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해병대를 사실상 해군에서 독립시켜 육·해·공 '3군 체제'를 '준4군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해병대의 독립을 의미하는 '4군체제'를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못하고, 건국 이래 국군조직과 법이 바뀌어야 하는 육·해·공·해병대 4군 체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준4군체제와 4군체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일단, 윤 후보의 공약은 해병대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4군 체제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크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미국 해병대가 해군에서 독립돼 있다는 오해다. 해병대는 미군 중 전력투사를 위한 상륙 작전, 해외 원정 및 기동 작전을 수행하는 군종이다. 19만여 명으로 세계에서 최대의 규모와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다. 해군성 장관 예하에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이 있다. 한국 군제로 환원하면 해군에 해병대가 있는 것이다.
한국 해병대는 2만8000여 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전력을 가지고 있다. 1949년 4월 15일에 해군 병력 380명으로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창설했다. 해군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해군과 함께한 해병대가 과거엔 4군 체제로써, 해군에서 독립돼 있었다는 오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통합시킨 1973년 10월 10일 이전에도 국군조직법 제2조 제1항에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라고 되어 있었다. 해병대의 법적인 위치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다만 해병대사령부의 위상과 독자적인 의사결정 체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73년에 해병대사령관 직책이 해군본부 제2참모차장으로 바뀌면서 독자적인 의사결정 체제가 사라졌다. 1987년 11월 1일에 해병대사령부가 다시 창설됐다. 해병대사령부가 부활한 것이지, 해병대가 없어졌다가 부활한 것은 아니다. 핵심사항은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의 지휘관계로써 국군조직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해병대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의 명을 받아 해병대를 지휘·감독한다"(10조 3항), "해군참모총장에게 위임된 사항 중 해병대에 관하여는 해병대사령관에게 권한을 재위임할 수 있다"(15조 3항) 등 국군조직법을 통해 해병대사령부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1998년부터 인사, 예산, 편제, 교육훈련 등 많은 분야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했다.
이재명 후보의 '준4군체제'는 해병대사령관에게 더 많은 독자적 의사결정권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석열 후보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군사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두 후보의 공약과는 무관하게 아래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해병대를 미국 해병대처럼 '전략기동군'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해병2사단을 전방에 붙박이로 배치하지 않고 해병 1사단처럼 후방에 배치해야 전략기동군 임무를 할 수 있다. 육군이 주로 수행하고 있는 해외파병 주 임무를 해병대에게 맡겨야 한다.
방어 임무를 맡긴다면 12.12쿠데타 이전에 국방부 장관 공관 경비 등 임무를 포함해서 수도방위사령부 일정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수도방위사령부를 해병대가 포함된 합동부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해병대 출신이 해병대 사령관, 육군과 교호로 수방사령관을 맡는다. 해병대 장군이 4성 장군으로 진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공약은 '空約'이 아니고 '公約'이다. 지킬 수 있어야 하며,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병록씨는 예비역 해군 제독으로 정치학 박사, 현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