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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서울의소리가 뭔 거기가 원흉이야 다 지금. 모든 내 소문의.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 완전히, 하하하 완전히. 무사하지 못 할 거야 아마. (...) (열린공감TV) 거기는, 거기는 이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김건희 녹취록' 중 가장 소름 돋는 대목 하나를 꼽으면 바로 이 발언일 것이다. 윤석열 후보도 아닌 '본인'이 정권을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수사하고 입건할 것이란 경고 말이다.

경찰 입건은 곧 검찰 수사 및 기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고를 스스럼없이 뱉을 수 있는 국민이 혹은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그 자신감의 발로에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후보가 자리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김건희씨의 권력관
김건희씨의 권력관 ⓒ 오마이TV
 
김씨의 이러한 발언이 정치보복을 암시하는 정치관‧권력관에 해당한다면, 윤석열 후보가 피력한 '적폐수사'에 대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측근 발언도 이미 존재한다.
 
유시민씨나 지금 이 권력자들은 마치 자기들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인 특권 계급인양 행동했습니다. (...) ("낙선하면 검찰이 없는 죄 만들어 감옥 보낼 것 같다"는 이재명 후보 발언은) 그리고 없는 죄를 만들어 덮어씌우는 것만큼 있는 죄를 덮어주는 것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이게 이 정권이 한 일 아닙니까.

바로 윤 후보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부원장)의 발언이었다. 지난달 27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검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위와 같이 주장했다. 한 검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A검사는 왜 서울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던 그 A 검사라는 게 정설이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2.1.27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2.1.27 ⓒ 유성호
 
한 검사장의 이 발언은 꽤나 도발적인 동시에 문제적이다. 한 검사장은 저격 대상으로 유시민 전 이사장을 앞세웠지만, 실은 '현 정권', '이 권력자들'과 같은 표현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및 여권 전체를 겨냥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 실세들이 마치 범죄를 저질렀지만 수사를 막은 것처럼 단정해 버렸다.

한 검사장은 한결같았다. 그는 '윤석열 검찰' 시절은 물론 법무연수원 부임 이후에도 조국 일가족 수사와 청와대 수사, 검언유착 사건 등 여권 인사 및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한편, 대언론 입장문을 통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검찰 개혁에 나선 인사들을 저격해왔다. 한 검사장의 이러한 적대와 공격이 윤 후보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해석은 무리가 아니다.

윤 후보가 최근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집권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해 적폐수사를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것 역시 일관된 소신의 발로라 봐야 할 것이다. 어떠한가. 정치보복을 천명한 녹취록 속 김건희씨의 정치‧권력관이나 한 검사장의 법원 발언을 비춰보면 이러한 윤 후보의 소신이 매우 일관되게 다가오지 않는가.

이미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 적시했던 '윤석열 검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10일 문 대통령이 격분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 후보는 모호한 발언으로 사실상 거부해버렸다. 국민의힘의 '대통령의 정치개입' 프레임을 등에 업고, 정권교체 열망에 휩싸인 지지층 요구 및 지지율을 방패삼는 형국이다.

그의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엔 검찰총장 시절 자신이 공들여 왔던 청와대 수사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본인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대상을 가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수사는 정당하다'는 윤 후보의 논리는 결국 '그런 검찰이 지속해온 청와대 수사 또한 정당하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과거 청와대 수사에 있어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을 적시했던 '윤석열 검찰'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적폐 수사' 충돌의 진원은 검찰이 공소장에 문 대통령을 적시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월성 원자력발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들은 모두 윗선 수사가 미완으로 끝났는데, 검찰이 대선 후 상황에 따라 추가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을 요동치게 할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전망이다.
- 2월 11일 문화일보 <文 "사과하라" 했지만.. 곳곳서 멈춰선 권력 수사> 중에서

'윤석열 집권 시 청와대 수사 재개'란 시나리오가 총장 재직 시절 이미 완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 건 그래서다. 시점도 공교롭다. 하필 20대 대선 투표일을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나온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은 팽팽한 지지율 경쟁을 의식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연일 퇴행과 역행을 거듭하는 철학과 정책을 내놓은 윤 후보가 그렇게 결국 검찰을 '정권의 시녀' 시절로 되돌리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30년 전 DJ의 통탄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을 지지했던 국민들 다수가 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까. 고속 승진까지 시켜가며 본인을 등용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겁박과 이를 통한 지지층 결집은 결국 윤 후보 자신을 '배신의 아이콘'으로 재확인하는 꼼수이자 무리수일 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공정한 조세, 공정한 나라-세무사들과 함께!"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대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공정한 조세, 공정한 나라-세무사들과 함께!" 세무사 드림봉사단 발대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이 나라의 최대의 암적 존재는 검찰이다. 너무도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라고 탄식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회고록 중 한 자락을 소개한다. 이미 30년 전 DJ는 검찰 권력의 비대함과 부패는 물론 검찰권 남용의 폐해를 통탄한 바 있다.  
 
검찰은 대통령의 범죄도 수사하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치인도 순식간에 구속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과거 검찰은 권력의 지배를 받고 권력의 목적에 따라 표적 수사를 많이 했습니다. 나도 당해봐서 압니다. 1989년 용공 조작 당시, 밀입북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서경원 씨를 사흘간 잠 안 재우고 고문까지 해서 나에게 주지도 않은 1만 달러를 줬다고 허위 자백하게 했습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섭니다. 이것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정권은 학연, 지연에 구애받지 않고 인사 문제를 깨끗이 할 것이고 권력을 위해 검찰권 행사를 해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 1998년 4월 검찰 및 국정원 관련 법무부 업무 보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 발언, 2012년 출간된 <새벽 : 김대중 평전> 중에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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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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