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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2020년 9월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 각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우리가 배출한 플라스틱 2020년 9월 24일 부산 강서구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 각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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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병은 되나요? 막걸리병은요? 다 투명한 병이잖아요?"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다. 공동주택에 이어 지난해 12월부터는 단독주택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어떤 페트병이 분리 배출 대상인지 잘 모른다. 투명 페트병을 왜 별도로 분리배출 해야 할까? 플라스틱 중 페트가 고품질 재생원료로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고급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인 페트병은 옷이나 가방, 신발을 만드는 장섬유를 생산하는 재생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섬유로 재활용된 옷은 더 이상 재활용이 어렵다. 재생원료로 반복해서 사용되어야 의미가 더 클 텐데, 한 번뿐인 재활용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일회용기 탄소배출, 다회용기의 35배
 
2020년 생활폐기물은 전년대비 3.7% 증가했고,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대비 18.9% 증가했다.
 2020년 생활폐기물은 전년대비 3.7% 증가했고,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대비 18.9% 증가했다.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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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일상화, 온라인 유통 확대로 일회용품의 사용 및 생활계 플라스틱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이 급증했다. 온라인 음식 서비스 시장은 급성장해 불과 3년 사이 주문량은 600% 증가했다. 2020년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7조 3336억 원에 이른다. 주문 거래금액으로 환산하니 2020년에는 한 달에 일회용 배달용기가 830만 개, 2021년에는 1000여만 개 이상 발생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생활폐기물 중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대비 18.9% 증가했다. 매일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민들도 이미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7월 실시한 '탈(脫)플라스틱 방안' 설문 결과 국민 97.8%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설문조사에서 수치로도 드러났지만, 일상에서 재활용 등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 비닐봉투에 담아주시는 손짓보다 더 빠르게 장바구니를 내밀고, 음식점에 가서는 가져간 용기에 음식을 담아 달라 요청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을 때는 라벨을 떼고, 품목별로 잘 분리해 배출한다. 그런데 '장바구니와 텀블러, 용기를 들고 다니며 재활용 분류에 신경을 쓴다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회용 수저 안받기 기본값 변경 전 후의 변화.
 일회용 수저 안받기 기본값 변경 전 후의 변화.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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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배달앱 3사가 배달 주문 시 일회용 수저가 필요할 때만 신청하도록 기본값을 바꾼 결과, 일회용 수저 안 받기 비율이 10%대에서 70%대로 증가했다. 매출액으로 환산한 결과 한 달 동안 6500만 개의 일회용 수저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본값 변경만으로도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이렇게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선택할 수 있듯이 일회용 배달용기 안 받기, 즉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부는 2019년 8월, 일반 시민 1700명을 대상으로 1회용품 사용억제 강화에 대한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1회용품 사용 절감 시급 품목 우선순위 조사 결과 1순위 플라스틱 컵, 2순위인 비닐봉투에 이어 플라스틱 용기가 3순위에 올랐다. 또한 1회용품 사용규제의 강화 필요성 조사 결과 '대체로 필요하다' 55.47%, '매우 필요하다' 27.65% 등 응답자의 83%가 사용규제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함을 확인했다.

배달 쓰레기 실태를 진단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시민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곳으로 정부를 꼽았다. 일회용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고,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73%에 이른다. 1회용품 감량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회용 없는 사회,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해결 방법은 다회용품 사용이다. 최근 많은 시민들이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담아온다. 시민들의 참여에 기반한 '용기내캠페인'은 시민들의 인식 증진 효과가 크다. 그러나 정책과 시스템 없이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환경을 위해서 개인의 불편함을 감내하자고 해서는 안 된다.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는 시스템, 즉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학교, 회사, 마트 등 우리 일상에 있어야 한다.

다회용품을 사용하면 자원 절약 및 온실가스 저감, 폐기물 발생 감소 등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기의 탄소배출이 다회용기의 3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사용 시 다회용기의 탄소배출은 일회용기보다 6배 많았지만, 365차례 사용할 경우 35배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회용품 이용은 수집, 선별, 판매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사회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직접 용기를 가지고 와서 곡물류, 세제류를 직접 담아갈 수 있다.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숍 더 더 피커.
 직접 용기를 가지고 와서 곡물류, 세제류를 직접 담아갈 수 있다.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숍 더 더 피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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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불과 수초~수시간이면 쓰레기가 되는 포장재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 문화를 만들어가는 제로웨이스트숍이 불과 3~4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다. 전국에 200여개의 제로웨이스트숍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곡물류, 세제류 등은 구매 주기가 빠른 편이다. 동네 곳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면 시민들의 이용도도 증가하고, 동네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다. 포장재 없이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는 제로웨이스트숍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양식으로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재사용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품목은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이다. 용기 회수와 재사용을 촉진해 자원을 절약하자는 취지로 1985년부터 공병보증금 반환제도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다 마신 병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이후 주류업계는 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빈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용병을 사용하기로 한 뒤 브랜드에 관계없이 병을 제작하고 있다. 소주병은 녹색병으로 만들어지는데, 어제는 A사 라벨이 붙어 있었더라도 사용 후 회수된 뒤엔 B사 라벨을 붙여 팔 수 있다. 이는 규격과 재질이 같기에 가능하다. 

소주, 맥주병 외에는 불가능할까?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1990년대부터 병 재사용을 시작했고 현재 잼류나 젓갈류, 장류 등 70여개 품목에 6가지 규격의 재사용 유리병을 사용하고 있다. 개별 생협의 시도에서 머물지 않고 식품제조사들이 함께 하면 어떨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파스타소스, 잼류, 장류 등의 식품들은 이것이 가능하다. 오뚜기, 청정원, 동원, 노브랜드 등의 식품제조사들이 협약을 맺고 공용으로 유리병을 사용한다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제20대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배달앱 3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다회용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배달앱 3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다회용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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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소비재들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이나 사무실로 받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포장, 배달로 발생된  쓰레기가 늘어나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중국집에서 배달해주고 그릇을 다시 가져갔지만 이제는 사회 구조가 달라졌다. 배달노동자를 고용하는 중국집은 거의 없다. 배달 음식 종류도 많아졌다. 음식 종류만큼 용기 종류도 다양해졌다. 용기를 수거세척해서 재사용하려면 그 과정의 비용도 발생하고 배달라이더의 노동권 문제도 연결되어 있다. 과거와 달리 이해관계자도 많아지고 복잡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배달주문시 다회용기 서비스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배달플랫폼에선 서울시와 경기도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부터 경기도 동탄지역에서, 지난 10월부터는 서울시 강남 지역에서 배달 주문시 다회용기 선택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한 배달특급의 경우, 다회용기 누적 이용률 51%를 달성했다. 시행 초기보다 점점 다회용기 선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기업은 시스템을 만들고, 정부는 제도와 예산을 지원하면 된다.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배달 플랫폼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배달앱 3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다회용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 식품공급업체는 일회용 컵이나 음식 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그에 대한 비용을 부과한다. 독일은 2021년 7월 테이크아웃, 재사용 가능 포장재 제공 의무를 담은 포장재법을 개정해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독일 전역 9400여 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다회용 컵과 다회용기 사용이 가능한데 ,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용량이 더 늘어났다. 쓰레기 문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의 재사용과 순환 구조를 염두에 둬야 해결될 수 있다. 

2022년 선출될 제20대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쓰레기를 버리며 시민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어제 어디서나 다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다회용품 관련 산업이 활성화 되도록 지원하고 유도해달라. 많이 생산하고 많이 버려야 기업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라면 기업도, 우리 사회도, 지구도, 건강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쓰레기팬데믹, #제로웨이스트, #일회용품 , #다회용기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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