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는 이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
"거간을 하는 분들이 조심해야 한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한 불만이 다시 공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이의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불만이 점화하는 모양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8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후보만을 보면 안 된다"라며 "지금 눈에는 딱 보이지 않지만, 정말 살아 계시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시는 우리 국민들을 보셔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들이 안철수 후보하고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실 텐데, 그러면 국민의힘은 더 조심해야 된다. 지도부로서 내가 걱정하는 게 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후보가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하는 '담판' 형태의 단일화만을 고집하며, 이에 대한 '대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아왔다. 되레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을 향해 날 선 말들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쏟아낸 바 있다. 안 후보가 먼저 공개적으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하며 마련된 논의의 장이 자칫 이준석 대표에 의해 깨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정미경] "윤석열 결단의 문제... 새로운 답변을 해야"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후보의 정치 기반을 만들어 드리는 것'을 단일화의 대가로 제시한 데 대해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라며 "왜냐하면 아무도 정치 기반을 만들어줄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공치사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특히 "윤석열 후보의 결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는 이미 본인이 다 (제안을) 내놨잖느냐"라며 "객관적으로 봐도 여론조사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있다"라고 짚었다. "윤석열 후보가 그것(제안)에 대해서 새로운 답변을 하셔야되는 상황이 됐다"면서 "후보께서 어떤 결단을 내리실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특히 "안철수 후보에게 '함께 가자' 이것도 단순히 당내 통합이 아니고 야권진영의 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도 사실 우리는 (여소야대 국면을)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하고 함께 연합해서 가고, 공동으로 가는 걸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안심을 시켜드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공동정부' 혹은 '통합정부'를 목표로 삼고,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함께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준석] "단일화는 부차적 전략... 거간, 조심스럽게 해야"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여전히 완고한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 나선 이 대표는 "공식적인 어떤 책임있는 사람이 단일화 관련한 협상을 진행한 적이 없다"라며 "사실 좀 이해가 안 가긴 하지만,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아서 국민의당에서 완주 의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 단일화 논의보다는 한동안 국민의당에서 자체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측 선거운동원 등이 최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오히려 '각자도생'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후보 당사자간 '주말 담판'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치에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라면서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금 전략으로 삼고 있는 부분은 자강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선거했던 것과 다르게 청년층, 호남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서 새로운 선거 방식을 좀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주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정치 공학적인 부분들은 상황에 따라서 구사할 수 있는 부차적인 전략"이라며 역시 중요도를 낮게 봤다. 단일화의 대가로 안철수 후보에게 다음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을 약속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에 대해서는 "주술적인 의미로 좀 그런 걸 바라는 분들이 하신 말씀이 아닐까"라며 "내가 파악한 바로는 전혀 후보 측에서도, 그 유세 선대본부 측에서도 그런 제안을 한 바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악의라고 보지는 않고 선의로 여러 가지 조정을 하시려고 하시는 분들이 중간에 있는데, 이분들이 어떤 책임을 맡아서 하시는 상황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라며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 본인이 개인 자격으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거기에다가 의사를 타진하고 이런 분들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같은 경우에는 우리 당내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경기도지사 같은 경우에는 안철수 대표 같은 분이 만약에 입당해서 경선을 치른다고 한다면 당 대표로서 환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이라고 그러면 당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라며 "중간에서 선의를 바탕으로 해서 소위 '거간'(사람 사이에 끼어 흥정을 붙이는 행위)을 하시는 분들이 조심스럽게 해야 된다"라고도 꼬집었다.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의 대가로 후보직 전략 공천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단일화 논의에 힘을 실으려는 당내 인사들에게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김재원] "안철수, '현실적인' 선택했으면... 깊이 고민할 것"
한편, 안철수 후보 측을 향한 국민의힘의 압박도 반복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일화 카드도 안철수 후보께서 단일화 국면에서 우선권을 잡겠다는 의미로 야심차게 내세웠는데, 지금 봐서는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도 되고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안철수 후보가) 완주를 선언하고 독자적으로 갈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라면서도 "어차피 이제 안철수 후보께서 지금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조금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선택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행자가 묻자, 김 최고위원은 "안철수 후보께서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되겠다, 내가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 이런 각오를 밝히고 실제 선거 초반부터 또 대통령후보로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밝혀온 자신의 의지"라며 "그런데 지금은 이미 1, 2, 3, 4등은 거의 굳어져 가는 단계"라고 짚었다.
그는 "이 상태로 끝까지 가면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될 수는 없는 단계"라며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되시려면 가장 확실하게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러니까 후보 단일화에 임해서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고 또 안철수 후보께서 윤석열 후보와 협의를 해서 뜻이 맞다면 안철수 후보가 정권 교체를 통해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런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가지 결정의 가능성을 두고 깊이 고민하실 것"이라며 안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