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선거를 13일 앞두고 권력구조 개헌을 포함한 정치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송영길 대표는 24일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라며 ▲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개헌 ▲지방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송 대표는 "세계 10위의 대한민국 경제 규모, 사회적 다양성, 민주주의 역량 등 어느 것을 보더라도 승자독식의 패권 정치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라며 "3월 9일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고,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국민통합 정치'의 첫 번째 날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87년 개정된 헌법은 '독재타도'를 비롯한 당대 요구를 반영했지만,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국민통합 개헌으로 권력 구조를 민주화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중장기적이고 국민 통합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고 대통령과 국회의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고 감사원을 국회 산하로 이관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또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구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라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위성 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에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 세대·성별·계층·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국민내각을 구성하겠다"라며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에서 국정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또 "초당적 국가안보회의를 구성하겠다"라며 "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총선 위성정당 창당 '사과'…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빠져
송영길 대표는 "책임 있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진영 정치, 대결 정치, 승자독식 정치에 안주했던 것을 반성한다"고도 했다. 송 대표는 특히 2020년 4.15 총선 당시 연동형 비례제 개편을 무력화한 위성정당 논란에 대해 "'더불어시민당' 창당으로 정치개혁의 대의에서 탈선했던 것은 뼈아픈 잘못이었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송 대표는 다만 '그동안 180석 민주당이 추진할 수 있었던 내용을 왜 지금에야 발표하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때는) 송영길이 당대표가 아니었다"라며 "같은 당이라도 당대표에 따라 얼마나 중점도가 다르냐"고 했다. 그는 "선거용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정치를 반성하고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는 게 선거"라며 "대선만큼 모든 지혜가 집중되는 시기가 없다"고 했다.
송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한 메시지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지금 이건 안철수 후보뿐만 아니라 김동연·심상정 후보 모두에게 제시되고, 사실상 윤석열 후보에게도 가는 메시지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게 꼭 대선에 정치 공학적으로 말씀 드린 게 아니라 대선 승패를 넘어 이 기회에 우리 대한민국이 정권교체 논란을 넘어 기득권 교체, 정치교체를 해보자는 충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송 대표가 발표한 정치개혁 내용은 앞서 민주당이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 대부분 논의한 것들이었지만, 유독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발표문에서 빠졌다.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지역구가 바뀌는 문제라 당내 현역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송 대표는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가 빠진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 "중대선거구 문제는 논란이 많다"라며 "일본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다 보니 금권정치와 파벌정치가 일상화됐다"고 짚었다. 송 대표는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의 경우) 한 지역구에서 3~5명을 뽑다 보니 같은 당 내에도 서로 경쟁자가 되고 상대당과 서로 보이지 않는 연합이 된다"라며 "또 다선 의원들에게 훨씬 유리하게 당선될 수 있어 3선 이상 초과금지 조항과 같이 연계됐을 때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거나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이 동반되는데, 어떻게 할 계획이냐'라는 질문에 송영길 대표는 "그건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며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긴 그렇고, 대선 끝나고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지혜를 모아가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이날 송 대표의 정치개혁 발표문 전문.
[전문] 송영길 "국민통합 정치개혁 제안… 개헌해서 권력구조 민주화"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입니다. 오늘로 선거가 13일 남았습니다. 선거 중반전입니다.
선거가 열기를 더해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비난과 폭로가 이어지는 것은 국민들께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집권당 대표로서,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이재명 후보의 뜻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통합 정부, 다당제 국민통합 국회,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 등 시대적 요구를 담아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마련했습니다.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코로나 국난극복, 기후변화, 남북관계, 글로벌 패권의 경쟁, 양극화까지 난제가 쌓여 있는 비상한 상황입니다.
한두개 좋은 정책이나 땜질 처방만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갈 수 없습니다. 세계 10위의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 사회적 다양성, 민주주의 역량 어느 것을 보더라도 승자독식의 패권 정치는 이미 수명을 다했습니다.
기득권 정치', '승자독식 정치'의 병폐를 놔둔 채로는 국민들이 하나 될 수 없습니다.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기득권 정치'부터 청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대선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를 뿌리부터 바꾸는 대선이 되어야 합니다. 3월 9일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고,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국민통합 정치'의 첫 번째 날이 되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부터 반성하고 낡은 정치와 결별하겠습니다.
책임 있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진영 정치, 대결 정치, 승자독식 정치에 안주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더불어시민당' 창당으로 정치개혁의 대의에서 탈선했던 것은 뼈아픈 잘못이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선거용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지난 정치 반성하고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는 게 선거입니다. 국민의 우려에 응답하고, 국민의 탄식에 대책을 내놓는 기회입니다.
동시에, 선거만을 위한 약속은 아닙니다. 지금 기득권 내려놓고 정치교체 못 하면 180석 더불어민주당의 직무유기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부터 우리 안의 낡은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겠습니다.
저부터 변화와 쇄신의 첫걸음으로 불출마도 선언했습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 5곳 중 3곳의 공천을 포기하며 책임 정당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의 의지, 더불어민주당만의 쇄신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정치권 모두 반성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함께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만들고 실천할 것을 제안합니다.
'집권당의 독주', '야당의 발목잡기' , '소수정당의 한계' 등의 악순환을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책임지는 집권여당', '협력하는 야당', '제 목소리를 반영하는 소수정당' 등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하는 '국민통합 정치'의 선순환을 시작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바꾸지 못하면 격변의 전환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통합 정부, 다당제 국민통합 국회,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 등 시대적 요구를 담아 더불어민주당의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마련했습니다.
지금부터, '국민통합 정치'를 위한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국민통합 정부'를 실천하겠습니다.
①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도입하고, '국민내각'을 구성하겠습니다.
여야 협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총리의 인사제청 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하겠습니다. 진영을 넘어 최선의 인물로 국민내각을 구성하고 '청와대 정부'에서 '국무위원 정부'로 개혁하겠습니다.
②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에서 국정기본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인수위는 행정인수 업무에 충실하고 새 정부의 정책과제는 여야정 정책협력으로 만들겠습니다. 대선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국정기본계획'을 합의하고, 이를 국회에서 의결하겠습니다.
③ '초당적 국가안보회의'를 구성하겠습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초당적 협력을 위해 '국가안보회의'에 여야 대표의 참여를 제도화하겠습니다.
④ 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새 정부 출범 즉시 대통령과 국회, 사회경제 주체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일자리, 세대, 지역 등 3대 양극화 극복을 위해 향후 10년간 추진할 로드맵을 수립하겠습니다.
둘째, '국민통합 국회'를 위해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습니다.
민심은 다양합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구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위성 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에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셋째, '국민통합 개헌'으로 권력 구조를 민주화하겠습니다.
87년 개정된 헌법은 '독재타도'를 비롯한 당대 요구를 반영했지만,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생기본권과 자치분권 강화, 권력 구조 민주화를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겠습니다.
분권과 협력의 민주적 권력 구조로 바꾸겠습니다. 중장기적이고 국민 통합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습니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고 대통령과 국회의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고 감사원을 국회 산하로 이관하겠습니다.
정치개혁안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대선이 끝나면 바로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시급한 입법을 우선 추진하고, 새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습니다.
정치권의 이견과 이해충돌 때문에 개혁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가, 시민이 두루 참여하는 '정치개혁 공론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당 간 이견이 있는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이들 공론을 반영해 합의안을 도출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통합 정치'을 먼저 제안하지만, 우리당의 제안만을 고집하지는 않겠습니다.
'국민통합 정치'로 향하는 방향만 같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추가하고 보완해도 좋습니다. 다수 정당, 여러 후보가 함께 토론하며 지혜를 모은다면 분명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것입니다.
수십년 쌓여온 기득권 정치를 개혁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두 함께 더 좋은 개혁안과 실천을 담보할 더 좋은 방안을 찾고, 함께 힘을 모아 실현해 나갈 것을 호소합니다.
누구도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함께 국민들께 약속합시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함께 실천합시다. 불가역적 정치교체의 물줄기를 함께 만듭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