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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1977년이 되었다.

정부는 1976년 12월 25일과 31일 김대중을 제외한 3.1사건 관련 구속 인사들과 그 외 시국관련 일부 구속인사들을 형집행정지 명목으로 석방하였다. 함세웅 신부 등 사제단 소속 신부들도 풀려나왔다. 하지만 긴급조치 9호로 상징되는 강압통치는 풀리지 않았다. 
 
 함세웅 신부 인터뷰
함세웅 신부 인터뷰 ⓒ 남소연
 

함세웅ㆍ문정현 신부의 〈상고 이유서〉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회 내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유신체제의 모든 악을 파헤치고 이를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인간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은 기도회에서 낭독하였고 유인물로 배포되기도 했다. 사제단은 이 〈상고 이유서〉를 배포하면서 그 머릿말에서 이렇게 썼다.  

1976년 3.1절 기념 미사 후 명동대성당에서 신ㆍ구교 성직자 제위 그리고 교계ㆍ문인ㆍ학계 등 민족의 지도적 재야 민주인사, 많은 교형자매 또 애국시민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3.1절 민주구국선언 성명이 발표되어 나라와 교회 안팎에 경종을 울려 실의와 좌절에 빠진 우리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문정현 신부 ⓒ
 
이 사건으로 많은 인사들이 구속되어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 정의구현사제단의 중견이신 신현봉ㆍ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옥중에서도 의연히 민족과 나라와 교회가 나아갈 바를 밝힌 함세웅 신부님의 이 〈상고 이유서〉야말로 시대의 정언(正言)이요, 진리의 외침이라 하겠다. 

이 청사에 길이 빛날 존귀한 말씀을 따로 엮어 우리들의 교계에 정신적 양식으로 삼아 크리스천 활동에 큰 힘을 발양, 계속하여 사탄과 싸우는 그리스도 왕국 건설에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만에 하나라도 다른 목적에 역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주석 3)

사제단은 2월 7일, 8일 이틀동안 명동성당에서 오랜 옥고를 치르고 나온 동료들을 환영하고, 여전히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사태에 "참된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보다 보람되어 죽고 살 것을 다짐"하는 〈우리의 태도〉와 〈시국선언〉을 채택하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2차 시국선언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2차 시국선언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2차 시국선언문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2차 시국선언문 ⓒ 자료사진
 

〈시국선언〉은 사제단이 늘 써왔던 방식이지만〈우리의 태도〉란 결의의 방식은 이채로웠다. 

우리의 태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977년 2월 7일, 8일 간에 걸쳐 3ㆍ1절 기도회 사건과 우리 앞의 어두운 사태를 놓고 참된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보다 보람되게 죽고 살기 위해 모였다.

앞으로 더욱 사제의 사명을 다하는 날까지 더욱 진지한 모임을 갖고 우리의 태도를 분명히 다질 것을 다짐한다. (주석 4)

사제단이 2월 8일 채택한 〈시국선언〉이다.

시국선언

인류 구원을 목적으로 세워진 교회의 소명은 모든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고귀한 인권을 지키며,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이 땅에 심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① 오늘의 어두운 현실은 진리와 정의와 사랑의 빛으로 바꾸어야 할 사명의 실천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인권과 양심을 짓밟는 권력이나 법을 거절하고 고발함으로써 초래되는 희생과 고난을 대전제로 한다.

②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양심과 정의 안에서만이 정당화되기에 특수인을 위한 권력이나 법은 무효이며, 국법이 자연법과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우리는 이것을 무조건 거부한다.

③ 3ㆍ1민주구국선언, 3.1 원주선언은 정의와 인권회복과 국가안보를 위한 민중의 선언이며 크리스찬 사랑과 정의를 심기 위한 신앙고백이기에 우리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참여한다.

④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여 민족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정의와 사랑과 양심을 지키는 민주주의 실현이기에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는 철폐되어야 하며, 언론, 학원, 종교의 자유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해야 하고, 모든 선의의 정치범과 양심과, 신앙의 수인들은 무조건 석방해야 하며, 고문과 정보정치는 종식되어야 하고, 노동자, 농민을 위한 생존권을 보장하고, 국내외적으로 선린관계의 자세 확립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⑤ 진정한 국민총화와 안보의 길은 공산주의와 공존할 수 없는 크리스찬 신앙과 구원사상을 온 국민 안에 심은 것이기에 우리는 순교자적인 애국애족의 신념으로 임하고 있음을 재천명한다. (주석 5)


주석
3> <암흑속의 횃불(2)>, 222~223쪽.
4> <한국가톨릭인권운동사>, 420쪽.
5>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민주주의#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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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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