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편집자말] |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소셜마케팅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블로그 마케팅은 소셜마케팅의 하나로, 블로그에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이 블로그 마케팅 시장에서 파워블로그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플루언서나 파워블로거를 통해 홍보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엔 홍보가 넘쳐나서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용한 마케팅 기법이다.
이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내 개인 블로그였다. 일기장으로 쓰던 블로그였는데, 사업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돈을 들여 블로그 마케팅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개인 블로그를 사업 홍보에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아마, 나처럼 개인적인 기록장으로 이용하다 사업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에 선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사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블로그를 지금 열심히 키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퇴사 전, 일기장이었던 나의 블로그
"난 그런 블로그 아니야."
퇴사 전, 남편이 내게 처음 블로그 홍보를 부탁했을 때 나의 반응이었다(이전 연재에서 밝혔듯 우리는 조그만 제조업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블로그'라고 한 것은 '홍보성 블로그'를 말한 것이었다.
아마 나는 그때 좀 다른 사람이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 문학가 등,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 사람에게 홍보를 부탁하다니, 안 될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착각이었지만, 그땐 그랬다.
나는 무늬만 인플루언서였다. 10년간 블로그를 운영했지만, 영향력은 없었다. 블로그에 일기만 썼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일기장으로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블로그에 일기를 썼던 이유는 기록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일기였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더욱 열심히 썼다. 그 일기가 포털 메인에 몇 번 오르면서 블로그가 커졌다.
소위 말하는 저품질에 걸렸던 적도 있었다. 저품질 블로그란 어떤 이유에서인지 검색에서 제외되는 블로그를 의미했다. '블로그 저품질 예방 방법', '블로그 저품질 탈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슷한 경험을 한 블로거들이 꽤 많았다. 저품질 탈출은 불가능하니 블로그를 새로 개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저품질 블로그가 되니 글쓰기 동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계속 썼다. 원래도 검색을 생각하며 썼던 것은 아니니 나만 즐기면 그뿐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본업이 따로 있었고, 블로그로 돈 벌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 찾아와서 글을 읽어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무늬만 인플루언서이지만 간혹 홍보성 리뷰 제안도 오곤 했다. 나는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거절했다.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협찬을 몇 번 받아보니 좋은 제품만 있는 건 아니었다. 좋지 않은 제품을 좋다고 말하기 어려워 홍보는 거절했다. 게다가 나는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이었고, 판매자의 입장은 알 필요가 없었다.
내가 지향하는 블로그는 작가의 블로그였다. 몇몇 좋아하는 작가들의 블로그를 보며, 꿈을 키웠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블로그는 독자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한 마디로 책이 유명해져서, 저절로 나의 블로그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야심이자 큰 그림이었다.
퇴사 후, 블로그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던가.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 채 퇴사했고, 그 후 남편이 하던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이 말인즉슨, 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매자의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홍보가 절실했다.
어떻게든 제품을 많이 알리고, 많이 팔아야 했다. 제품이 좋으면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와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누군가 소개하면 쇼핑몰 방문객이 늘면서 매출이 늘었고, 방문객이 적어지면 매출이 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블로그에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를 꺼렸다. 나는 마케팅 업체에 문의했다.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생각이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요? 말도 마세요. 얼마나 콧대가 높은데요. 비용도 비싸지만, 답변 듣기도 힘들 걸요?"
'나도 인플루언서인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동안 내가 거절했던 수많은 제안들이 생각났다. 동시에 홍보 제안을 했던 수많은 업체들도 생각났다. 콧대가 푹 꺾였다.
우여곡절 끝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매번 큰 돈을 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나도 인플루언서인데,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기장으로 쓰던 내 블로그에서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블로그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일기는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글의 유형이 아니었다. 블로그에 일기를 매일 올리는 행위는 접어야 했다. 나는 갈림길에 섰다. 블로그를 지금처럼 일기장으로 쓸지, 사업에 활용할지.
고민하며 그동안의 기록들을 살폈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웃들은 내 글이 좋아서 일부러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들어왔는데,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고, 비슷한 관심사가 있으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 구독까지 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내 글이 어떤 식으로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전 글을 살펴보니, 아이들 육아나 교육 관련 정보, 여행 정보 등을 담고 있었다. 내 글은 언제인가부터 정보를 담지 못했고, 지루해졌다. 문학을 해보겠다고 작가인 척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에 따라 기존 이웃들도 점점 줄었고, 새로운 이웃은 없었다. 나는 어느새 고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글을 정보로만 읽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최초로 접하는 접점은 정보였다. 그 접점을 시작으로 콘텐츠를 보고 오랫동안 구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했다. 사람 때문에 커진 블로그였는데, 사람들을 살피지 않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원하는 것
나는 인터넷 포털 회사의 알고리즘 정책에 상당히 반감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홍보성으로 도배되고 진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알고리즘이 원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정보였다. 검색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향에 맞추어 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고 클릭해서 만들어낸 취향의 결과가 알고리즘이었다.
나는 다시 정보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블로그의 색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내 이웃들이 좋아할 만한 정보, 그 접점을 매일 연구했다. 쉽지는 않았다. 기존 글과 다른 형태의 글을 써야 했고, 결이 달라 처음에 힘들었다.
알고리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제목이 중요했다. 예를 들면 기존 일상 글을 쓸 때는 '아이들과 보낸 주말일상'이었다면, 이제는 '주말 아이와 가볼 만한 곳' 혹은 'OO여행 2박 3일 경비 총정리' 등 사람들이 조회하고 클릭할 만한 제목을 써야 했다.
변화를 가진 지 3개월 후,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방문자 수도 늘었고, 몇몇 키워드 검색결과 1페이지에 내 블로그가 나왔다. 한동안 정체였던 신규 이웃수도 늘었다.
그렇다면, 내가 기대한 제품 판매에도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었다. 블로그를 통한 구매전환율(클릭하고 들어와 구매까지 일어난 비율)은 0이었다. 1페이지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하진 않았다.
블로그 마케팅의 장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쇼핑몰 상세페이지에서 다 할 수 없었던 추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판매 이후 들어오는 FAQ라든지, 후기에서 고객들에게 더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들을 담을 수 있었다. 최대한 정보를 주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검색을 다시 유도하는 것이 블로그 마케팅이었다. 내가 돈 내고 사용해 보고, 좋은 제품은 부탁 없이도 홍보를 했다. 아니,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좋은 제품을 좀 더 널리 알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과정을 겪고나니 SNS의 세계가 다르게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예술가 등을 보니 그들도 자신의 작품을 팔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홍보하고 팔았다. 좋은 제품을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면, 홍보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처음 남편과의 대화를 생각한다. 나는 왜 안 한다고 했을까. 나는 어쩌면 변화가 두려워 고인물에서 놀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도, 사업도, 온라인의 세계도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퇴화하기 마련이다.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아직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아직도 변화하는 중이고, 때때로 흔들린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변화하는 것이 변화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SNS(https://in.naver.com/longmami) 및 카카오뷰(http://pf.kakao.com/_SxexaLs)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