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6세 구직자다. 사회복지사로 7년 정도 일을 하다가 육아로 인한 퇴직 이후 코로나와 함께 구직 활동 기간이 길어졌다. 하필이면 지원하는 분야가 아동복지다 보니 취업 문은 더 좁았다.
빈 자리는 대개 나보다 젊은 사람을 뽑길 원했다. 꾸준히 일을 한 또래 친구들은 이미 관리자 위치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경력 있고 나이도 있는 나를 뽑기가 영 그럴 것이란 생각에 동감한다.
그렇게 약 2년 정도 정말 지지리도 취업이 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운이 트일 거라고 철학관에서 이야기했다. 유튜브 신년운세에서도 올해 87년 토끼띠는 '팡파르'가 울린다고 해서 드디어 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또다시 구직 활동에 힘을 썼다.
그리고 귀신같이 정말로 설이 지나자 연락이 왔다. 철학관에서 정규직은 힘들고 계약직으로 가능할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1개월짜리 단기직도 연락이 와서 놀라고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1개월은 아닌 듯하여 거부하였고 다른 면접을 보았다.
사람을 급하게 뽑는 상황이 영 불안했지만 일단 가보자란 생각에 면접에 응했고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면접 장소를 제대로 안내해 주지 않은 담당자는 "내가 문자로 안 보냈나?" 하며 근처에 있는 장소를 알려줬다. 순간, '뭐지?'라고 생각했지만 바쁜가 보다 했다.
약속 시간은 3시. 나는 물어물어 찾아갔고 그는 다른 일로 바빠 보였다. 정확히는 누군가 구토를 하고 있었고 그가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이때 그냥 일어나서 집에 갈까? 처음 생각했지만 10분을 기다렸다.
그가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에게 오며 "커피 한 잔 줄까?"라고 말했다. 그렇다, 그는 시종일관 반말이었고 기다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때 그냥 자리에서 일어날까? 다시 또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이 계통에서 일하고 싶으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며 면접에 계속 응했다. 이력서를 쭉 보더니 "OO대 나왔네? 나돈데"라길래, "어머나, 우리 동문이네"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네"라고 대답했다.
"근데 검정고시 봤구나. 왜 봤어?"
"아, 그건..."이라고 대답을 하려는데 "왜왜왜?"라는 말을 이어가는 그. 불쾌했다. 역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어야 했다. 이 사람과는 일할 수 없다 생각했다. 더 참지 않고 "이 면접 그만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했다. 그가 나에게 "왜?"라고 또 묻길래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하며 돌아서 나왔다.
그의 반말은 습관일까? 친근감의 표현일까? 아니면 아랫사람에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태도일까? 그는 내가 면접을 중단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긴 알까? 내가 면접을 그만 보겠다고 말한 이유가 검정고시 사유를 물어봐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궁금해 하실까 봐 밝힌다면 몸이 좀 약했고 지금은 전혀 지장이 없다. 이건 뭐 모든 면접 공통된 질문이라 다음에는 검정고시 옆에 사유를 적어 놓을까 싶다. 후회된다. 마지막에 이유라도 말하고 나올 걸.
아, 그리고 쿨하게 나오고 싶었는데 하필 '당기세요' 문이라 덜컹덜컹하면서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