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첫 법정토론, 코로나 경제 대책 놓고 '격돌'
상대 의혹 집중 공략하며 대선 토론회는 또 네거티브전
이재명·윤석열 초반부터 바로 신경전…안철수도 '참전'
지난 21일 SBS <8뉴스>가 쏟아낸 3차 TV토론 관련 보도들이다. '격돌'과 '네거티브', '신경전' 및 '참전'이라는 어휘들이 이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처음 주최한 20대 대선후보 경제분야 토론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온도차는 있었지만 KBS와 MBC가 주목한 것도 앞선 1, 2차 토론보다 격해진 후보들 간 공방이었다.
KBS <뉴스9>는 "대장동·주가조작 의혹 등 난타전", "첫 법정토론, 4자 구도 명확했다" 등을,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법정토론‥이-윤, 손실보상·방역 문제 등 거센 충돌", "탐색전 없이 120분 난타전‥정책공방에서 김만배 녹취록까지" 등을 헤드라인으로 내세웠다. 두 방송사가 공히 '난타전'이라 규정한 가운데 MBC의 '거센 충돌'이 눈에 띈다. 역시나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의 사설은 비판 수위가 훨씬 높았다.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선거 분위기가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여 우려스럽다. 특히 후보들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설전을 벌이는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유권자들이 더욱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 22일자 <한국일보> 사설 '경제 정책은 뒷전이고 인신공격 난무한 3차 토론'
이날 <경향신문>도 사설 "의혹 공방은 치열했으나 정책 구체성 떨어진 첫 법정 토론"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김만배씨 대화 녹취록을 둘러싼 논쟁을 두고 "정치 공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이러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생산적 토론을 방해한다는 점을 후보들은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네 후보가 외친 '경제회복', '어떻게'는 없었다"(<서울신문>), "경제분야 대선 TV토론 포퓰리즘 경쟁에 뒤로 밀린 성장 정책"(<매일경제>), "정책·비전은 모호하고 감정싸움만 돋보인 '경제 토론'"(<헤럴드경제>), "경제정책 검증보다는 네거티브에 묻힌 대선후보 TV토론"(<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를 통해 바라본 3차 대선 토론은 자칫 함량 미달로 비칠 만했다. 실제 각 매체들의 개별 보도도 이런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정싸움과 팩트체크 사이
"후보들 간 발언이 거칠어지면서 정책, 비전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고요. 법인카드 공금횡령 의혹, 김만배 씨 녹취록 의혹...관련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 KBS 리포트 '첫 법정토론, 4자 구도 명확했다'
실제로 후보 간 감정이 드러난 장면이 여럿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수차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부분의 언론이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대장동 관련 김만배씨 녹취록 진위 여부를 둘러싼 '거짓말 논란'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대동소이한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심 후보와 이 후보 역시 정책 공방 중 토론 규칙 준수 여부를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노컷뉴스>는 "욕설 빼고 다 나왔다..거세게 맞붙은 대선후보 4인"이라고 썼고 <이데일리>는 "'감정싸움장' 된 TV토론..답변 끊고 콧방귀에 노골적 발언도"라는 '센' 제목을 달았다. 대부분의 언론보도가 이러한 공방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1, 2차 토론과 마찬가지로 '팩트체크' 기사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토론 중간 실시간으로 상대 후보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에 나선 민주당 등 각 정당의 노력과 대비되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기축통화, 코로나 손실 보상, 대장동-이재명 게이트 등 토론에서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란 제목으로 사실 확인에 나선 매체는 연합뉴스, YTN, KBS, <한겨레>, <문화일보> 등 손에 꼽혔다. 반대로 이전 논조를 뒤집은 팩트체크로 눈길을 끈 언론사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한국 원화가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이 후보 발언의 근거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원화가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기축통화 반열에 원화가 오른다는 주장과는 내용이 다르다. 원화는 국제결제 비중이 세계 20위 안에도 들지 못해, 기축통화 기능을 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 21일 <조선비즈> '원화 국제결제 비중 세계 20위 밖인데..이재명 "기축통화된다"'
22일 <조선일보> 또한 "원화가 기축통화? 국제 결제 비중 20위 안에도 못 든다" 기사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해당 전경련 보고서를 근거로 이재명 후보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불과 열흘 전 <조선>의 논조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 13일 <조선비즈>는 "전경련 '원화, 기축통화 자격 충분.. 편입 시 113조 경제효과'"에서 역시 'IMF 집행이사회'발 전경련 주장을 근거로 이재명 후보와 동일한 주장을 기사화했다. 같은 전경련 측 자료임에도 <조선>의 논조가 정반대로 바뀐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TV 대선 토론, 더 필요하다
"TV 토론회를 보고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후보자의 답변이 무례해도 신경을 잘 쓰지 않지만, 부동층은 후보자의 무례한 태도를 본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지지자들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어떤 말을 하는가 듣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부동층이나 반대하는 이들은 후보자가 어떻게 대답하는지 태도를 본다."
지난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TV 토론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후보들의 감정싸움조차, 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의 디테일한 언행마저 유권자에겐, 대선 결과를 좌우할 부동층에겐 의미 있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20대 대선 TV 토론이 더 자주, 다양하고 심도 있는 형식으로 계속돼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TV 토론을 전하는 언론보도가 유권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반면 감정싸움, 난타전만을 부각하는 지상중계식 언론보도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니, '감정싸움=네거티브'란 공식 자체를 벗어던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22년, 소셜 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팩트체크에 나서는 유권자들이 과연 기계적 균형이나 마치 뒷짐을 진듯한 두루뭉술한 보도에 만족할지 의문이다. 충실한 팩트체크와 함께 후보자들의 감정은 왜 드러났는지, 1, 2차 토론과 비교해 후보자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언론보도를 바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