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열정열차'에서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올린 일에 대해 이준석 당 대표는 '나와 1시간 가까이 무릎을 맞대고 대화하느라 다리에 경련이 와서 잠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14일 윤석열 후보는 "국민께서 원치 않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더 유의해 가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전날 이 대표의 해명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면밀히 따져보면 이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13일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열차) 운행 전후로 보도된 여러 사진에서도 확인 가능하겠지만 해당 좌석은 후보와 제가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며 사진 1장을 올렸다. 전주역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촬영돼 보도된 사진으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마주 보고 열차 좌석에 앉아 있다.
이 대표는 "내가 잠시 방송 칸에 10여 분간 방송을 하러 간 사이에 저와 약 1시간 가까이 장시간 무릎을 맞대고 앉아 대화하느라 다리에 경련이 온 후보가 제가 간 사이 참모진과 대화를 하면서 잠시 다리를 올린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준석 대표의 해명은 거짓이거나 과장됐다.
열차 이동하며 옷차림 바뀐 윤석열... 이준석 사진은 전주역, '구둣발 사진'은 순천역 복장
이날 윤석열 후보의 복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었다. 전주역에서는 어두운 외투에 민트색 스웨터 차림, 남원역에서는 외투를 벗고 민트색 스웨터 위에 재킷을 입었다. 순천역에선 스웨터를 벗고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걸쳤다.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제시한 사진 속에서 윤 후보는 전주역 복장 차림이다. 하지만 '구둣발 사진' 속 윤 후보는 순천역 복장이다. 전주역 출발은 오전 10시 8분. 순천역 도착은 오후 2시 54분. 이 대표가 제시한 사진과 구둣발 사진 사이에는 적어도 4시간이 넘는 간극이 있다.
중간 기착지인 남원역에 도착한 오전 11시 44분에 윤 후보가 남원역 복장이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대표가 제시한 사진 그 상태로 두 사람이 1시간 가까이 있다가 이 대표가 일어선 뒤 구둣발 사진이 찍혔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열차를 함께 탄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에 "그 사진을 가지고 (구둣발 사진과) 같은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다"라면서 "그런 구도로 계속 장시간 이동할 때는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올린 사진이 '1시간 무릎 맞대기'의 시점과 일치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남원-순천 구간에서 이준석 방송 출연... 해당 구간 무궁화호 이동 시간은 40분
윤 후보의 구둣발 사진은 순천역 복장으로 찍혔으므로, 전주-남원 구간이 아닌 남원-순천 구간 혹은 순천-여수 구간에서 1시간의 무릎 맞대기가 있었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구둣발 시점을 "내가 잠시 방송 칸에 10여 분간 방송을 하러 간 사이"라고 했다. 실제 이 대표는 당시 방송에 출연했다.
남원-순천 구간에서 이 대표는 신인규 상근부대변인, 천하람 순천당협위원장 등과 함께 '열정열차 Day2 제2부' 라이브 방송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방송 시작 뒤 18분 52초께 등장한다. 이 대표 출연 코너는 39분 10초께 종료됐고 계속 이어진 이 방송 49분 50초께에 윤석열 후보가 순천역 앞에 나타난다.
남원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순천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통상 40분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원-순천 구간에서 이 대표의 해명대로 윤 후보와 1시간 가까이 대화한 뒤 방송까지 하기는 불가능하다. 이후 구간인 순천-여수 사이에선 윤 후보가 기자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으므로 시간상 이 대표와 장시간 마주 앉았을 가능성은 없다.
'윤석열-이준석 무릎 맞대기'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는 이 대표 주장은 어떻게 해도 설명되지 않는다. 이 대표와 윤 후보가 무릎을 맞댄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남원-순천 구간에서 이 대표가 방송에 출연하기 전 최대 20여분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맞은편 좌석에 구둣발을 올린 이유를 윤 후보 다리에 경련이 왔다는 이유를 댔다. 저렇게 1시간 정도 있으면 경련이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과연 경련이 올 만한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다. '경련'이라는 해명을 갖다붙이기 위해 무릎맞대기의 시간을 부풀렸다면 이또한 거짓해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준석 대표가 올린 사진은 일정을 시작할 때 자료사진으로 한 번 찍었던 것"이라며 "총 4구간을 지나가는 꽤 긴 시간 동안 윤석열 후보는 당 대표와 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인 시간을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옷과 상관없이 윤석열 후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준석 대표와 같이 있었다. 방송을 위해 이 대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해프닝으로 이해해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