 하던데요, '유명인'이라는 낯익은 말 놔두고 굳이 멀쩡한 영어 단어를 쪼개면서까지 이 생소한 말을 만들어 써야하는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