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은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고, 어떤 일은 하는 게 안 하는 것만 못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2022년 1월 24일과 25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진 일들은 어느 쪽일까.
시작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최측근 '7인회'였다. 24일 이들은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절대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날 송영길 대표 역시 "더 많이 내려놓겠다.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2024년 총선 불출마와 3.9 재·보궐선거 대상 가운데 민주당의 귀책 사유가 있는 서울 종로, 경기 안성, 청주 상당은 공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늦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 2일 선대위 출범식부터 반성과 성찰을 말했다. 11월 20일 논산 화지시장 즉석연설에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겠다.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외쳤고, 11월 24일 '사죄의 절'을 올렸다. 정확히 두 달 뒤인 1월 24일, 경기도 공약발표 자리에서 한 번 더 "사과의 뜻을 겸해서" 큰절을 하기도 했다.
'사죄의 절' 두 달 만에 나온 후속조치 "안 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눈에 띄는 후속조치는 없었다. 7인회 중 한 의원도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후보가 계속 민주당의 혁신을 말하고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온 건 없지 않았냐"며 "저희도 줄곧 고민하다가 '우리끼리라도 하자'고 의견을 모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쪽이 민주당 안팎의 중론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정권교체론이 많으면 20%p 더 높은 결과가 있을 정도로 애초에 굉장히 불리한 구도로 시작한 선거"라며 "계속 그 구도를 깨는 작업을 해왔다. '선거를 앞둬서'가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더 빨리 해야 했다'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그래도 (7인회와 송영길 대표의 선언 등이) 조금이나마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역시 "이건 분위기가 좋을 때 해야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다"면서도 "늦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한적으로,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껴서 결집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이 후보 현재 지지율이 33~35% 수준인데, 아직 진영이 분열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설 전에 민주당 진영을 결집시켜서 단단히 하고, (이후) 외연을 확장하자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후속조치다. 그리고 그 성패는 이재명 후보 본인에게 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절반이고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란 부분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 지점이 난도가 더 높다"며 "여기서 후보가 좀 더 강력한 태도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가 한국 정치를 바꿔나가는 데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이면 중도 소구력도 있을 것 같다"며 "가령 이념적 정치를 배격하고 '새로운 실용진보'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하겠다 등 더 공격적으로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봤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을 "7인회도, 86도 물러난다면 이재명은 누구와 집권할 것인가"로 바꿨다. 그는 "민주당은 똑같은 민주당이고, 이재명 후보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주류교체를 넘어 연합정치라든가 카드를 잘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또 "후보가 성남에선 자신을 위해 우는 것 같았다"며 "'내가 진짜 정치를 하는 이유가 이것이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보여준다면 유능함의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짚었다.
"후보가 강력한 태도 취해야", "능력 보여줘야"... 결국 이재명 몫
이재명 후보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25일 경기도 남양주시 '매타버스' 일정 후 취재진의 송영길 대표 총선 불출마 관련 질문에 이 후보는 "뭔가 변화에 대한 의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 것은 알았는데 본인 불출마 이야기는 오늘 갑자기 들어서 저도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국민들께 이런 우리의 결단이나 의지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송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만 일주일 전쯤, 이 후보와 경기도에서부터 함께해온 선대위 관계자는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
"정치개혁의 문제들, 민주당 개혁의 문제들이... 후보가 민주당에 파묻힌 느낌이 있다. 국민들이 변방 장수를 대선후보로 만들어준 것은 '민주당이 기존과 다른 변화를 하겠네'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데 별로 충족을 못 시키고 있다."
이 관계자는 "후보가 선거 와중에 분열과 혁신 중 어느 것을 더 무서워하고 고려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보인다"는 말도 남겼다. 아직까지도 이재명 후보는 숙고 중인 모습이다. 그러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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