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미투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에서 김씨는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 "안희정이 불쌍하다, 솔직히. 나와 우리 아저씨(윤석열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스트레이트> 방송 후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추가 녹취 자료에서는 "웃긴 애 아니냐"라며 직접적으로 김지은씨를 비방하거나, "합의 하에 했다"라거나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강간한 것도 아니고" 등 근거 없는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성폭력 혐의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에 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김지은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7일 오후 "미투 운동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며, 법의 판단과 피해자의 분투도 부정하는 인식과 주장"이라며 비판했다.
피해자 김지은씨 역시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김건희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라며, 김건희씨가 법원 판결이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언급하거나 비아냥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또한 "변화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달라"라며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건희씨 측은 16일 방송 전 MBC <스트레이트> 측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미투 관련 언급에 대해선 "성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7일 오후 4시 현재 김지은씨의 사과 요구에는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아래는 김지은씨 입장문 전문이다.
김건희씨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한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의 사과 요구
김건희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습니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습니다.
사과하십시오.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 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주십시오.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2022.1.17
김지은('김지은입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