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아이(고 이예람 중사)의 이야기 없이 토론회가 끝나는구나 싶어 마음이 쓰렸다. 그 때 심상정 후보가 딸의 이름을 언급했다. '공군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특검을 요구한다는 심 후보의 말을 듣고 딸애 영정사진을 껴안고 한참 울었다."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딸(고 이예람 중사)의 장례식장에서 25일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를 지켜봤다는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씨가 말했다.
이씨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열흘 전, 각 대선후보 관계자에게 특별검사를 도입해 사건을 다시 수사해달라는 글을 보냈었다"라면서 "후보 중 누군가는 예람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까 싶어 매번 토론회를 챙겨봤다. 어제(25일) 심 후보의 발언을 듣고 큰 위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예람아, 너를 위해 1분을 쓴 대선후보가 있었다
이 중사의 장례식장에서 지낸 지 282일째라는 그는 흐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어제 심 후보의 발언을 듣고 예람이 영정사진에 대고 소식을 전했다. '예람아, 너를 위해서 한 마디 한 대선후보가 있었다. 군대에서 너와 같은 성폭력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도와주려고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예람이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얼마후면, 예람이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3월이 다가오는데, 아빠가 너를 이렇게 억울한 상태로 두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시간 1분 중에 이 중사를 언급했다. 심 후보는 "특검을 해서 고인을 고이 보내드리도록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면서 "부모님들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야 3당은 다 특검에 동의하고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여당에서 결단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튿날 바로 보고했으나 동료와 선임 등으로부터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를 당한 끝에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해 10월 7일,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총 25명을 형사입건해 이 중 15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초동수사 담당자(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군감사·군검찰의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법무실 지휘부 등)들에 대해 일제히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며 불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아버지 이씨는 국방부 부실 수사로 책임자들이 전부 풀려났다며 특검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국민의힘과 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은 이 사건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별검사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현재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특검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까지 이 중사의 장례를 무한 연기한 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내고 있다. 이 중사는 10개월여째 국군수도병원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추운 곳에 누워 있는 딸... 이재명 후보, 특검 동의할 거라 믿는다
그는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추운 곳에서 누워있는 딸을 생각하면 매 순간 마음이 무너진다. 나 역시 장기이식 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버티는 게 쉽지 않다"라면서도 "그래도 아빠로서 딸을 이대로 묻을 수는 없다.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 2차 가해자, 부실수사 책임자가 온전히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의 특검 요구에 이재명 후보가 응답해주리라 믿는다"는 이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때부터 우리 아이의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일정이 맞지 않아 장례식장에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꼭 한 번 들른다는 말도 했다. 그래서 이 후보 역시 특검에 동의할 거라고 믿고 있다"라고 '이재명 후보'를 언급했다.
그는 "특검이 아니면 우리 딸의 진실을 밝힐 기회가 없다"라면서 "야4당은 특검에 동의했으니 남은 건 민주당뿐이다. 제발 이 후보가 결단을 내려주고 민주당이 특검에 응했으면 좋겠다. 대선 후보들 역시 우리 딸아이의 죽음을 잊지 말고 군대에서 횡행한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대선 후보들에게 '군대내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병사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여러 약속을 했다. 그런데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군대 내 성폭력과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을 공식적으로 밝힌 후보는 없었다. 현재 군의 성폭력 예방과 대응 대책은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 더는 성폭력 피해로 억울하게 죽는 군인들이 없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도 제발 관심을 보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