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총선, 지선 구분할 것 없이 선거 때만 되면 이슈는 경제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후보들은 제각기 어려운 경제문제를 풀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관련 공약들을 발표하고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린다. 대통령 후보는 국가경제 그리고 민생,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후보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경제 성장의 빛과 그림자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사회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에 기억나는 것이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시험에도 많이 나왔었다. 그 시절, 경제성장 정책은 국가가 주도하였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625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국가주도 경제성장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낳으면서 개발도상국, 중진국을 거쳐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가 대한민국이며, 역사 이래 가장 융성한 때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잊히지 않는 것이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행사 장면이다. 전국이 일일생활권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하던 앵커의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맴돈다. 대통령 권한이 무소불위의 시절이었기에 야당의 반대도 있었지만 불도저식인 탓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같으면 고속도로 통과 지역을 놓고 자치단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배제된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은 선거에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과거 고도 경제성장 시기를 얘기할 때 언급되는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정·경 유착'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박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은 제3공화국의 중공업 육성정책에 편승하여 자동차, 중공업, 조선 등을 주력 분야로 고속성장하면서 현대그룹을 재계의 선두로 올라서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권한과 힘이 막강하던 시절의 다른 사례는 1980년대, 부산을 중심으로 재계 서열 10위권의 국제그룹이 있었는데 당시 전 대통령에게 밉보인 탓에 한 순간에 공중분해되며, 사라져간 사례도 있다.
즉, 최고권력자의 맘에 드느냐, 들지 않느냐에 따라 그룹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던 시절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인데, YS는 재벌 총수들에게 "나에게 돈을 갖고 오지 말라"고 했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현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재계에서 최고권력자의 심기에 상관없이 소신 발언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정·경유착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깐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생각해보면 소득주도성장, 공공일자리, 신남방 정책, 부동산 정책, K-뉴딜정책 등일 것 같다.
필자의 일관된 생각은 경제정책의 성과를 5년 특정 대통령의 단임 임기 동안으로 국한해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부문만 하더라도 직전의 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빚을 내어 집을 사도록 권유하지 않았나?
부동산 관련하여서는 한 걸음만 더 들어가서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은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은 나라이다. 또 국토의 70%가 임야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 어떤 나라보다 소위 아파트라 부르는 공동주택이 많고, 평균적으로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이런 실정이니 땅이나 주택 또는 건물의 부동산이 재테크의 최고 수단이 되는 것 아닌가.
여기서 가계의 재테크 수단을 살펴보면 크게는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눌 수 있고, 동산에는 저축과 주식, 부동산은 땅과 주택 및 건물이 해당된다. 제일 안정적인 투자 수단은 답이 나와 있다.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으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인데 그것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국토의 11.8%밖에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인구의 절반이 넘게 살고있는 수도권이 최고인 것이다.
부동산도 수도권 얘기라고 생각한다. 지방의 경우는 광역 도시 정도 외에는 부동산 폭등은 딴나라 얘기로 치부하면서 중·소도시, 농·산·어촌 국민들은 살아가고 있지않는가. 한편, 주식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고, 은행 금리도 과거처럼 고금리이면 저축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거의 제로 내지 마이너스 금리로 볼 수밖에 없는데 누가 여유자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싶겠는가?
그러니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도 그나마 부동산으로 재테크 자금이 몰리는 것 아니겠나. 이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은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의 고견을 참고하기 바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재테크를 위한 투자수단을 바꾸게 하는 방법이다. 부동산에서 동산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 시장 육성을 통해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우선 마련해야 하고, 은행 금리 부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 신중히 마련하여 저축을 유도해야 한다.
대전환기 경제정책 추진 주체
지금이 대전환기인가? 환경오염과 미세먼지로 인한 생활의 불편, 기후 온난화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현상, 비대면 사회의 디지털 경제를 체감하는 상황이기에 대전환기라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전환기의 경제정책은 어떠해야 하며, 어떤 주체가 선도해가야 할까? 대별하면 국가 주도이냐 민간 주도이냐이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볼 수 없는 복잡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주도성을 두고 생각해본다. 정부의 역할과 특성, 민간 즉 기업의 역할과 특성을 비교해보면, 정부는 행정 논리에, 기업은 경영 논리에 기초한다.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이윤창출에 최우선을 둔다. 경제성이 없는 분야와 사업에 투자할 리 만무하다. 반면에, 국가 행정은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인가? 비록 경제성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정부는 해야한다. 이를테면, 일자리를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실업 문제가 발생하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대통령이 청와대로 재벌 총수들을 불러서 '정부가 지원할 부분은 해줄 것이니 인력 채용을 늘려서 실업문제를 좀 해소해주기 바란다' 라고 얘기하면 재벌들은 따를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4차산업혁명 시대,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를 하면서 유수한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는 대기업들이 그로 인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 수 있나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노동시장 문제로 분야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한 것 또한 현실 아닌가. 기업은 소위 돈이 되는 부문과 경제성이 확실한 사업이라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다. 지금처럼 대전환기의 불확실한 세계경제 여건이라면 더더욱 기업은 투자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해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먼저 경제를 주도해가며, 민간이 함께 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대전환기 세계경제 생태계의 변화를 고려하여 기업과 국민을 위한 신경제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민간이 하지 않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도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사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20·30 청년실업 문제, 일자리 해결에 최우선적인 정책을 마련해서 실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유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은행과 증권에도 충분히 분산투자 가능하게 금융산업 육성책도 정부가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즉, 정부는 경제생태계를 대전환 시기에 맞게 구축해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고, 가계도 부동산에만 투자하지 않고 건전한 재테크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불합리한 규제 제도를 과감하게 바꾸고, 금융시장도 합리적으로 운용되게 하는 제도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오늘(21일) 저녁 대선 TV토론회의 주제가 '경제' 분야라고 하니, 면접관인 국민들은 후보들의 경제관과 정책을 면밀주도하게 살펴보고 판단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