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안한 대선후보 긴급회동 제안을 일축했다. 자신은 이미 다 얘기했는데, 이제 와서 뭘 얘기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21일 오후 대전 서구 오페라웨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대전지역 발전공약을 발표했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오늘 이재명 후보가 추경예산확대편성을 위한 대선후보 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앞서 이날 오전 이재명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피해 지원을 위한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여야 모든 대선후보 간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이미 할 얘기를 다 했다"며 "50조 원을 편성해 어떻게 해야 한다, 피해지원을 해야 하고, 피해 등급을 지수화해서 피해를 본 분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이미 다 얘기했다"며 "그리고 그 나누는 프로그램도 저희가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50조 원 중에서 43조 원은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 중 한 5조 원 정도는 금융지원해 신용보증 수수료로 쓰도록 구체적인 용처까지 다 발표했다"며 "이미 저희는 이런 얘기를 지난해 8월부터 했었다. 그때는 포퓰리즘이라고 하더니, 가만히 보니까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제야 따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그러면서 이제 논의를 하자고 한다. 여당의 후보라면 행정부와 대통령을 설득해서 추경안을 보내야 하는데, 겨우 14조짜리를 보냈다. 그것 가지고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이미 저희는 다 발표했는데, 대체 뭘 논의하자는 것인지"라고 하면서 헛웃음을 웃었다.
그는 아울러 "정부가 국무회의를 거쳐서 예산안을 국회에 보내면 양당의 원내 지도부가 논의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며 "실효적인 조치를 해야지, 국민들께서 진정성 있게 보실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재차 같은 질문이 나오자 "14조 추경안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재정지출로 빼놓으면 진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1인당 300만 원씩 나눠준다고 하면 그 분들이 어처구니없어 하실 것"이라며 "여당 후보라면 대통령을 설득해서 제대로 된 추경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건희 사적 대화, 공개 과정에서 상처 입은 분들에게 죄송"
윤 후보는 또 '홍준표 의원과 만찬에서 나눈 얘기가 알려진 이후 홍 의원이 유감을 표명했는데 다시 소통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쨌든 우리당이 원팀으로서 정권교체를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저는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김건희씨에게 비록 사담이지만 사과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사담이 공영방송에 의해서 공개가 된 것이 부적절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공개된 과정에서 상처를 입으신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런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불교계의 반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인으로서, 또 공당의 중요한 인물로서 종교를 대하는 태도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교계가 반발하는 상황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정청래 의원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경남엔 항공우주청, 대전엔 200만 평 규모 제2대덕연구단지"
윤 후보는 지역현안에 관련한 질문도 받았다. 우선 대전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경남 항공우주청 설치'와 관련,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의 나사도 본사는 워싱턴에 있고, 8개의 연구소가 각 지역에 분산돼 있다"며 "제가 판단하기에는 항공우주산업 자원을 직접 기획하고 지원하는 것은 업무 효율이나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데 경남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대전 쪽은 연구기술개발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참석한 '국민의힘 대전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윤 후보는 대전에 200만평 규모의 제2대덕연구단지를 건설하고, 방위사업청을 이전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대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요람이고 연구개발의 중심축이다. 저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과학수도 대전을 4차산업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중부 내륙 지역에 이미 단편적으로 조성이 돼 있거나 계획된 산업연구단지를 총망라한 최첨단 신산업벨트를 구축하고, 대전이 그 핵심 중심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대덕연구단지는 우리나라의 국방과학 기술과 경제 발전을 수십 년 동안 선도해 왔다.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서 새로운 과학기술의 요람이 필요하다"며 제2 대덕연구개발단지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과 국방혁신 4.0에 맞춰 첨단 AI기술을 우리 국방에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과학수도 대전에 방위사업청을 이전하겠다. 세종으로 옮기는 중소기업벤처부 자리에 방사청을 이전시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계룡의 3군사령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민간 국방과학기술 단지, 항공우주기술연구원 등에 방사청까지 이전하면 이 지역은 우리나라 국방과학기술의 요람이 될 것이고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방은행 설립도 공약했다. "중앙신산업벨트와 첨단과학기술발전은 돈 없이는 안 된다"며 "정부의 재정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 자금을 내게 해 줄 대형 금융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는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의 지역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대전권 광역순환도로 건설 ▲호남고속도로 대전구간 확장 ▲경부선·호남선 철도 대전 통과 구간 지하화를 약속했다.
한편 필승결의대회 참석과 기자간담회를 마친 윤 후보는 대전 동구 중앙시장을 방문, 시장상인 및 대전시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