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 지역 발전 방안으로 내놓은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대해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후보가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대형쇼핑몰 유치를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 민심 공략에 나선 윤석열 후보는 지난 16일 광주 송정시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광주 시민께서는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라며 복합쇼핑몰 유치를 약속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을 겨냥해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들어오는 권리를 막느냐"라며 "전국 어딜 가도 복합쇼핑몰이 많은데 왜 광주만 없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시장에서 쇼핑몰 유치 공약을? 분통 터뜨린 상인들
윤 후보의 발언을 접한 송정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아이고, 미친... 말도 안되는 소리요."
1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 응한 시장상인 A씨는 쇼핑몰 공약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여기 시장은 5일장이 들어서고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는, 대형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하는 건 맞아 죽을 일"이라며 "시장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지 무조건 막 떠벌려 놓느냐"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상인 B씨는 "어제 휴일이어서 (윤석열 후보가 하는 연설을) 못들었다, 관심 없다"면서도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했다는데 시장 상인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윤 후보가 전통시장이 처한 상황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송정시장만 해도 대규모 5일장이 열리고 생계를 위한 상인들도 많이 몰리는데, 그런 곳에서 쇼핑몰 유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상인 S씨는 "여기 시장에는 시골에서 생계를 위해 조금씩 갖고 와서 파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전통시장과) 쇼핑몰 발언은 어울리지 않는다, (쇼핑몰 유치는)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광주 신세계 주변의 땅을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지으려다가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을지로위원회도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복합쇼핑몰 추진을 반대했다.
"윤 후보 연설만 하고 그냥 가... 우리와 소통은 없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3주 전 후보에게 직접 보고됐고, 후보가 정책검토를 지시해 성안의 과정을 거쳐서 발표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오마이뉴스>와 접촉한 시장 상인들은 "우리와는 소통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S씨는 "어제 시장에 오셨으면 상인들하고 담소도 나누고 불편한 점이 뭔지도 물어보고 할 줄 알았는데, 연설만 하고 그냥 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쇼핑몰 유치를 옹호하는 상인도 일부 있었다. 상인 D씨는 "이곳에 대형쇼핑몰이 생기면 거기 갔다가 장구경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상권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면서 "공약을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위원장인 송갑석 의원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윤 후보가 '지역주의를 깨고 광주 발전을 이루겠다'며 발표한 공약이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였고, 그 공약을 발표한 장소는 전통시장인 송정매일시장"이라며 "코로나19로 시장 상인들이 2년 넘게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었는데 전통시장에 가서 복합쇼핑몰 유치하겠다고 하는 자는 누구를 위한 대선 후보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