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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피곤한 듯 눈을 매만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피곤한 듯 눈을 매만지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미국 MD 체계 참여'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역대 한국 정부가 쌓아왔던 노력을 허물어트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발단은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3불 정책 폐지 입장에 변화가 여전히 없느냐?"고 물었다. 사드 3불 정책이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으로 2017년 10월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과 비공식 접촉을  하면서 중국 정부의 우려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밝힌 입장을 의미한다.

이 질문에 윤 후보는 "(사드 3불 정책은) 정부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주권사항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주권사항에 대해서 판단하면 된다"면서 위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모두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MD 체계에 대해서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개발이 되면 대응하는 데 한미간에 MD는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답이 심상정 후보는 "획기적인 변화 같다. 미국 MD는 역대 정부 어디도 참여를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냉전 당시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 파기하고 추진한 미국의 MD 체계

먼저 윤석열 후보가 필요하다고 한 미국의 MD 체계란 무엇인가. 정확히 알아보자. MD 체계의 기원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중간추진단계나 종말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방어용 미사일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후 소련이 붕괴하면서 소련의 미사일 위협이 사라지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MD 체계는 흐지부지됐다.

MD 체계가 재등장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다. 1998년 북한이 사전통보도 없이 '대포동 1호'를 실험발사해 태평양에 추락했다. 이에 따라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이나 이라크 등 새로운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1999년 '국가 미사일 방어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탄도미사일조약(1972년 미국과 소련이 탄도탄 요격미사일을 제한하기로 체결한 조약, 아래 ABM조약)'을 이유로 실질적인 MD 체계 구축은 차기 행정부로 미뤄졌다.

차기 행정부였던 부시 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의 본토가 공격받자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는 소위 '불량국가'들과 테러세력들의 단·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방어적 억지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개발기술을 반영한 MD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2002년 ABM조약을 "푸틴도 이해할 것"이라며 일방 파기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의 MD 체계가 추진되고 배치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반대' 이후 지금까지 독자적 방어체계 개발한 한국
미국도 이미 MD 체계와 별개로 한국을 협력대상국으로 인정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 II.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 II. ⓒ 방위사업청 제공
 
그렇다면 미국의 MD 체계에 대한 여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땠는가. 1999년 천용택 당시 국방부장관은 미국이 한국에게 제안한 전역 미사일 방어체계(TMD)에 대해 "TMD 전력화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 대응 수단이 아니며, 주변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취했다.

노무현 정부는 '미 MD 불참'이라는 기조 아래 미국의 MD 체계와는 별개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개발에 착수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KAMD 개발사업을 이어나갔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경우, 2013년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이 "우리는 분명히 미국 MD체계에 가입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MD 체계 불참을 재차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KAMD 사업은 기존의 방침이었던 고도 10~30km의 저고도 방어를 넘어서 '한국형 사드'라고도 불리는 L-SAM을 개발해 주한미군의 사드와 함께 고고도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도입할 이지스함 광개토대왕급 세 척에는 요격 고도가 500km(사드가 최대 150km)에 이르는 SM-3 요격 미사일이 탑재돼 해상에서 고고도 방어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미국과 함께 공동으로 MD 체계를 구축하는 유럽이나 일본, 호주 등과 달리 KAMD라는 독자적인 방어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미국 역시 2010년 발표한 '탄도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BMDR)'에서 '중요한 파트너국가'로 한국을 명시하며 지역 방어를 위해 KAMD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의 미사일방어국 홈페이지에서도 국제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항목에 한국은 호주, 일본과 함께 협력대상국으로 표시돼 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의 국제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항목. 미국과 공동으로 MD체계를 구축하는 호주와 일본은 물론, 독자적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한국 역시 협력대상국으로 표시되어 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의 국제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항목. 미국과 공동으로 MD체계를 구축하는 호주와 일본은 물론, 독자적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한국 역시 협력대상국으로 표시되어 있다. ⓒ Missile Defense Agency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

윤석열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 MD 체계에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독자적인 KAMD 체계에서 미국도 인정하는 협력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미국 MD 체계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역대 정부들이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방어체계 개발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다. 또한 불필요한 외교적 반발만 불러오는 꼴이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미국이 어떠한 미사일 위협에도 대응 가능한 MD 체계를 구축해나가는 상황에서, 한국 또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에 대한 장기적 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 (중략) 미국 MD 체계가 제시하는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단기적 정책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 후보는 이 같은 분석을 경시하지 말고 미국 MD 체계 참여가 아니라 지금껏 한국 정부가 쌓아온 노력을 더욱 벼리는 쪽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윤석열#MD체계#KA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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