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동안 낙동강과 바다를 갈라놓았던 낙동강하굿둑의 수문이 수시로 열리게 됐다. 물관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7차 본회의를 통해 '낙동강하구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섞임)생태계 복원방안'을 의결했다. 부산시와 전문가, 시민단체는 한목소리로 "생태사회로 가는 길이 열렸다"라며 이번 결과를 환영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 바로 잡는 첫 단추".. 조만간 선언식
10일 환경부는 물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서면 심의를 통해 낙동강하굿둑 관련 안건을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10여 장에 달하는 복원방안 안건과 부속합의서를 검토한 물관리 위원들은 안정적인 기수역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요 내용은 하굿둑 상류 기수생태계를 복원을 위한 기수역을 조성하고, 체계적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로 인한 변화에 대해 관측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염분피해 방지와 서낙동강 유역의 환경 개선 추진도 동시에 병행한다. 기수역복원 성과를 공유 확산하며 법·제도적 기반 역시 정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기존 4개월에서 매월 밀물이 가장 높은 때인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상류 15㎞까지 거슬러 올라가도록 대응할 계획이다. 염분이 하굿둑 10~12㎞까지 도달하면 수문을 닫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들도 함께 시행한다.
환경부는 "2월 중순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연중 자연상태에 가깝게 기수역을 조성하고, 이에 따른 하굿둑 상·하류의 생태·환경·시설 영향 등을 관측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낙동강 하구 물길을 하굿둑 준공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조만간 상시개방 관련 선언 행사를 열고 이를 공식화한다. 낙동강하굿둑 개방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물관리위 의결 이후 바로 환영 입장을 냈다. 시는 "시범개방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방안이 마련됐다"라며 "건강한 생태와 행복한 삶이 공존하는 낙동강하구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시는 환경부와 협력해 상시개방에 따른 후속 조처에 나서기로 했다.
시민단체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낙동강 현장에서 환영 행사를 열었다. 부산지역 6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는 하굿둑 전망대를 찾아 강과 바다가 만나는 내용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이번 결정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준경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이번 결정은 상시개방으로, 성장과 개발 신화를 위해 막았던 낙동강하구를 다시 여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라며 "토건개발 중심에서 이제는 새로운 생태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하굿둑 개방이 본격화하면 생물 다양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기재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기수역을 상징하는 어류 중 하나가 뱀장어와 연어인데 이들이 원활하게 하굿둑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 번성했으나 사라진 낙동강하구의 재첩도 돌아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기수역이 15㎞ 구간만 조성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다 쪽과 강물 쪽을 합해 약 30㎞의 기수역이 형성되면 다양한 생물 종이 번성할 수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강의 하구를 막은 곳은 거의 없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바로잡는 첫 단추를 끼웠다. 이제 영산강과 금강 등에서도 기수역을 복원하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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