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처음 서구에 자리를 잡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왜?'였어요. 그때 인천에서 청년창업은 남동구가, 공동체사업은 미추홀구가 지원을 많이 해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창업하려면 서구로 가야해'라고 해요. 채 5년도 안 되는 기간에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창업이나 스타트업들이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많은 지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곳, 서구. '왜?'에서 '당연해' 로 바뀐 거죠. 이제는 기회의 서구가 된 거 같아서 뿌듯하기도 해요. 많은 기회, 다양한 도전이 가능한 곳이 지금의 서구입니다."
'가정집'은 청년협동조합 W42(2018년 9월 설립)가 만든 원도심 유휴공간 리모델링 사업 제1호점이다. 장은주 대표는 '가정집'을 빈집소셜프랜차이즈 1호점이라고 소개했다. 요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과 비슷하지만,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기획,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역의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사랑방이 된다는 가정집의 목표는 관 주도 도시재생사업이 자칫 빠지기 쉬운 '주민 없는, 삶과 생활이 없는 도시재생사업'이 아닌, 기존 공동체와 더불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의 자원(예술가) + 마을의 빈집 + 주민들의 역량 + 청년들의 활기'가 모여 마을과 공동체의 삶에 뿌리내린 '가정집' 프로젝트는 답답한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작지만 단단한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 1호점은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휴무일에 카페는 문을 닫지만, 문 닫힌 카페에서 수많은 공동체 사업이 벌어진다. 최근에 기억에 남은 것은 다문화가족과 함께 한 김장나눔 행사였다고 한다.
편의상 다문화라는 단어를 썼지만, 장대표가 실제 사용하고 선호하는 단어는 '다양한 문화권의 주민들'이라는 말이다. 다문화가 멸칭(蔑稱)이 되어버린 현실을 새롭게 전유하고 싶은 바람이 '다양한 문화권의 주민들'이라는 말 속에서 읽힌다.
'베트남 사람, 태국 사람'이라는 말 대신, 뜨개질을 잘 하는 주민, 요리에 관심이 많은 주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김치를 담고 싶은데 어렵다는 주민들의 말에 선뜻 함께 모여 김장을 담자고 제안하고, 실천에 옮긴 가정집의 발걸음이 따뜻하고 든든했다.
UN 해비타트 세계도시포럼서 도시재생사례로 선정
가정집은 마을기업이자, 도시재생 주민사랑방,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지역주민의 생활과 삶에 든든히 뿌리내린 것을 인정받아 2020년 UN 해비타트 세계도시포럼에서 대한민국 도시재생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사람 위에 사람을 쌓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정집의 운영방식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네트워크인 '산악회', 청년 쉐프와 카페 옆에 있는 정서진 시장의 콜라보인 '미나리 식당', 미얀마 청년과 대한민국 청년의 만남의 장(場)인 유튜브 채널 '그 손을 잡아줄게' 등 100여 개에 이르는 공동체 사업이 지역과 사람, 공동체와 도시를 연결하고 '지금, 이곳'의 삶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가정집의 오늘이다.
마지막으로 장대표에게 물었다. 인천이, 그리고 서구가 앞으로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가.
"저는 인천이 차별받지 않는 도시,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고, 실패가 용인되는 도시가 되기를 바라요. 청년들과 주민들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때 그것을 지지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은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고, 가정집도 그런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활동가, 행정가가 힘을 합쳐 실패를 경험치로 환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어 청년들이 창업이나 지역의 다양한 활동에 들인 시간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나지 않아도, 그것들을 그저 허비한 시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들을 수치화하고 구조화하는 게 절실해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6개월, 혹은 1~2년을 지역 활동에 투신한 결과가 몇 푼의 돈이 아닌, 가치 있는 경험으로 환산할 때 지역과 주민, 청년들이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고, 여기서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가치, 새로운 내일, 새로운 인천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문을 연다는 가정집 2호점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사진 송수연 문학평론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