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어떤 출연자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대담 내용과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출연진 구성이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까지 좌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를 분석했습니다. 방송사별 시청률이 가장 높은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를 대상으로 대선 70일 전인 2021년 12월 29일부터 대선을 한 달 앞둔 2022년 2월 7일까지 분석했습니다.
출연횟수, 직군, 정치성향, 성비 등을 분석해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상위 10위 출연자 49% 차지, 여전한 겹치기 출연
최다 출연횟수를 기록한 출연자는 JTBC 기자들입니다. JTBC <정치부회의>는 자사 기자로만 출연자를 구성하기 때문에 JTBC 기자 출연횟수가 각각 20회 이상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출연횟수가 많은 출연자 역시 언론인으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인데요. 직군은 언론인으로 분류됐지만, JTBC <정치부회의>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하는 자사 기자들처럼 취재내용 위주로 설명하는 역할은 아닙니다. 주로 시사평론가, 정치평론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출연자 '겹치기 출연' 문제는 여전한데요. 한 출연자가 종편4사 프로그램을 모두 출연하는 예전 같은 수준의 심각한 겹치기 출연은 사라졌지만, 출연횟수 상위 10위 중 7명이 2개 방송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 중입니다.
겹치기 출연은 출연자들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나 평론이 시청자들에게 반복 전달될 수 있어 민언련에서도 여러 번 비판한 바 있습니다(민언련 보고서 "종편‧YTN 최다 출연 패널, '자유한국당 대변하는 김병민'").
출연자 1위 언론인 66.7%, 보수성향 출연자 2.7배 많아
분석 기간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에는 모두 91명 출연자가 551회 출연했습니다. 91명 출연자를 출연횟수 기준으로 살펴보니, 총 18명이 출연횟수 상위 10위를 기록하며, 551회 중 270회(49.0%)를 차지했습니다. 소수 고정 출연자가 출연횟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입니다.
출연자 편중 문제는 상위 10위 출연자 직군과 정치성향 분류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상위 10위 출연자 18명 중 절반 넘는 11명(61.1%)이 언론인(전직 1명 포함)입니다. JTBC <정치부회의>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자사 기자 출연횟수가 높은 영향이기도 합니다만, 상위 10위 출연자 구성이 전·현직 언론인‧정치인‧변호사 세 직군만으로 이뤄진 것도 출연자 편중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상위 10위 출연자들의 정치성향은 보수가 8명(44.4%)으로 진보 3명(16.7%)보다 두 배 넘게 많았는데요. 특정 직군과 특정 정치성향에 치우친 출연진 구성은 다시 한번 출연진 다양화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JTBC‧TV조선 자사 기자 위주… MBN 정치인 출연 70.1%
다음으로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출연자 출연횟수 551회를 직군별로 분류했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는 출연진을 모두 자사 기자로 하고 있어 직군에서 언론인이 100%를 차지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도 1~2명 외부 출연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자사 기자로 구성해 언론인 비율이 73.3%로 높았습니다. 이런 JTBC와 TV조선 영향으로 종편4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직군 역시 언론인(51.2%, 전직 2명 포함)입니다.
채널A <뉴스TOP10>에서 높은 출연 비중을 보인 직군은 정치인(28.0%)과 변호사(24.2%)인데요. 종편4사 전체 평균(정치인 26.1%, 변호사 11.8%)을 상회합니다. 특히 MBN <뉴스와이드> 출연자는 정치인 비중이 70.1%로 압도적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정치인 비중이 높아지면, 자칫 대담 내용과 방향이 정치 공방 위주의 소모적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특정 직군 편중은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보수성향 출연 횟수 더 많아… 채널A 61.1% MBN 54.5%
다음으로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출연자 출연횟수 551회를 정치성향별로 분류해봤는데요. JTBC <정치부회의>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하는 자사 기자는 '중도'로 분류했습니다. 그 외 출연자는 소속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일 경우 '진보', 국민의힘‧국민의당일 경우 '보수'로 분류했습니다. 소속 정당이 없는 출연자는 선거 출마 이력 등 활동 이력과 발언 기조에 따라 '진보'‧'보수'‧'중도'로 각각 분류했습니다.
종편4사 평균 가장 높은 출연 비중을 나타낸 정치성향은 중도로 222회(40.3%)입니다. 그러나 이는 자사 기자가 출연진 전부 혹은 대다수를 구성하는 JTBC <정치부회의>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따른 결과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종편4사 평균은 보수성향 출연자가 196회(35.6%)로 진보성향 출연자 133회(24.1%)보다 많이 출연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채널A <뉴스TOP10>은 보수성향 출연자가 전체 출연횟수의 61.1%를 차지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도 보수성향 출연자가 전체 출연횟수의 54.5%로 진보성향 출연자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전체 출연횟수의 경우 자사 기자가 대다수를 차지해 62.6%로 가장 높은 비중이지만, 외부 출연자는 보수성향 20.6%로 진보성향 16.8%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공정성‧객관성 우려
출연자들의 출연횟수를 정치성향별로 분류한 수치를 고려할 때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공정성과 객관성 준수 여부입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12조(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9조(공정성)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제12조(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
방송은 정치문제를 다룰 때에는 특정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이나 입장에 편향되어서는 아니 된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토론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선정에 있어서 대립되는 견해를 가진 개인과 단체의 참여를 합리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처럼 방송심의규정은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 준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담‧토론프로그램의 경우 제13조와 같이 별도 조항을 두고 있을 만큼 대담의 균형과 형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JTBC와 TV조선을 제외하고 보수성향 출연자 비중이 높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방송심의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을 제외한 출연자의 경우 정치성향이 명확하게 소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연자들이 정치성향을 갖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출연자 정치성향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특정 출연자 발언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로 전달되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따라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출연진을 구성할 때 정치성향별 균형을 맞추고, 출연자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시청자들이 평가 기준을 갖고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별 불균형 심각, MBN 남성 출연자 96.3%
마지막으로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출연자 출연횟수 551회를 성별로 분류해봤습니다. 그 결과 종편4사 출연자 성별 구성은 남성이 67.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성비를 맞춰 자사 기자를 고정 출연자로 구성한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출연횟수를 반영했는데도 남성 출연자 수치가 압도적인데요.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는 각각 82.8%와 96.3%의 남성 출연자 출연비중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MBN <뉴스와이드>는 같은 기간 여성 출연자 출연비중이 3.7%에 불과합니다. 민언련이 모니터한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가 모두 남성이고, 출연자 출연횟수마저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를 넘어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단은 '2020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 속 성비 재현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질 때 지식, 정보, 공적인 것이 중년 남성의 역할로만 인식"될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의 시각이 다양하게 반영되어야 함에도 남성이 과대 대표되었을 때 남성의 시각이 시사를 다루는 보편이 되기 쉬우며, 남성중심적 주장과 의견이 대표성을 지닌 보편적 의견으로 다뤄지게 된다"고 성비불균형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네스코가 2012년 발표한 '젠더 감수성 지표'(Gender-sensitive indicators for media)도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은 사회 구성원, 인간의 경험과 행위, 시각과 관심을 재현함에 있어 성별 간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 정치성향을 소속 정당, 활동이력, 그동안 발언 기조 등을 바탕으로 1차 분석했으며, 분석에 대한 판단을 열어놓기 위해 출연자 명단을 공개합니다(첨부파일 '종편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 분석.xlsx').
* 모니터 대상 : 2021년 12월 29일~2022년 2월 7일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