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배지영 작가님이 에세이 카톡방에 최은경 작가님 출간 소식을 알렸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책이라 했다. '아! 이 책은 꼭 사야 해' 하고 서점에 가려고 하던 차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제가 최은경 작가님 책 선물해 드릴게요."  
"아니 왜요?"  


나의 글쓰기 선생님인 배지영 작가님은 나에게 가끔 선물을 한다. 워낙 성격이 깔끔해 누구에게도 절대 폐끼치는 일을 하지 않는 분이다. 나도 무얼 좀 챙기려 하다가도 성격을 알기에 그만두고 만다. 

사실 나는 특별한 책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 내 나이는 모든 짐을 정리해야 하는 나이라서 사는 것은 멈추고 있다. 버리고 비워야 하는 삶이 내 앞에 왔다. 그러나 버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나와 오랜 추억이 쌓인 내 인생이라서 그렇다.

그런 차에 책을 선물 받았다. 내가 책을 사러가기도 전에 미리 책을 꾸러미로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 분이다. 살면서 아름다운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신이 보내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 하면서 산다.

가슴 시린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를 진심으로 위해 주는 인연은 세상을 살맛 나게 해 주는 환희다. 배지영 작가와 최은경 작가, 둘 사이를 보면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듣다.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내가 느낀 대로 추론을 해 본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최은경 지음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최은경 지음 ⓒ 오마이북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이기도 하고 책을 세 권 출간한 최은경 작가가 쓴 책이다. 최은경 작가는 오마이뉴스에서 19년간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시민기자들이 송고한 글을 편집하고 있다.

남의 글을 읽고 편집을 하면서 오랜 시간 글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작가다. 이 책은 편집기자로서의 일 이야기도 있지만, 시민기자들이 보낸 사는 이야기 글 속에서 많은 사람의 삶을 바라보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말이 19년이지 참으로 긴 세월이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직장을 쉽게 이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오랜 세월을 한 직장에서 한 가지 일을 해 오고 있는 최은경 작가. 그 책 안에 19년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또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가 어떻게 기사가 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글을 책에 써놓았다.

어떠한 한 분야를 10년 이상 해오면 고수가 된다고들 말한다. 시골 할머니들이 산나물을 10년 이상 캐면은 나물에 대한 고수가 되듯이 고수는 여러 분야에서 존재한다고 본다. 작가님은 '사는 이야기'를 편집하면서 일과 생활에서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어쩌면 사는 이야기들의 총합일지 모르겠다. 하루 9시간, 19년을 '사는 이야기'와 함께 했으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의 일상과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거리를 매일 던져주는 '사는 이야기'는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글이다. 들릴 듯 말 듯 작게 들리고 보일락 말락 겨우 보이는 이야기다.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그런 이야기다. 그런데도 나는 그 어떤 뉴스보다 이 작은 이야기에 마음이 쓰인다. 그 이야기를 남보다 더 잘 듣고 싶다. 그 글에 담신 의미를 하나라도 더 찾아서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사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아마도 이런 마음 때문 일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2p

첵을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남는 글이다. '사는 이야기' 글에 대한 남다른 소감이 내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아, 사는 이야기에 대한 글을 그런 마음으로 편집 하셨구나'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지금까지 송고한 '사는 이야기' 기사는 120개 정도 된다. 그 많은 글을 들여다 보고 편집하셨을 생각에 더 많이 감사했다. 사실이 글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삶이 담겨 있기에 글을 읽으면 그 사람 마음까지도 알게 된다.

최은경 작가님은 책에서 말했다. '시민기자들이 보낸 글에서 영감을 받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라고. 그만큼 사는 이야기에 비중을 두고 세밀하게 들여다 보며 편집을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시민기자들이 보낸 글을 편집하면서 알아야 할 것들 가운데 '순간을 잡아야 글이 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글을 편집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때로는 많이 힘든 부분도 감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낸 글을 편집하고 날개를 달아 세상으로 내놓는다. 그 오랜 세월을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보낸 수고가 놀랍기만 하다. 
 
독립출판으로 첫 책 <77세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책을 낸 이숙자 기자는 "배지영 작가를 만나 70대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배지영 작가를 만나 에세이 수업을 하고 글을 쓰면서 나의 삶이 변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났다. -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21p

책에는 내 이름도 나온다. 참으로 개인적으로 엄청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보고 그 부분을 읽고 나서 너무 기뻤다.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분들에게 분에 넘치는 귀함을 받는다. 편집하는 분들의 여러가지 마음을 헤아리게 한 책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나에게 두고두고 글 쓰는 지침서가 되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2021)


#선물#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