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새로운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 나는 강력한 추가 제재와 무엇이 러시아로 수출될 수 있는지에 관한 새로운 통제를 허가한다"라며 "이는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이고도, 시간이 갈수록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가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를 거론하며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를 통한 러시아의 거래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자국군을 키우고 자금을 감당할 능력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전쟁을 선택했고, 침략자가 됐다"라며 "이제 그와 러시아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외교를 거부했고, 국제무대에서 왕따(pariah)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로 꼽히는 국제금융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에서의 퇴출 제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부과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이는 허풍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푸틴 대통령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으면서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으로의 추가 파병도 계획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응 일환으로 7천 명의 미국 병력을 독일에 추가 배치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파병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토 동맹을 방어하고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다시 말하지만 미군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러시아군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적 개입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러, 우크라 군시설 83곳 무력화... 푸틴 "선택의 여지 없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시설 83곳을 공격해 무력하면서 침공 첫날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고리 코네센코프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군시설 83곳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력화됐다"라며 "오늘의 목표를 달성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도시와 사회 기반시설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군대도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방어망을 뚫고 6∼8㎞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독립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와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16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기업인들과 가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행동은 러시아의 안보 위험이 고조되는 것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라며 "서방이 러시아의 요구에 비타협적으로 나온 것에 놀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방은 러시아가 다르게 행동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라며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러시아의 모든 시도가 무위로 끝났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일부이고, 배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며 "파트너들이 러시아를 기존 시스템에서 몰아내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미 당국자 "러시아, 우크라이나 친서방 정부 전복이 목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의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한 의도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부를 전복(decapitate)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고 그들의 통치 방식을 설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순항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해상발사 미사일 등 100기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도 러시아를 규탄하며 제재를 쏟아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연설을 통해 영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의 경제 제재를 공개했다.
존슨 총리는 "외교적인, 정치적인, 경제적인, 그리고 궁극적으로 군사적인 푸틴 대통령의 끔찍하고 야만적인 모험을 실패로 끝나게 하는 거시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TV 연설에 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은 동맹들과 함께 러시아에 엄중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번 공격은 푸틴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전쟁을 벌이기로 한 것은 러시아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만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러시아, '철의 장막' 다시 치고 있어"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다시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오늘 우리가 들었던 소리는 단순한 전투기 굉음과 미사일 폭발음이 아니라 새로운 철의 장막이 내려오는 소리"라며 "우리의 임무는 그 장막 안에 우크라이나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의 장막이란 자유주의 진영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진영 동유럽 국가들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풍자한 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 및 국제 비상사태에 대해 군사력과 국가 인프라를 전시 체제로 전환하고 인적·물자를 총동원하는 국가 총동원령 발령을 의회에 요청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은 벨라루스를 통해 진격하면서 지난 1986년 원전 폭발 사고가 났던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군의 완전한 무차별 공격을 당해 체르노빌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원전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됐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