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같지 않은 국힘당을 지지하거나 찍을 일은 없지만, 민주당도 망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18일 오전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게시자가 소위 '친여'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의 제목은 <자영업자로써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해당 사용자가 적은 것은 위 단 한 문장이었다.
이 문장에 담긴 한탄이야말로 3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을 앞둔 일부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넘도록 K-방역 및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온 자영업자의 절규 말이다. 해당 커뮤니티엔 이런 자영업자의 절규가, 그런 자영업자들에 미안해하는 이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현행 '사적모임 인원 6인, 영업 제한시간 오후 9시'에서 인원은 유지하고 오후 10시로 제한시간만 1시간 연장했다. 앞서 소개한 친여 커뮤니티를 비롯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정부의 조정안에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특보단장을 맡은 최민희 전 의원조차 "영업제한 10시까지에 6명 제한이라구요? 대선 집회는 치외법권입니까"라며 "유세한다고 군중 동원한 유세를 몇 시간씩 하는데 그건 괜찮나요"라고 꼬집었다. 각 당 대선 후보자 등록과 함께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매일 같이 이어지는 대규모 군중 집회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과의 형평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최 전 의원은 또 다른 자영업자의 절규를 소개하기도 했다.
6인 10시가 웬 말입니까. 장난합니까. 죽겠다고들 다 난리고 오미크론 통제도 안 되는데, 본인들은 대규모 유세도 다 하고 다니면서 8인 11시도 안 된단 말입니까. (백신) 3차까지 다 맞은 사람들 12시도 안 됩니까. 지원금은 왜 소수에게 조금만 주는 것인지요. ㅇㅇㅇㆍ홍남기팀이 윤석열 당선운동하고 있네요. 민주당은 뭐하나요. 후보가 목 놓아 외치는 민생 대책들 뭐 하나라도 반영시켰습니까.
정부·여당 책임 면할 수 없다
- 자영업자들 "영업 1시간 연장해봐야 큰 차이 없어"... 실망감 - YTN
- 거리두기 '6인 10시' 소폭 조정, '변죽'만 울리고 확산세 '부채질' - 서울신문
- 거리두기 찔금 완화에 자영업자들 분노 "생색내기 불과" - 조선비즈
일부 발 빠른 언론들도 이런 자영업자들의 실망감을 전하기에 바빴다. 앞서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지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자영업자 단체들도 유감을 표명했다. 최소한 자정까진 제한 시간을 완화했어야 했다는 주장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8일 오전 논평을 내고 "최소한 이번 개편안에서 자정까지 영업시간을 늘려 단계적 일상 회복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다"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깊은 실망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으며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물론 일부 방역 전문가는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안에 시기상조라 맞서는 중이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찍지 않은 지금 영업 제한 시간 1시간 완화만으로도 시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발표 하루 전인 17일 열린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서도 새 조정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자영업자 단체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민생 분과가 거리두기 완화에 비중을 둔 반면, 방역의료 분과는 기존 지침을 고수해야 한다고 맞섰다는 것이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등한시할 수도, 방역 및 의료체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방역 당국 및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내는 절규를 외면할 것인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 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상황이 절박하니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추경안을 처리하여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적극 협조해 달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당초 35조 원 규모에서 '16조 원+α' 추경안 신속 처리 입장으로 선회했던 민주당 또한 이날 오전 윤호중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계속 민생·방역예산을 발목 잡는다면 민주당은 정부와 협의해 단독으로 신속히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 손실보상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장과 여야의 결단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 정도로 과연 충분할까. 이미 늦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핑계 대는 것만으로 정부·여당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홍남기 기재부'의 초과 세수 60조 원 파장이 일었던 것이 벌써 지난 1월 중순이다.
지난 2019년 초 25조 초과세수에 이어 또다시 엉터리 세수 추계 지적을 자초한 기재부의 무능은 부차적인 문제다. '선거용 추경'이란 보수 야당의 반대도 이미 예상됐던 바다. 반면 신음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정부여당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인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보다 못해 소위 촛불 시민 단체까지
알 만한 국민은 여타 선진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자국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접한 상태다. 국민을 상대로 한 '눈 가리고 아웅'식 기재부의 꼼수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심지어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높은 지지율에 취한 것 아니냐는 질타까지 나온다.
방역 지침을 충실히 준수했으나 생활이 더더욱 어려워지기만 한 현 사태는 문재인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5백만 자영업자와 그 가족들부터라도 구하라. 강력히 촉구한다. 대통령은 이번 주말을 기한으로 즉각 비상조처로서 긴급재정 명령권 발동과 함께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재정리해서 방역과 생업의 균형을 맞추라. 넘치는 세수(稅收)는 도대체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가?
- 18일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정 명령권 발동을 강력히 촉구한다> 성명 중
보다 못한 소위 촛불 시민 단체까지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등을 촉구하며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야당 눈치보기보다, 그럴싸 한 말보다 실천이 우선이란 주문이다.
더욱이 긴급재정 명령권 발동은 최근 ▲ 당선 즉시 2차 추경 ▲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로 인한 빚 탕감과 함께 이재명 후보가 약속한 공약이기도 했다. 여당 지지자들조차 이재명은 하겠다는데 문재인은 왜 못하나란 한탄까지 나오는 상황을 누가 자처했는가.
보수야당의 반대를 넘어, 정치공학적 표 계산이란 오해를 넘어 "민주당도 망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