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신문지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프로그램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포털 △노동정책 관련보도 등을 대상으로 선거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중 신문과 방송에 한해 한 주간 선거보도를 양적 분석하여 정책보도 문제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다음은 신문보도 1차 양적분석 보고서로 2월 3일(목)부터 2월 9일(수)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에서 나온 선거보도를 추렸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작성해 2월 14일 발표했습니다.
선거보도 10건 중 4건 정책언급, TV토론 영향
2월 1주차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선거보도는 총 643건입니다. 가장 선거보도가 많은 신문은 조선일보로 95건, 가장 적은 신문은 중앙일보로 66건입니다. 한겨레 93건, 경향신문 90건, 동아일보 85건 등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경제일간지는 매일경제 69건, 한국경제 68건으로 중앙일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번 선거를 역대 '비호감 대선'로 규정한 우리 언론은 비호감 선거를 정책 선거로 만들기 위해 정책보도를 다하고 있을까요. 언론이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643건의 선거보도를 정책언급 여부와 정책검증 여부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후보의 정책명을 적었거나 정책 방향을 가늠할 만큼 정보를 제시했을 경우 정책을 언급한 보도로 봤습니다. 정책명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정책을 제안하거나 정책 부재를 지적한 경우에도 정책보도로 분류했습니다. 그 외 '○○와 관련한 정책을 내놓을 예정'처럼 큰 틀의 분야만 제시하거나 'RE100'처럼 정보 없이 용어만 있을 경우엔 정책보도로 보지 않았습니다.
선거보도 643건 중 정책을 언급한 보도는 253건(39%), 언급되지 않은 보도는 390건(61%)입니다. 유권자가 10개의 기사를 봤을 경우 약 4개 기사에선 후보 정책을 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책언급 보도 대부분은 2월 3일 1차 TV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네거티브보다 정책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과 거대 양당의 공방 끝에 진행된 첫 토론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높았던 영향으로 보입니다.
정책검증 10개 중 겨우 '하나'
정책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증한 보도는 얼마나 될까요? 정책을 언급한 보도 중 해당 정책을 놓고 기자나 필진, 전문가 등이 검증하는 방식의 해석과 발언이 있는 보도를 정책검증보도로 분류했습니다. 정책을 언급한 보도 253건 중 정책 '검증' 보도로 분류된 기사는 82건입니다. 정책언급 보도 중 32%에 해당하나 전체 선거보도 642건을 놓고 본다면 약 13%에 불과합니다. 유권자가 접하는 선거보도 중 정책을 언급하고, 검증까지 한 기사는 약 1건에 그쳤다는 의미입니다.
신문별 정책언급 보도, 정책검증보도 건수도 살펴봤습니다. 정책언급 보도는 경향신문 49건, 한겨레 43건, 한국일보 36건 순으로 많았고, 매일경제와 중앙일보가 20건, 21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전체 정책언급 보도 중 검증까지 한 보도 비중은 한겨레가 56%(24건)로 가장 높았고, 경향신문 41%(20건), 한국일보 33%(12건) 순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 10%(2건), 조선일보 15%(4건), 동아일보 24%(7건)로 검증보도 비중이 낮았습니다. 중앙일보‧조선일보‧매일경제가 상대적으로 정책에 관심이 덜했고, 중앙일보‧조선일보‧동아일보는 정책을 검증하는 보도 역시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행보 쫒으며 정책 '받아쓰기'
정책언급 보도 중 검증 없는 보도의 특징은 후보 선거유세에 동행하면서 현장에서 나온 발언을 '받아쓰기' 한다는 점입니다. 중앙일보 <5·18묘지서 고개숙인 윤석열 "광주를 AI 대표 도시로 육성">(2월 7일 박태인 기자)은 윤 후보가 2월 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날 발표 정책을 본문에 나열한 기사입니다. 게다가 이 지역 활성화 정책을 제목으로 부각했는데요. 정작 본문엔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커녕 실현 가능성 등을 살핀 대목도 없습니다.
조선일보 <윤석열 "北미사일 방어망 구축, 국민 생명부터 지킬 것">(2월 3일 김민서 기자) 역시 2월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윤 후보가 이날 방문지에서 밝힌 "사드 추가 배치를 거듭 약속했다", "GTX-D 노선 체계를 원안대로 완성하겠다", "원천징수영수증이 필요한 경우 직접 즉시 발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 등 정책성 발언을 옮겨 보도했는데요. 특히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 등은 외국인 혐오정서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도 필요했는데 후보 말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외국인 혐오 정책 그대로 옮기고 반중정서 부추기기도
반면 같은 날 한겨레 <외국인 건보재정 연 5천억 흑자…윤석열 '숟가락론' 틀렸다>(2월 3일 이재훈 기자)는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1조4915억원이지만, 건보공단이 이들의 치료비 등에 쓴 급여비는 9200억원이어서 5715억원의 재정수지 흑자를 나타냈다"고 지적하는 등 윤 후보 발언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확인했습니다. 윤 후보가 중국인의 건강보험 급여지급 비중이 높다고 주장한 것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고 이들의 연령대 역시 높"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일부 신문은 이러한 '혐오정치'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나 칼럼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매일경제 <"中에 구애한 대가가 이거냐" 국민의힘, 文정부에도 화살>(2월 9일 정주원 기자)은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문제가 된 쇼트트랙 판정을 두고 "전통적 우방과는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 유독 친중으로 편향했던 결과가 바로 이런 상황"이란 평을 내놓은 윤석열 캠프 측 발언을 제목과 본문에 옮겼는데요. 연관성 없는 올림픽 경기 판정과 정부 외교정책을 이은 것은 비상식적임에도 매일경제는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동아일보 <오늘과내일/'386 정치인'들이 중국에 등을 돌릴 때>(2월 9일 신석호 부국장)는 모두가 분노하는 부당한 판정에 여권 정치인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자 "'반미(反美)' 이념을 지지해줄 대안 외세로서 중국을 바라"봤던 이들이라고 분석한 뒤 그런 이들이 "중국 비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자주 vs. 친중'의 프레임이 다시 가동되고 있다"는 식의 무리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1차 TV토론 관련 정책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경제 <安 "연금개혁 공동 선언하자" 李 "좋은 의견"…尹 "약속한다">(2월 4일 오형주 기자), 동아일보 <안철수 "연금개혁 공동선언" 전원 동의 끌어내…심상정, 김건희 미투발언 송곳 질문 '존재감'>(2월 4일 윤다빈 기자) 등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연금개혁에 동의한다는 다른 후보들의 답변을 이끌어낸 점에 주목해 토론 내용을 전했는데요. 연금개혁은 오래된 과제인데도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후보가 없었다는 점을 비판하거나 후보들이 내놓은 관련 정책이 있는지 살피지도 않았습니다.
후보 발걸음 따라 나오는 정책보도, '공수표' 정책 못 거른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2월 8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가 주최한 '제20대 대선보도 점검' 세미나에서 "정책보도를 할 때조차도 유권자의 요구로부터 정책 의제를 도출하기보다는 후보들이 유세하고 활동하면서 쏟아내는 파편화된 공약들을 단순 전달하기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이같이 행보에 동행해 '빨리 쓰고', '받아쓰는' 기사는 유권자를 소외시킬 뿐 후보의 '공수표'를 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은 후보자의 발걸음이 아닌 유권자의 눈으로 정책보도를 고민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2월 3일~2022년 2월 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